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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썸녀에게 다가가려는 남자들, 주의해야 할 점은?

by 무한 2013. 5. 22.
썸녀에게 다가가려는 남자들, 주의해야 할 점은?
세 남자의 연애사연인데, 요점만 골라내 매뉴얼 하나로 살펴볼까 한다. 셋 다 헛발질만 하지 않으면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사연들이다.(요점만 살펴보는 까닭에 자신의 이야긴지 모를 수 있으니, 메일주소 첫 글자로 각 제보자를 호칭하겠다. 1번은 J씨, 2번은 Y씨, 3번은 L씨의 사연이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 넓히는 건 그만 하고, 깊게 파자.


우선 J씨에겐 연락의 빈도를 늘리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말을 걸어 잠깐 대화 하는 것으로는 친해지기가 힘들다. 그건 마치 매주 월요일에만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 그런 식으로 운동을 하면 일 년이 지나도 초콜릿 복근을 보기 힘들 것 아닌가. 5월 4일에 대화 한 뒤 그 다음 대화가 5월 16일이라는 것에서 난 할 말을 잃었다.

J씨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제가 7개월 전에 한 번 그녀에게 부담스럽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서…."


걱정하지 말자. 상황이 변했다. 어제 부담스러웠다 하더라도 오늘 대화가 잘 통하면 바뀔 수 있는 게 이미지고, 지금은 J씨가 지방에서 서울로 취직을 한 까닭에 '강제 집착 방지 효과'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취직 전 같은 동네에 있을 때에는 그녀에게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라고 물으니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주말에나 겨우 약속을 잡을 정도로 J씨의 생활이 빡빡해지지 않았는가. 그 물리적인 장애가 오히려 J씨에겐 도움이 되어 꽤 긴 시간 그녀에게 달려들지 않고 대화할 수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든 크게 부담스럽지 않으니, 우선 연락이 빈도부터 높여가길 권한다.

연락해서 대화를 나눌 때에는 지금보다 질량이 높은 이야기들을 나눠야 한다. 지금은 안부 묻기로 시작해 농담 좀 하다가 대화를 마치는 수준인데, 앞으로는 한 번에 여러 이야기를 하려 하지 말고 그녀의 이야기를 붙들자.

"저 호주에 잠깐 산 적 있거든요."


상대가 저런 이야기를 했다면, 이후 대화의 주제는 그녀의 호주생활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J씨는 "아 그래? 부럽네. 나도 외국에 나가서 좀 살고 싶다. 아 근데, 전에 말했던 미드가 뭐지? 나 미드 좀 보려고 하는데."라며 화제를 바꿔 버린다. 그녀의 기호를 알아내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건 두 번째로 중요한 거고 첫 번째는 '현재 그녀가 하는 말'이다. 내가 J씨와 친해지려고 한 달 내내

"J씨는 무슨 색을 좋아하시나요?"
"J씨는 어떤 음식이 제일 좋아요?"
"J씨가 즐겨 듣는 음악은? 추천해줄 만한 거 있나요?"



따위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보자. 저 물음에 대한 대답을 다 얻어 냈다고 J씨를 잘 알게 되는 건 아니잖은가. J씨의 대답을 통해 그냥 기호를 넓게 알게 되었을 뿐이다. J씨의 1000문 1000답을 내가 외우면, 우리는 친한 사이가 된 걸까?

집안 얘기 하나만 나와도 그 주제 안에서 다양한 대화가 가능하다. 남동생, 여동생과의 관계는 어떤지, 장녀라서 겪는 고충은 없는지, 가족여행은 언제 다녀왔는지, 닭을 시켜 먹을 땐 가족 중 누가 다리와 날개를 먹는 지, 친가와 친한지 외가와 친한지 등,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걸 '아, 장녀구나.' 정도로 파악을 끝낸 뒤 영화 얘기로 옮겨가지 말고, 오늘부터는 좀 더 진득하게 대화를 나눠보자.

하나 더. 연락은 상대가 한가할 시간에 하자. 상대가 알바 할 시간에 톡 보내놓고, 답장이 없다고 초조해 하다가 대충 인사 하며 대화를 마무리 짓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나라면, 그녀가 알바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요즘 세상이 흉흉하니 집에 도착할 때까지 통화하자며 구실도 대기 좋지 않은가. J씨를 향한 상대의 반응은 현재 99.82% 긍정적이니, 겁먹지 말고 연락하자. 


2. 기대하지 말고, 쉽게 확신하지 말자.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하는 남자들이 종종 있다.

"썸녀랑 같이 스탠딩 콘서트 보러 갔거든요.
그런데 자리를 옮기자고 하면서 제 팔을 잡아끌더라고요.
잠깐 잡은 게 아니라 거의 붙잡다시피 한 건데,
이 정도 스킨십을 했다는 건, 썸녀도 제게 마음이 있다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남녀칠세부동석'의 사고를 하는 여자가 팔목을 잡았다면 그건 큰 의미를 갖는 일이지만, 클럽에서 부비부비 하며 노는 걸 이상하지 않게 생각하는 여자가 팔목을 잡았다면 그건 '방향지시'의 의미밖에 가지지 못한다.

Y씨의 썸녀는 이성과 대화를 하거나, 만나거나, 함께 밥을 먹거나 하는 것에 별 거부감이 없는 타입이라는 얘기를 먼저 해주고 싶다. 모태솔로에 가까운 Y씨는 상대의 그 '이성을 대하는 자연스러운 태도'를 전부 '관심'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상대가 동호회의 다른 남자와도 어렵지 않게 하는 행동들이다.

Y씨처럼 상대의 행동을 오해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첫째, 나중에 상대가 다른 사람에게도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어장관리녀'로 모는 문제다. Y씨의 썸녀는, Y씨를 '동호회의 친한 오빠'라고 생각해 밥 먹고 연락하고 함께 술 마시는 것 정도의 친분을 맺고 있는 중인데, Y씨는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 때문에 나중에라도 썸녀가 다른 남자 동호회원과 밥 먹었다는 얘기를 하면 배신감에 몸을 떨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기대하지 말자. 지금 둘은 Y씨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순식간에 가까워지지 않았는가. 그건 8할이 상대의 친화력 덕분이다. '붙임성 좋고 낯가리지 않는 여성 동호회원'정도로 생각하며 기대치를 낮추길 권한다.

둘째, 친근감을 표시하는 상대에게 스킨십을 시도하는 문제다. 이건 이미 Y씨가 한 번 저질렀다. 저녁 같이 먹자고 하는 말에 거절하지 않고,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해도 싫어하지 않으니, Y씨는 자연히 '진도를 더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라며 상대의 손을 잡았다. 상대는 "우리가 무슨 사인데?"라며 Y씨가 잡은 손을 뺐다. 난 Y씨가 나쁜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님을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가 보기엔 어땠을까? 밥 먹자고, 혹은 술 마시자고 불러내 스킨십 시도하는 남자로 보이지 않았을까? '내가 뭐 하자고 해도 거절하지 않으니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게 확실하다.'라며 쉽게 확신을 한 까닭에 결국 되돌리기 쉽지 않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현재 Y씨는 상대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거의 확신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작은 실수 하나로 이 관계가 엎질러 질 수 있다는 긴장을 늦추지 말길 바란다. 

하나 더. 리액션에 들뜨지 말고 1절만 하자. Y씨는 취미가 요리인 까닭에 자꾸 자신이 한 요리 사진을 상대에게 보내는데, 그러지 말자. 요리하는 남자에 흥미를 가지는 여자가 있는 반면, 전혀 감흥이 없는 여자도 많다. 감흥이 있다 하더라도 "(사진)(사진) 둘 중에 어느 게 더 나아?"라며 답정너의 카톡이 계속되면 지겨워 진다. 둘의 카톡을 천천히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상대가 1차적인 리액션 외에 Y씨의 요리에 대해 길게 이야기 한 적 있는가?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Y씨가 '본격 요리사'로 돌변하는 까닭에 대화는 지루해지고 말 뿐이다.

이러다가 곧 Y씨가 '그녀를 위한 도시락'같은 걸 준비할까봐 하는 얘기다. 도시락은, 연애를 시작하고 100일 정도 되는 기념일이 되었을 때 선사하길 바란다. 쿠키도 마찬가지다. 맛있어서 내가 종종 해 먹는 쿠키를 상대에게 나눠 주는 건 별로 문제가 안 되는데, 그저 남에게 주기 위해 굽는 쿠키는 문제가 된다. '나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남자야.'와 '널 위해 쿠키를 구웠어.'가 계속 되면, 부담스러워진다. 작년 이맘때쯤 Y씨가 내게 보낸 사연에는 딱 지금과 똑같은 행동으로 인해 "부담스러워요."라는 말을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설마 잊은 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길 바란다.


3. 하던 대로 하자.


L씨의 사연은, 세 사연 중 썸녀의 적극성이나 호감은 가장 높지만,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일 낮은 사연이다.

L씨는 눈치 없기로 휴전선 이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인 것 같다. 누가 봐도 썸녀의 행동은 L씨를 짝사랑하는 여자의 행동이다. 썸녀가 과제를 핑계로 L씨에게 접근한 것에 대해, L씨는

"저는 처음엔 그분에게 별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남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처리하려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했다. 순도 100%의 이과생이라고 할까. 같이 커피를 마시면, "미진씨가 드신 거 5500원이지만, 제 포인트 카드로 적립한 게 있으니 5400원만 저 주시면 됩니다."라며 더치페이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L씨의 가장 큰 문제는 만날수록 환상이 깨진다는 점이다. L씨와 썸녀는 주로 만나서 대화를 하는 까닭에,  어떤 부분 때문에 환상이 깨지는 지를 내가 콕 찝어 말하기가 어렵다. 사연에 적힌 부분에서만 찾자면 아래와 같다.  

"전화통화를 해야 더 가까워진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분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저는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말을 처음 해 보는 거라 무척 어색했습니다.
그렇게 통화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선후배로 지내자는 톡이 오더군요."



하던 대로 하자. 자신에게 익숙한 대로 행동을 해야 본인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법이다. 이성과 전화통화를 해 본 적 없어서 할 말이 없고 당황스러우면, 그냥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기에 일부러 '어색한 척'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L씨는 대체 왜 생전 해 본 적 없는 이상한 얘기들을 늘어놓는가. 그건 냉면 전문점 사장이, 앞 건물 커피숍이 잘 되자, 자신의 냉면집에서도 카페모카와 카푸치노를 팔기 시작한 것과 똑같은 거다. 자신의 포지션을 생각하지 않은 채 무작정 남이 하는 걸 따라했다간 그런 참사가 일어날 수 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더 친해지기 위해 뭔가 노력하고 싶다면, 저 위에서 말한 '깊게 알아가기'를 시행하면 된다. 둘은 알게 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일주일에 3~4번은 만나는 사이다. 하지만 여전히 L씨는 상대가 주말에 뭘 하는지, 요즘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누군가 L씨에게 "그녀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었을 때, 1시간 정도는 거뜬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에 대한 의미를 형성해 두길 바란다. 그리고 그 중 '그녀의 장점'에 대해서는 직접 그녀에게 '칭찬'으로 들려주자.


마지막으로 셋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를 하나 해주고 싶다. 상대에게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거나 상대를 위해 뭔가를 해 주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 노력이 모두 상대의 호감으로 치환되는 게 아니다. 상대 과제를 대신 해 주거나, 상대에게 도시락 한 번 싸준 적 없이, 그냥 정류장까지 함께 걸어간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까워 질 수 있는 게 남녀관계다.

그리고 그대의 필살기는 아껴뒀다가 정말 필요할 때 사용하자. 고교시절 내 친구 중에 미대를 지원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썸녀가 생기면 그녀의 초상화를 그려서 줬는데, 초반부터 초상화를 앞세워 끝까지 초상화로 밀고 나갔다. 옆에서 보고 있기가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모른다. 그는 친구들도 멀리한 채 밤낮으로 썸녀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걸 받아보고 기뻐할 썸녀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썸녀는 그 친구에게 더 이상 초상화 그리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이 학원차를 타고 집에 가는 타 학교 남자와 사귀었다. 친구는 대학에 진학한 후 다른 여자와 연애를 했는데, 그 연애 역시 '커플 홈피'를 만든다고 방학 내내 집에 틀어박혀 웹디자인 공부를 하다가 물거품이 되었다. 이 친구와 비슷한 연애의 수순을 밟던 친구 중에, 커플링 한다고 노가다 하다가 연락 안 될 때가 많아 헤어진 친구도 있는데, 여하튼 엄하게 에너지 낭비 하느라 정작 중요한 걸 놓치는 실수는 하지 말길 바란다.



▲ RSS 업데이트가 안 되는 문제는 오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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