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자신 없다며 떠난 남자, 되돌릴 수 없을까?
전에도 한 번 소개한 적 있는데, 학창시절 친구들을 때리고, 돈을 뺏고, 심부름을 시키던 남자가 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한 뒤 문득 자신이 잘못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괴롭혔던 친구들을 수소문 해 찾아간다. 사과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는 그와 얼굴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며 만남을 거절했다. 학창시절 그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깊은 수치심을 느꼈고 아직까지도 그 상처가 남아있는 친구들은, 그와 어떤 접점도 다시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고, 쪽지를 남기며 친구들을 만나려고 애썼다. 친구들은 만나주지 않았다.
친구의 집까지 찾아갔지만 친구가 대화를 거절하자 그가 한 말이다.
이제야 좀 알 거 같고, 못되게 굴었던 것들이 후회되고, 다시 기회가 온다면 배려하고 아끼며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Y양에게 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다시 만나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소개한 일진 청년이 손가락 하나를 잘라낼 수 있을 만큼 후회를 한다고 해서, 피해자인 친구들의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건 아니잖은가. 남처럼 구는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하고 무서워서 우는 건 그만하고, 지금이라도 남자친구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출발해 보자.
이별에는 잠복기가 있다. 뭐 사달라는 얘기 했다고 바로 헤어지는 거 아니고, 늘 남자친구가 집까지 데려다 주게 만들었다고 해서 몇 주 사귀다 헤어지는 거 아니다. 그런 행동들이 거듭되면 남자친구에겐 부담감과 의무감이 피로처럼 쌓이게 되고, 그렇게 짓눌리다 어느 순간 남자친구는 비명과 함께 이별을 선언하게 된다.
사실, Y양이 한 행동들은 누가 보더라도 이별사유가 되는 까닭에 여기다가 적기도 좀 그렇다.
1년을 넘게 사귀었는데 남자친구 동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면 말 다 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는 Y양에게 빠져있었기에 열심히 퍼줬고, Y양의 동선에 자신을 맞췄다. 그 과정에서 남자친구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는, 헤어진 후 잠깐 다시 연락이 닿았을 때 그가 한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연애 하는 동안 남자친구를 돌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Y양은 남자친구에게 받는 것에 배가 불러 누워 있었다. 게다가 남자친구가 헌신을 하면 할수록 Y양은 "누워 있으니까 졸리네. 나 좀 잘 테니까 이따가 깨워줘." 식의 태도를 취했다.
헤어진 후 남자친구가 Y양의 동네로 찾아와 만났을 때, 그가 털어 놓은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이 동네에 올 일이 없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좀 이상하긴 하더라, 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 말에 Y양은
라는 대꾸를 했다. "난 널 매일 보고 싶으니까, 그런 얘기 하지 말고 예전처럼 와라."라는 의미로 한 말은 아닐 텐데, 왜 끝까지 징징거리기만 하는 건지 참 안타깝다. 습관이 들어서 그런 건지 Y양은 "다시 손 내밀면 내가 언제든 잡겠다. 그러니 생각 다 하고 손 내밀어 주길 바란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남자친구는 Y양의 그런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벼랑까지 몰렸던 건데, Y양은 재회까지도 수동적인 태도로 하려 한다. 난 그 모습이, 남자친구에겐 이별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강하게 심어주었을 거라 생각한다.
데이트를 하고 나면-그것도 늘 Y양 편한 곳에서 데이트를 하고 나면- 꼭 Y양의 집까지 데려다 줬다는 것만 봐도 남자친구가 얼마나 헌신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Y양은 그런 부분들은 죄다 당연한 듯 여긴 채, 늘 남자친구의 애정도만 확인하려 했다. 남자친구가 계속되는 야근으로 피곤해 연락을 잘 못하면 토라지고, 스킨십이 줄어들었다며 그의 마음을 의심했다. 나아가 그런 일들을 지인들에게 털어 놓으며 '남자친구가 다시 헌신하도록 만드는 방법' 같은 걸 찾아내려 했다.
Y양의 고민을 들은 어느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계산기 같은 인간의 전형적인 조언이다. 저런 조언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불만을 품고 있는 부분을 남의 연애를 통해 해소하려 한다. 혹은 본인 스스로 계산기 두드리며 하는 비지니스식 연애에 익숙해져 있는 까닭에 저런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저 '셔터맨'을 희망하는, 꿈도 야망도 없는 남자를 하나 잡아 '가방 셔틀'부터 시키며 길들이는 그런 연애 말이다.
여하튼 Y양은 저 조언을 따랐다. 연애 초반에 느꼈던 감정들이 모두 무뎌진 것 같고, 요즘은 외로움까지도 느껴진다는 뉘앙스의 말을 남자친구에게 했다. 그러면서 헤어지자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라고 답했다. 그제야 사태가 심각해졌다는 걸 깨달은 Y양은 울며 변명했다. 탓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 그저 좀 더 사랑해 주길 바라고 한 말이라고, 헤어지자는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소용없었다. 소용없을 수밖에 없는 게, Y양이 한 짓은 밥 굶고 있는 사람 앞에 두고 반찬투정 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세로로 보나 가로로 보나 헤어지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인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는 자신이 좀 더 열심히 하면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Y양은 이별을 말했고, 남자친구에겐 이 연애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상대가 뭔가를 '용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Y양이 간절한 마음으로 사과를 하는 것으로 풀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이별하고 나니 상대에겐 편하고 홀가분하고 해방된 느낌이 드는 상황이다. 게다가 Y양은 이별 후 몇 번의 기회가 다시 찾아왔지만, 그 기회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여전히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보이고 만 것이다.
Y양은 늘 남자친구가 자신을 바래다주었다는 것을 깨닫고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면 잠깐 다시 얼굴 보게 되었을 때 그 얘기를 꺼내며 사과 하거나, 이번엔 내가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다며 남자친구의 동네까지 갔어야 한다. 하지만 Y양은 그 기회를 놓친 채,
따위의 얘기만 하고 있다. 그 순간마저도 공주대접을 받으려고 했다는 게 놀랍다. 또, "나 때문에 힘들었을 걸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웠다."라는 얘기를 하며 남자친구를 토닥토닥 해줘도 시원찮을 판에, Y양은 이별 후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호소하며 "우리 다시 만나면 안돼?"라는 말로 애걸만 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남자입장에선 Y양의 그런 말들이, "야, 이번엔 장난 안 칠 테니까 다시 빨리 네가 술래 해."라고 들릴 뿐이다. 장난 쳤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계속 남자친구만 술래를 했다는 건데, Y양은 그건 당연하다는 식으로 여기며 "얼른 다시 돌아와서 나랑 놀자."는 이야기만 한다. 마치,
라는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재회하면 다시 술래가 되어야 하는 상황. 어느 남자가 돌아가고 싶겠는가?
저 불공정한 틀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외치거나, 돌아와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건 그저 징징거림의 연장일 뿐이다.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상대를 정성스레 대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상대가 자신 없다고 말해도 "난 자신 있어."라며 말과 행동의 누적으로 감동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Y양은 '그 사람' 보다 '나에게 헌신하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뭔갈 권해주기가 어렵다. 체념의 과정도 여러 번 거쳤고 다른 남자도 만나 봤다는 걸로 미뤄보아, Y양의 현재 상태는 '그와의 재회'를 원한다기 보다는 '그 시절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 같다.
그 시절, 그 남자는 이제 없다.
불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지, 불났던 걸 없던 일로 할 순 없는 법 아닌가. 남남처럼 지내는 이 순간마저도 그와의 페이지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얼른 다음 장을 펼치든가, 아니면 다른 책을 집어 첫 페이지부터 새롭게 읽어나가길 권한다. 참고로 난 끝까지 Y양에게 모진 말은 못하고 달래려고 했던, 그가 참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Y양이라면 오늘 그의 동네로 달려가 등 두드려 주고, 손잡은 채 눈을 보며 차분히 내 진심을 다 말해줄 것 같다.
▲ 있을 때 잘 해야 한다는 건 진리입니다. 당연하다 싶은 것에도 감사하세요.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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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한 번 소개한 적 있는데, 학창시절 친구들을 때리고, 돈을 뺏고, 심부름을 시키던 남자가 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한 뒤 문득 자신이 잘못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괴롭혔던 친구들을 수소문 해 찾아간다. 사과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는 그와 얼굴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며 만남을 거절했다. 학창시절 그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깊은 수치심을 느꼈고 아직까지도 그 상처가 남아있는 친구들은, 그와 어떤 접점도 다시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고, 쪽지를 남기며 친구들을 만나려고 애썼다. 친구들은 만나주지 않았다.
"돌아보면 전 친구들을 다 잃었으니까…. 지금은 친구의 소중함을 느끼고, 후회해요."
"전 좋은 마음으로 (사과하러)온 건데 저러니까(만나주지 않으니까) 짜증나요."
"전 좋은 마음으로 (사과하러)온 건데 저러니까(만나주지 않으니까) 짜증나요."
친구의 집까지 찾아갔지만 친구가 대화를 거절하자 그가 한 말이다.
이제야 좀 알 거 같고, 못되게 굴었던 것들이 후회되고, 다시 기회가 온다면 배려하고 아끼며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Y양에게 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제가 얼마나 간절한지 조금이나마 알아주신다면 꼭 제 사연을 다뤄주세요.
그냥 잊으라는 말은 하지 말아 주시고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냥 잊으라는 말은 하지 말아 주시고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다시 만나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소개한 일진 청년이 손가락 하나를 잘라낼 수 있을 만큼 후회를 한다고 해서, 피해자인 친구들의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건 아니잖은가. 남처럼 구는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하고 무서워서 우는 건 그만하고, 지금이라도 남자친구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출발해 보자.
1. 남자친구를 벼랑으로 미는 여자.
이별에는 잠복기가 있다. 뭐 사달라는 얘기 했다고 바로 헤어지는 거 아니고, 늘 남자친구가 집까지 데려다 주게 만들었다고 해서 몇 주 사귀다 헤어지는 거 아니다. 그런 행동들이 거듭되면 남자친구에겐 부담감과 의무감이 피로처럼 쌓이게 되고, 그렇게 짓눌리다 어느 순간 남자친구는 비명과 함께 이별을 선언하게 된다.
사실, Y양이 한 행동들은 누가 보더라도 이별사유가 되는 까닭에 여기다가 적기도 좀 그렇다.
- 선물 사달라고 조르기.
- 늘 Y양 편한 곳에서만 만나기.
- 연락 먼저 안 하기.
- (신혼집)원룸부터 시작해도 괜찮냐는 말에 뭐 씹은 얼굴로 자신 없다고 답하기.
- 늘 Y양 편한 곳에서만 만나기.
- 연락 먼저 안 하기.
- (신혼집)원룸부터 시작해도 괜찮냐는 말에 뭐 씹은 얼굴로 자신 없다고 답하기.
1년을 넘게 사귀었는데 남자친구 동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면 말 다 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는 Y양에게 빠져있었기에 열심히 퍼줬고, Y양의 동선에 자신을 맞췄다. 그 과정에서 남자친구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는, 헤어진 후 잠깐 다시 연락이 닿았을 때 그가 한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소포로라도 네가 갖고 싶다고 말했던 거 보낼까 생각했었어.
네가 그렇게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건데, 난 그거 하나 못 사주고….
그런데 그러지 않기로 했어. 이제 난 나를 챙기려고."
네가 그렇게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건데, 난 그거 하나 못 사주고….
그런데 그러지 않기로 했어. 이제 난 나를 챙기려고."
연애 하는 동안 남자친구를 돌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Y양은 남자친구에게 받는 것에 배가 불러 누워 있었다. 게다가 남자친구가 헌신을 하면 할수록 Y양은 "누워 있으니까 졸리네. 나 좀 잘 테니까 이따가 깨워줘." 식의 태도를 취했다.
"힘들었어. 나만 널 좋아하는 것 같고….
열심히 하면 될 줄 알고 열심히 했는데, 그럴수록 난 더 외로워지더라."
열심히 하면 될 줄 알고 열심히 했는데, 그럴수록 난 더 외로워지더라."
헤어진 후 남자친구가 Y양의 동네로 찾아와 만났을 때, 그가 털어 놓은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이 동네에 올 일이 없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좀 이상하긴 하더라, 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 말에 Y양은
"정말 여기 다시 안 올 거야? 난 지금도 매일 자기 보고 싶은데…."
라는 대꾸를 했다. "난 널 매일 보고 싶으니까, 그런 얘기 하지 말고 예전처럼 와라."라는 의미로 한 말은 아닐 텐데, 왜 끝까지 징징거리기만 하는 건지 참 안타깝다. 습관이 들어서 그런 건지 Y양은 "다시 손 내밀면 내가 언제든 잡겠다. 그러니 생각 다 하고 손 내밀어 주길 바란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남자친구는 Y양의 그런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벼랑까지 몰렸던 건데, Y양은 재회까지도 수동적인 태도로 하려 한다. 난 그 모습이, 남자친구에겐 이별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강하게 심어주었을 거라 생각한다.
2. 지인들의 조언 따라하다 저지른 일들.
데이트를 하고 나면-그것도 늘 Y양 편한 곳에서 데이트를 하고 나면- 꼭 Y양의 집까지 데려다 줬다는 것만 봐도 남자친구가 얼마나 헌신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Y양은 그런 부분들은 죄다 당연한 듯 여긴 채, 늘 남자친구의 애정도만 확인하려 했다. 남자친구가 계속되는 야근으로 피곤해 연락을 잘 못하면 토라지고, 스킨십이 줄어들었다며 그의 마음을 의심했다. 나아가 그런 일들을 지인들에게 털어 놓으며 '남자친구가 다시 헌신하도록 만드는 방법' 같은 걸 찾아내려 했다.
Y양의 고민을 들은 어느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걔 마음이 식은 거 아니야?
아무리 요즘 회사 일 바쁘다고 해도 연락 한 번 할 시간이 없어?
더 바빠도 연락 잘 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애정이 있으면 밥 먹거나 화장실 가는 시간에 톡이라도 하나 보냈겠지.
계속 만나는 게 맞는지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봐.
헤어질 것처럼 얘기 꺼내보고, 그때 걔가 너 잡나 봐봐. 안 잡으면 헤어지고."
아무리 요즘 회사 일 바쁘다고 해도 연락 한 번 할 시간이 없어?
더 바빠도 연락 잘 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애정이 있으면 밥 먹거나 화장실 가는 시간에 톡이라도 하나 보냈겠지.
계속 만나는 게 맞는지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봐.
헤어질 것처럼 얘기 꺼내보고, 그때 걔가 너 잡나 봐봐. 안 잡으면 헤어지고."
계산기 같은 인간의 전형적인 조언이다. 저런 조언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불만을 품고 있는 부분을 남의 연애를 통해 해소하려 한다. 혹은 본인 스스로 계산기 두드리며 하는 비지니스식 연애에 익숙해져 있는 까닭에 저런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저 '셔터맨'을 희망하는, 꿈도 야망도 없는 남자를 하나 잡아 '가방 셔틀'부터 시키며 길들이는 그런 연애 말이다.
여하튼 Y양은 저 조언을 따랐다. 연애 초반에 느꼈던 감정들이 모두 무뎌진 것 같고, 요즘은 외로움까지도 느껴진다는 뉘앙스의 말을 남자친구에게 했다. 그러면서 헤어지자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사실 나도 이별을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집과 내 형편 때문에 네가 원하는 연애나 결혼은 못 할 것 같다.
그리고 외롭다는 거, 그 외로움을 내가 채워줄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집과 내 형편 때문에 네가 원하는 연애나 결혼은 못 할 것 같다.
그리고 외롭다는 거, 그 외로움을 내가 채워줄 수 없을 것 같다."
라고 답했다. 그제야 사태가 심각해졌다는 걸 깨달은 Y양은 울며 변명했다. 탓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 그저 좀 더 사랑해 주길 바라고 한 말이라고, 헤어지자는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소용없었다. 소용없을 수밖에 없는 게, Y양이 한 짓은 밥 굶고 있는 사람 앞에 두고 반찬투정 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어려운 형편 가운데서 짜낸 미래계획 -> 궁상맞게 살긴 싫어.
하루 네 시간 자며 출근하는 상황 -> 연락은 왜 안 해? 나 외롭게 할 거야?
늘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있는 연애 -> 날 정말 사랑한다면 이것도 해줘.
하루 네 시간 자며 출근하는 상황 -> 연락은 왜 안 해? 나 외롭게 할 거야?
늘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있는 연애 -> 날 정말 사랑한다면 이것도 해줘.
세로로 보나 가로로 보나 헤어지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인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는 자신이 좀 더 열심히 하면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Y양은 이별을 말했고, 남자친구에겐 이 연애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3. 이별 후에도 계속되는 실망.
상대가 뭔가를 '용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Y양이 간절한 마음으로 사과를 하는 것으로 풀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이별하고 나니 상대에겐 편하고 홀가분하고 해방된 느낌이 드는 상황이다. 게다가 Y양은 이별 후 몇 번의 기회가 다시 찾아왔지만, 그 기회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여전히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보이고 만 것이다.
- 헤어지자고 한 건 욱해서 한 말인데, 왜 욱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기.
- 여전히 가지고 있는 감정을 과거형인 "좋아했었는데."등으로 말하기.
- 잠깐 만나 얼굴 보게 되었을 때, 바래다주나 안 바래다주나 보기.
- 수동적인 태도로 "우리 다시 만나면 안돼?"라고만 묻기.
- "난 다시 자기 만나면 좋을 것 같아."식의 '내 감정' 위주의 이야기하기.
- 상대에게도 노력 할 준비가 되면 말해 달라며 책임을 반쯤 떠넘기기.
- 여전히 가지고 있는 감정을 과거형인 "좋아했었는데."등으로 말하기.
- 잠깐 만나 얼굴 보게 되었을 때, 바래다주나 안 바래다주나 보기.
- 수동적인 태도로 "우리 다시 만나면 안돼?"라고만 묻기.
- "난 다시 자기 만나면 좋을 것 같아."식의 '내 감정' 위주의 이야기하기.
- 상대에게도 노력 할 준비가 되면 말해 달라며 책임을 반쯤 떠넘기기.
Y양은 늘 남자친구가 자신을 바래다주었다는 것을 깨닫고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면 잠깐 다시 얼굴 보게 되었을 때 그 얘기를 꺼내며 사과 하거나, 이번엔 내가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다며 남자친구의 동네까지 갔어야 한다. 하지만 Y양은 그 기회를 놓친 채,
"정말 헤어질 생각을 한 건지, 정류장에서 냉정하게 절 돌려보내더군요.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집까지 데려다 주던 남친이었는데…."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집까지 데려다 주던 남친이었는데…."
따위의 얘기만 하고 있다. 그 순간마저도 공주대접을 받으려고 했다는 게 놀랍다. 또, "나 때문에 힘들었을 걸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웠다."라는 얘기를 하며 남자친구를 토닥토닥 해줘도 시원찮을 판에, Y양은 이별 후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호소하며 "우리 다시 만나면 안돼?"라는 말로 애걸만 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남자입장에선 Y양의 그런 말들이, "야, 이번엔 장난 안 칠 테니까 다시 빨리 네가 술래 해."라고 들릴 뿐이다. 장난 쳤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계속 남자친구만 술래를 했다는 건데, Y양은 그건 당연하다는 식으로 여기며 "얼른 다시 돌아와서 나랑 놀자."는 이야기만 한다. 마치,
남친 - 너랑 놀면 내가 또 술래 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
Y양 - 그래서 나랑 안 놀 거야? 난 너랑 놀고 싶은데?
Y양 - 그래서 나랑 안 놀 거야? 난 너랑 놀고 싶은데?
라는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재회하면 다시 술래가 되어야 하는 상황. 어느 남자가 돌아가고 싶겠는가?
저 불공정한 틀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외치거나, 돌아와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건 그저 징징거림의 연장일 뿐이다.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상대를 정성스레 대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상대가 자신 없다고 말해도 "난 자신 있어."라며 말과 행동의 누적으로 감동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Y양은 '그 사람' 보다 '나에게 헌신하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뭔갈 권해주기가 어렵다. 체념의 과정도 여러 번 거쳤고 다른 남자도 만나 봤다는 걸로 미뤄보아, Y양의 현재 상태는 '그와의 재회'를 원한다기 보다는 '그 시절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 같다.
그 시절, 그 남자는 이제 없다.
불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지, 불났던 걸 없던 일로 할 순 없는 법 아닌가. 남남처럼 지내는 이 순간마저도 그와의 페이지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얼른 다음 장을 펼치든가, 아니면 다른 책을 집어 첫 페이지부터 새롭게 읽어나가길 권한다. 참고로 난 끝까지 Y양에게 모진 말은 못하고 달래려고 했던, 그가 참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Y양이라면 오늘 그의 동네로 달려가 등 두드려 주고, 손잡은 채 눈을 보며 차분히 내 진심을 다 말해줄 것 같다.
▲ 있을 때 잘 해야 한다는 건 진리입니다. 당연하다 싶은 것에도 감사하세요.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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