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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강아지와고양이

푸들을 키우면 경험하게 되는 세 가지 일들

by 무한 2010. 11. 17.


나만, 아니 그러니까 우리 간디(애프리푸들)만 그러는 줄 알았다. 샤워를 마친 사람들이 거울을 보며 '내가 그래도 못생긴 얼굴은 아닌듯.'이라거나 '이렇게 보면 참 괜찮은데. 밖에 나가서 거울을 보면 왜 그러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간디의 여러가지 행동들을 보며 '이 녀석,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지만, 천재라서 그런걸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푸들을 키우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인터넷 푸들 커뮤니티의 글들을 섭렵하며 간디가 하는 행동들을 다른 푸들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다 성장한 푸들이 아닌, 아직 꼬꼬마 푸들일 시기에 녀석들이 벌이는 일들, 무엇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1. 갑자기 오시는 '그 분'


조용히 쉬고 있거나 한 곳에서 잘 놀고 있다가, 갑자기 우다다닥 소리를 내며 미친듯이 뛰어가는 일이 있다.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듯 안방에서 거실로 뛰어 나갔다가 내 방에 들어왔다가 화장실 앞에 있는 양말을 물고 싱크대로 가는 일을 몇 번 반복한다. 식탁 의자에 부딪히거나 방문에 부딪혀도 개의치 않고 짧게는 몇십 초에서 길게는 몇 분 까지 이 행동을 반복한다.

이런 상황일 때에는, 귀에 고구마라도 박힌 듯 아무리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P군(모태신앙, 세례명 베드로)은 자신이 키우는 '찬양이(애프리푸들, 6개월)'이에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얼른 진정이 될 수 있도록 조용히 기도를 한다고 귀뜸을 해줬다. 

우다다닥의 증상이 보여 혹시 강아지 뇌에 문제가 있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비전문가들의 논의결과 '그냥 놔두면 된다.'라는 결론이 났다. 접신이라도 한듯 작두 탈 기세로 강아지가 뛰어다니더라도 그냥 놔 두면 '어?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며 태연한 모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단, 우다다닥의 증상이 오랜시간 이어지거나 우다다닥 거리며 입에 거품을 문다면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아가시길 권한다.


2. 훈련에 대한 천부적인 소질, 그리고 희망고문

고백하자면, 나도 많이 설레였다. 간디가 손, 앉아, 엎드려 등의 기본적인 훈련을 몇 분만에 마스터 했을 때, 난 진지하게 '애견 트레이너'의 길로 나설것인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얼마나 똑똑하길래 이런 훈련들을 개웃음(응?)지으며 가볍게 해 내는지 '강아지 아이큐'를 검색했을때, 푸들은 전체 강아지 중 2위에 랭크되어 있어 날 더 설레게 했다.

강아지 아이큐 순위

1. 보더콜리
2. 푸들
3. 져먼 세퍼트 독
4. 골든 리트리버
5. 도베르만핀셔

- 미국 애견협회

100종의 강아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위라니, 놀랍지 않은가? '래시'라는 영화를 찍었던 '콜리'종이 16위고, '상근이'로 널리 알려진 '그레이트 피레니즈'종이 64위 이니 말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푸들은 주인에게 '훈련을 빌미로 한 희망고문'을 시작한다. 잘 하던 손, 앉아, 엎드려도 간식을 주지 않으면 귀신같이 눈치를 챈 뒤 딴청을 피우거나, 새로운 훈련을 시키려고 하면 '그냥 그 정도로 만족 못하겠니?'라고 얘기하듯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그때 쯤이면 견주는,

"넌 머리가 좋아. 훈련만 하면 할 수 있는 거야. 해 보자."

라며 어머니들이 주로 쓰시는 "넌 머리가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라는 훼이크를 쓰지만 푸들은,

"네가 간식을 준다기에 잠깐 놀아준 것 뿐이야."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양말이나 장난감들을 찾으러 떠나버릴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푸들은 '나쁜 남자'라고 할 수 있다. 사료나 간식을 꺼내는 소리가 나면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지만 사료와 간식을 모두 먹고 나면 마치 '모르는 사이'가 된 듯 연락(응?)이 없으니 말이다.

아, 위에서 이야기 한 '강아지 아이큐'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개 자체의 지능지수라기 보다는 사람이 명령하고 개가 순응하는 지수를 이야기 하는 것이니 말이다. 가장 아래의 순위를 기록한 '아프간 하운드'의 견주들이 이 글을 보면,

"지금, 우리 개가 바보라는 얘길 하는 거냐?"

라고 할 지 모르지만, '아프간 하운드'는 독자적인 문제해결에 뛰어난 종인 까닭에 사람의 명령에 복종하기 보다는 자체적인 활동에 더 몰두 한다고 한다.


3. 슬개골 탈구의 공포

푸들뿐 아니라 말티즈나 요크셔테리어 등의 소형견들에게 흔하게 찾아오는 '슬개골 탈구'는 푸들을 키우고 있다면 한 번쯤 걱정하게 되는 부분이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무릎'이 빠지는 것인데, 소형견의 경우 주로 선천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며 두 발로 일어서거나 뛰는 행동을 못 하도록 하는 것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일이 없도록 하는 것 정도가 '예방책'이라고 한다. 강아지용 관절 보조제등이 나와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보조제'일 뿐, 현재로서는 진행된 슬개골 탈구에 대한 외과적 수술이 가장 궁극적인 치료방법이라 한다.

외과적 수술에 드는 비용은 동물병원마다 차이가 있으며, 수술 유경험 견주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두 다리 모두 수술할 경우 보통 120만원 정도의 병원비가 든다고 한다. 

간디도 종종 왼쪽 뒷다리를 땅에 짚지 못하고 절룩거리며 걸을 때가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여기저기 문의했을 때 '슬개골 탈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을 들었다. 심한 상태는 아니니 관절 보조제를 먹이고 간디에게 수영을 시켜 무릎쪽을 튼튼하게 만들라고 조언해주는 지인도 있었다.

나도 시리고 아픈 곳 많지만 영양제 하나 없이 근성으로 버티고 있는 마당에, 간디에게 영양제를 사 먹여야 하나 고민하며 간디에게 물었다.

"야, 너 아프냐? 무릎 아파?"

그러자 그 말을 알아 들었다는 듯, 갑자기 간디는 왼쪽 뒷발을 조용히 들었다. 그리곤,

"아, 이거, 목이 간지러워서 긁는 거지 말입니다."

라고 말하듯 뒷발로 목을 열심히 긁어댔다.


이 외에도 배변판 위에서 볼일을 보고 내려와 '아, 맞다. 나 아직 다 안 쌌지?'라며 배변판 아래에 볼일을 한 번 더 보는 '보행배변'의 문제가 있지만, 이는 푸들만의 특징이 아니라 배변훈련을 귀찮아 하는 여러 강아지들의 특성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 좀 만져줘."라고 말하는 듯 손으로 툭툭 건드리거나 슬그머니 머리와 등을 들이미는 '스킨십 요구' 역시 애교 좀 부린다는 강아지들은 대부분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 같다. 지금도 간디는 양말을 물어다 내 발 아래 놔두고, 놀아달라며 내 바짓가랑이를 입으로 물어 당기고 있다. 아름다운 녀석.

자, 그럼, 오늘도 반려동물의 체온을 느끼고 잠시 눈을 맞추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즐거운 순간을 만끽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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