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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금요사연모음] 이해 못하겠다는 여자 외 1편

by 무한 2013. 2. 22.
[금요사연모음] 이해 못하겠다는 여자 외 1편
매뉴얼로 발행하긴 어딘가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자꾸 눈에 밟히는 사연
들을 모아 소개하는 시간. 금요사연 모음의 시간이 돌아왔다.

'자기가 잘못 해놓고 헤어지자는 얘기도 자기가 하는 남자친구'를 이해 못하겠다는 사연이 있었다. 그런데 난 그 남자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사연을 보낸 K양은 내가 이전 매뉴얼에서 말한 '잘못한 사람 코너로 몰아넣고 분 풀릴 때까지 패는 여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걸 K양의 지혜롭지 못한 대처 때문에 벌어진 일 만으로 여길 순 없다. 갈등의 원인을 계속 제공한 것은 K양의 남자친구이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이상한 짓(응?)들만 하지 않았어도 애초에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렵다. 어차피 결정은 K양이 하는 거고 책임도 K양이 지는 것이니, 여기다가는 둘의 문제를 각각 다른 시선에서 본 이야기를 적어둘까 한다. 출발해 보자.


1-1. K양의 융단폭격.


K양처럼 상대에게 비난을 퍼부으면, 그 어떤 남자도 살아남지 못한다.

K양 - 믿음이 흔들렸어. 그리고 오빠 때문에 계속 이러는 것도 진절머리 나.
남친 - 정말 염치없지만, 한 번만 더 믿어줘. 진심으로 미안해.
K양 - 지난달에도 똑같은 얘기를 했지.
남친 - 한달 간 내가 변하려고 노력했던 거 너도 알잖아. 정말 미안해.
K양 - 노력? 그건 다른 커플들이라면 당연하게 하는 일인데?
남친 - 그래. 하지만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려 노력했다는 건 좀 알아줬으면 해.
K양 - 뭘 얼마나 노력했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오빠가 뭘 얼마나 했는데?
        이벤트를 한 것도 아니고, 인형도 내가 노래를 불러서 겨우 받았던 거 아냐?
남친 - 흠... 내가 너에게 행복을 못 줬나 보구나... 
         하지만 우리 웃고 서로 즐거워하던 시간들도 분명 있었잖아...
         그런 건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들만 얘기하면... 사실 좀 섭섭해.
K양 - 섭섭하다고? 내가 오빠 땜에 쏟은 눈물을 생각해 봐. 그런 말이 나오나.
남친 - 미안해. 그런데 나도 너의 날 선 말들 때문에 상처 받은 적이 있었어.
K양 - 아 그래? 상처? 참나. 나 땜에 힘들었겠네?
남친 - 하... K양아. 내가 정말 미안해서 사과하고 이렇게 용서를 구하는 거잖아.
K양 - 오빤 늘 이런 식이지. 일 저질러 놓고 사과하고 용서해 달라고 하고.
        모르겠다. 또 울고 마음 아파할 일들만 남았다는 생각도 들고...
        오빠랑 사귀면서 계속 이런 일들만 일어나는 게 짜증나고 겁난다.
남친 - 나랑 함께 했던 시간이 다 악몽 같았나 보구나.
         미안하다.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K양 -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남친 - 나와 함께한 시간 자체가 고통이기만 했다는데...
         더 이상 내가 뭘 해도 안될 것 같아.
         그리고 지금 네 행동...
         헤어지자는 말을 못 하겠으니까 나보고 하라는 것처럼 느껴지네..
K양 - 웃기지 마. 난 헤어지자고 말한 적 없어. 그 얘긴 오빠가 지금 꺼낸 거지.
        미안하다, 잘못했다, 그 얘기 말고 내 마음을 풀어주려고 오빠가 어떤 노력을 했어?
남친 - 만나자고 해도 싫다고 하고, 전화 하면 안 받고, 나도 방법이 없었잖아.
K양 - 오빤 만나서든 전화로든 미안하단 소리만 할 게 뻔하니까.
        그럼 또 내가 거기에 마음이 풀려서 넘어가고,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지겠지. 
        난 저번에 진짜 그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오빠한테 기회를 줬던 거야.
        그런데 이제 좀 알겠다. 헤어지자는 말을 쉽게 하는 걸 보니, 마음이 없었던 거네.



저건 그냥 함께 자취하는 친구에게 "넌 자취방에 와서 밥만 축내고 하는 일도 없잖아. 너랑 같이 사는 게 지옥 같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앞으로 잘 하겠다며 용서를 구하다가, 결국 "미안해. 내가 나갈게."라고 답하고 만다. 그러면 또 거기에 대고 "것 봐. 집에 간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는 걸 보니, 애초부터 넌 우리가 같이 자취하는 것에 마음에 없었나 보네."라고 말하는….

그렇게 서로를 비난하는 싸움을 한 뒤엔, 화해를 하더라도 눈치 보는 일밖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2주 정도는 바짝 긴장해 어떤 형태로든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그 후로는 의무감만 남은 관계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너랑 함께 했던 시간들이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따위의 말이 마음에 상처로 남아, 상대는 여전히 지금도 그러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웃는 얼굴을 봐도, 그 뒤엔 불만이 가득 할 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1-2. 그런데 말입니다.


K양이 앞으로 부드러운 태도로 상대를 대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 K양의 남자친구가 전형적인 마초라는 사실이다. (마초는 흔히 '단무즤'로 불리기도 하는데, 단순, 무식, 즤랄의 뜻을 가지고 있다.) K양은 사연에

"이별이란 말을 뱉어버린 사람을 믿고 미래를 꿈꾼다는 게 두렵습니다."


라고 적었는데, 사실 난 뭘 뱉고 어쩌고 한 것 보다 남자친구가 '마초'라는 사실이 더욱 두렵다. K양이 사연에서 표현한 대로 '진짜 상대의 머리통 한 대 갈겨주고 싶을 때'가 꽤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의 저 다툼 역시, 남자친구가 친구와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 불러 논 것이 걸려 발생한 일이다. 

저 위에서 말한 K양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남자친구의 과격하고 거칠며 여자친구에게는 무신경한 태도 때문에 K양의 눈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K양도 뭐가 제일 옳은 답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나는 관계고, 또 상대가 노력한다고 할 때는 얼마간이라도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느끼니 헤어질 생각은 없다. 

이전의 이야기들까지 사연에 적었다면 좀 더 깊게 살펴봤겠지만, K양은 오로지 "제가 예민하게 구는 건가요? 아니면 남자친구가 이상한 건가요?"라는 것만 물어봤으니 여기까지만 적도록 하겠다. 둘은 지금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한 상태며, K양은 헤어질 생각이 없다. 아마 이번 주말쯤 만나 화해를 할 것으로 보이며, 경칩(3월 5일)까지는 긴장의 끈을 바짝 당겨 잘 지낼 것 같다. 

거짓말 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남자가, 자신은 맥주 먹고 친구네 집에서 잔다고 거짓말을 한 채 …. 얘기를 더 하면 둘의 연애에 초치는 소리만 할 것 같아 여기서 급히 끊는다.


2. 내향적인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


그다지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 커플이지만, 염려되는 게 딱 하나 있다. J양이 연애를 위해 상대 몫의 노력까지를 다 하려 든다는 점이다. 남자친구가 불편해 할 만한 것은 하지 않으려 하고, 이전 여자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땠는지를 물은 뒤 그 여자친구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한다. 또, 자신의 바람(바램)이 약간이라도 남자친구에게 부담이 되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입 밖으로 내기 전에 스스로를 단속해 삼켜 버린다.

먼저, 남자친구에게 J양이 '완벽하게 편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약간의 '불편함'이라고 생각하는 그것의 다른 이름은 긴장감이다. 그게 다 사라지고 '완벽하게 편한 사람'이 되어 버리면, 익숙해져 버리고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해 지는 까닭에 태만해 지고 만다. 소중함과 고마움을 이따금 다시 깨닫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감정이니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전 여자친구들과의 관계를 물은 뒤, 그것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행위는 말리고 싶다. 늘 얘기하지만 대부분의 이별은 쌍방과실로 발생한다. 그런데 그가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이야기 하는 것을 가지고 거기에 자신을 맞춰 나가면, 상대는 그저 자기 편한 대로 마음껏 지내도 괜찮아져 버린다. 기쁨은 즐겁게 나눌 수 있지만 고민이나 슬픔을 나누긴 피곤하다고 하면,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아야지 뭐 하러 연애를 하는가. 남자친구가 원하는 '여성상'에 다 맞추다 보면, 남자친구 방에 있는 하나의 정물이 되고 만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그냥 그 자리에 놓여 있고, 말을 하지 않으며, 원할 때 언제든 꺼낼 수 있는 그런 정물 말이다. 

남자친구가 데이트를 휴식과 힐링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는 얘기에 대해서는, 마음이 없거나 애정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일반적으로 남자에게 휴식과 힐링은 말 그대로 쉬는 거다. 움직임이 제외된 형태란 얘기다. 그렇다고 평일은 일 마쳤으니 쉬고, 주말엔 피곤하니 쉬고, 공휴일은 간만에 돌아온 것이니 쉬고, 그러다 보면 애정에 이끼가 낀다. 꽃단장해야 할 수 있는 데이트 말고, 찜질방에 가서 서로 발마사지 해주는 정도의 데이트도 즐겨보길 바란다.

이렇게 적고 보니 독자들이 J양의 남자친구가 연애에 이기적인 태도를 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절대 그런 건 아니다. 충실한 남자다. 다만 J양이 '혹시 나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닐까?'라는 시각으로 남자친구를 바라보니, 아주 세밀한 부분에서까지 염려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겁을 먹곤 '혹시 내가 불편하게 하나?', '내 얘기가 어쩌면 투정처럼 들리지 않을까?'라며 살짝 불안해하고 있는 중이고 말이다. 

혹시 상대의 발을 밟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탱고를 추면, 자연히 경직되고 그 순간이 스트레스가 되고 마는 법이다. 걱정이 너무 많다. 발 밟히거나 밟아도 괜찮으니, 마음껏 연애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연봉 1억 남친'의 사연을 보낸 M양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M양이 하고 있는 건 연애가 아니다. 핸드폰 검사하고, M양의 말 다 무시하고, 툭 하면 헤어지자고 말 하는 그는 M양의 '남친'이 아니라 '주인'이다. M양이 복종하지 않으면 언제든 이별하게 되는 관계인데 무슨 조율을 할 수 있겠는가.

사육당하고 있으니 짜증나고, 비참하고, 힘에 부치는 건 당연하다. 지금까지 '그래도 그가 나보다 잘났으니까'라며 열심히 버티기만 한 것 아닌가.

"제 마음이 힘들어진 상황에서도 노력해야 하는 건 저 자신이고,
호소를 해도 남자친구는 절 그냥 내팽개칠 뿐입니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걸 깨달았다면 즉시 유턴해서 나와야 한다. 그 길로 가면 뭐가 나오는지 끝까지 가보겠다고 했던 선배대원들이, 나이와 주름만 는 채 빈털터리로 돌아왔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그녀가 절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부담 보다는, 존재도 모른다는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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