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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명절 지나고 헤어지는 커플들, 왜 그럴까?

by 무한 2011. 9. 15.

친척들에게는 "저 다이어트 중입니다."라며 송편 하나 먹지 않는 비장함을 보여줘 놓고, 집에 돌아와선 정신줄 놓고 산적에 동태전을 흡입했다는 사연이 많았다. 80일 프로젝트에 '다이어트'를 목표로 한 대원들에겐 "야식의 유혹,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매우, 엄청, 늦은 겁니다."라는 얘길 해 주고 싶다. '나 열두 시쯤 잘 건데, 아직 아홉 시니까 괜찮아.'라며 먹었다간 끝장이다. 그건 그렇고,

추석과 함께 연애도 끝났다는 사연을 보낸 대원들도 많았다. 다시 솔로부대에 복귀한 걸 환영한다는 건 훼이크고, 오늘은 그 커플대원들이 왜 무사히 귀경을 못 하고 결국 이별의 차선으로 들어섰는지 함께 살펴보자.


1. 형, 왜 그래?

 

십여 년 전 추석, 할머니댁에서의 일이다. 다들 모여 앉아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니, '오랜만'이라는 느낌도 시장기와 함게 사라졌다. 아직 고스톱을 치기는 이른시간이라, 어른들은 TV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연예인 및 프로그램 품평회(응?)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터울이 많이 지는 친척동생들은, 분에 넘치는 용돈을 한시라도 빨리 써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동네 슈퍼를 찾고 있었다. 그 두 그룹의 사이엔, 용돈을 받을 나이가 지난 친척형들과 내가 있었다. 

우리는 '주변인'답게 할머니댁 주변에서 함께 방황을 하고 있었다. 군입대 시기, 여자친구 유무, 아는 사람 얘기 등을 나누며 '친척근황 데이터 베이스'를 업데이트 하고 있었는데, 한 외종사촌형은 대화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은 채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형, 왜 그래?



내가 물었고, 외종사촌형은 사귄지 80여일 쯤 되었다는 여자친구와의 얘기를 털어 놓았다.

얘가,
전 부치는 거 돕느라 전화 못 받는다고 얘기한 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
연락이 안돼.



이미 눈치를 챈 대원들도 있겠지만, 외종사촌형은 집착증 말기(응?)였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집착증을 앓는 사람들의 시계는 천천히 간다. 그들에게 '이전 연락'과 '다음 연락'의 사이는 낭떠러지다. 연락이 끊기면, 끝 없이 추락한다. 그러다 '다음 연락'이 오면 겨우 발을 디디는데, 발을 디디는 순간 그 연락은 '이전 연락'이 되어버리고, 또 다시 '다음 연락'을 기다리며 추락한다.

그 추락에서 벗어나고자 상대에게 부탁을 하고, 애원을 하고, 화를 낸다. 그 모습이 상대의 목을 조른다는 건 모르는 채 말이다. 외종사촌형도 '부재 중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사용해 상대를 압박하고 있었다. "아직 일하고 있어?"라며 시작한 외종사촌형의 문자는, 시간이 지나며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걱정되니까, 이거 보면 바로 전화해줘."라는 애원으로 바뀌었고, 결국 "내 생각 하기는 해? 아무리 친척들이랑 있더라도, 연락 한 통 해줘야 하는 거 아냐? 기다리는 나는 생각도 안 해?"라는 분노가 되었다. 

명절, 원활 하지 않은 '연락'때문에 다투다 극단의 선택까지 한 대원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집착증을 앓던 대원들은 '상대는 정말 그대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 연락을 하지 않은걸까?'라는 걸, 그리고 상대의 집착에 못 견디겠다는 대원들은 '짧은 문자하나 보냈다면, 상대가 저렇게까지 집착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를 말이다.


2. 명절인사 간 로미오?



명절인사를 드리러 찾아 간 연인의 집에서 '노골적이고 속물적인 질문공세''너란 사람 결사반대'의 통보를 받았다는 사연도 있었다.

먼저, 연인 부모님의 '노골적이고 속물적인 질문공세'에 대해서는 '무조건 이해'하길 권한다. "어떻게 사람을 직업, 연봉, 학력 같은 걸로만 판단할 수가 있나요?"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대원들도 있겠지만, 우리도 종종(혹은, 거의) 그러한 것들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가. 가수 임재범씨와 같은 버스에 탔다면 사진 찍고 트위터에 소식을 전하는 등 난리를 치겠지만, 우리 동네에 사는 김재범(36세, 무직)씨와 같은 버스에 탔다면 신경도 쓰지 앉는 것처럼 말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늘어나는 건 경험이나 연륜만이 아니다. 고정관념도 그와 비례해 늘어간다. 그리고 그 고정관념들은 차곡차곡 쌓여 견고한 퇴적층을 형성한다. 그 퇴적층에 정면으로 맞서는 건, 맨주먹으로 아름드리나무와 싸우겠다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짓이다. 퇴적층은 퇴적층으로 두고, 우리는 그 절벽을 넘어가거나 돌아가야 한다.

'너란 사람 결사반대'에 대해선 전에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듯, 그대 연인의 잘못 때문에 찾아오기도 한다. 우리는 누군가에 대한 선입견을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가지곤 한다. 그런데 그대 연인이 부모님께 그대에 대한 소개를 지혜롭지 못하게 했다면, 부모님이 그대에 대한 울퉁불퉁한 선입견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물론, 그리고 그대가 연인 부모님을 뵈며 보인 '자기소개'가 형편없었기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말이다.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연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런 것들을 충분히 설명했는가? 혹시, 묻기 전까지는 입 꾹 다물고 불편하게 앉아 있다가, 묻는 말에만 겨우 한두 마디 대답한 건 아닌가? 연인 부모님이 직업이나 연봉, 학력에 대해서 물었다고 해서 화만 내지 말고 차분히 생각해 보자. 그 자리에서 그대는 연인 부모님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였을까? 말하고 보여주지 않으면 모르는 게 사람인데, 그대는 연인 부모님이 그냥 다 알아주길 바랐던 게 아닌가? 취업이나 대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던 노력의 반만 들였어도, '결사반대'판정까진 안 갔으리라 생각한다. 

상대에게 화내며 이별을 말하거나, 패배감에 젖어 신세한탄을 하기 전에, 연인 부모님께 다시 한 번 명확한 자기소개를 할 수는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이 외에도, 친척들까지 모인 자리에 함께 했다가 '악동'인 친척 어른의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이별로 번진 사연이 있었다. 어느 집단이든 말 한마디로 사람 속을 뒤집어 놓거나, 생각 없이 말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아닌가. 그저, 잔바람에 뿌리까지 뽑히진 않길 기원할 뿐이다.

자신은 명절선물로 여자친구 집에 한우를 사갔는데, 여자친구는 겨우 사과를 사와서 다퉜다는 커플도 있었다. 그냥 헤어지고 선물은 나한테 보내든지, 화해하고 둘이 나눠 먹든지 하길 권한다.

커플들의 애정싸움을 이 정도만 살펴보기로 하고, 다음 시간에는 명절맞이 소개팅을 한 대원들과 친척들에게 이성을 소개받기로 한 대원들을 위한 소개팅 매뉴얼이 업데이트 될 것을 예고하며, 이만.



▲ 친척들이 소개해준다는 말은 안 하면서, 사귀는 사람 있냐고 묻기만 한 대원들에겐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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