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모] 바람난 남친에게 연락하려는 여자 외 2편
"난 바람피우는 걸 증오해. 내 예전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워서 헤어졌어."라고 말하는 남자라고 해서 바람을 필 확률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늘 얘기하지만 말은 그냥 말일 뿐이다. 내게 도착하는 사연 중엔, 저런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나, 남들보다 집요하게 이성관계를 단속하던 사람들이 바람을 피운 사례가 많다.
아직 꼬꼬마에 속하는 여성대원들 중엔 "어떻게 가장 증오한다고 한 일을 본인이 할 수 있는 거죠?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워 상처가 있다는 사람이, 어떻게 절 놔두고 다른 여자랑 바람이 날 수 있죠?"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다. 그녀들에겐
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오늘의 첫 사연은 '바람난 남친에게 연락하고 싶다'는 L양이다.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상대가 바람을 피운다는 걸 확인한 뒤 L양이 상대에게 한 비난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남자친구 캘린더에서 "현주(다른 여자)랑 7일♥"이라는 문구를 발견하면, 누구라도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둘 모두를 구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둘이 함께 쓰던 웹하드에 둘의 사진은 다 지워지고,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찍은 사진이 올라가 있다면, 욕을 퍼부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L양이 했다는 그 '진상 짓'은 사실 매우 젠틀한 편이다.
난 L양이 상대에게 '맹비난'을 했다고 해서 따귀를 올려붙이거나 욕이라도 한 줄 알았는데, 위에서처럼 깔짝깔짝 간지럽힌 정도가 전부다. 그것도, 전화도 아닌 카톡으로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남친은 만날 필요도 없고 만나서도 안 된다.
그 마음은 잘 알겠다. 뭔지 알겠는데, 현재 상황에서 L양이 연락을 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상대가 바람을 피운 가장 큰 원인은, 자만심이 살쪘기 때문이다. 상대가 바람을 피우기 얼마 전, L양은 상대에게
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둘의 관계는 기울어져 있었으며, L양은 상대가 조련한 대로 다른 이성과의 관계를 모두 단절한 채 오로지 상대에게 의존했다. 끊임없이 옆으로 다가와 놀아 달라고 툭툭 쳐대는 강아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한두 번은 귀엽다며 쓰다듬어 주겠지만, 쉴 새 없이 다가와 놀아달라고 하면 자연히 짜증이 날 것이다.)
남친이 했던 과거의 모든 이야기는 이제 유효기간이 지났다. L양은 그 말들을 계속 부여잡고 있는 것 같은데, 바람피우는 게 들키기 전 그가
라고 말하긴 했다. 아마 L양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양다리 모드로 두 사람 모두를 만나고 있을 것이다. 절대 괜찮은 남자가 아니다. 그는 사회생활이 힘들다는 것 앞세워 시간을 벌어 놓고, 그렇게 번 시간 동안 '다른 여자'도 함께 만나려 했던 거다.
내가 콧물연기 한 번 보여줄까? 왼쪽 콧구멍에서만 힘없이 주르르 콧물을 흘리는 정말 슬픈 연기? 그건 가식과 위선을 뜻하는 '하마의 눈물(응?)'이라 할 수 있다. 괜히 말 걸어 상대의 자만심만 더 살찌게 만들지 말고('역시 얜 나 아니면 안 되는 애네. 내가 바람을 피웠는데도 나한테 매달리잖아.'라는 생각), 악어는 악어대로 살게 내버려 두길 권한다.
Y양 같은 여자를 만나면, 남자는 왕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남자라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Y양과 헤어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우선, 데이트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는 점이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다. 쉬는 날에 배고플까봐 찾아와서 밥까지 사주는 여자. '여자친구'가 아니라 '지갑'이라 생각하며 옆에 둘만 하다. Y양의 남자친구는 이미 이런 생활에 찌들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Y양은 화내는 일도 없이 남자친구의 저 말을 웃으며 받아준다. 남자는 배가 부르다 못해 이젠 늘어져서, 찾아온다는 Y양을 막기도 한다.
저 말을 듣고 그저 서운해 할 뿐인 Y양이 놀랍다. 서운함을 표시하자 남친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건 '입장 차이'같은 게 아니라, Y양이 완전히 '호갱님' 취급을 당하고 있는 거다. 남자친구가 카톡대화에 성의 없이 임하자, Y양은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Y양은 전생에 하녀였던 걸까?
헤어지자. 둘은 현재 연인이라기보다는 '갑-을'의 관계다. 모든 걸 상대에게 맞춰줘야만 사랑받을 거라 생각하는 Y양이, 상대를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데이트 할 때 Y양이 돈만 안 써도 이 연애는 일주일 내로 끝날 것이다. Y양 부모님께서 "만나면 만날수록 걔는 별론 것 같다. 볼수록 싫어진다."라고 하신 말씀에 귀 기울이길 권한다. 상대에게 Y양을 향한 애정이 보였다면, 부모님께서 저렇게까지 말씀하시진 않으셨을 것이다. 나 역시, 둘의 카톡대화 몇 페이지를 넘겨보고 상대가 기계적인 대꾸를 할 뿐이라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하녀놀이는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번엔 제대로 된 연애를 하길 바란다.
미안하지만, 연애에서 S양과 같은 태도를 보이는 여자는 좀 별로다. 소개팅 남도 한 달 동안 S양을 겪으며 그 사실을 깨달았고, 그래서 이 관계를 그냥 내려놓기로 결정했을 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남자는 바보가 아니다. 이 여자가 현재 재고 따지고 있는 중인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S양은 관계에 100% 수동적이었다. 뭐 처음엔 주선자를 생각해 두세 번 정도 만나고 말 생각이었기에 그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로도 S양은 상대가 연락하면 대답해 주고, 만나자고 하면 응할 뿐, 먼저 연락을 하거나 호감이 있다는 걸 표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S양이 적은 속마음을 통해 알 수 있다.
남자가 계속 헌신하면, 만나도 나쁘지 않겠다는 투다. 저런 마음을 품고 있으니, S양은 물고기 밥주듯 그의 연락에 반응 해주는 것 정도의 태도만 취했다. 남자는 계속해서 열정적으로 관심을 표했는데, S양은 그에게 알듯 말듯한 말로 여지만 남겼을 뿐, 확실히 대답하지 않았다.
데이트 할 때 남자가 적극적으로 리드하지 않는다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는 여자. 그런 여자와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가 있을까? S양은 호감 있다는 표현을 하는 게 민망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그건 그냥 비겁한 변명이다. S양에게 정말 호감이 있었다면 왜 먼저 연락한 적은 한 번도 없고, 그의 카톡에 뜸을 들이며 대답 했는가? 몰라서 그랬든 일부러 그랬든, 저건 인간적으로 충분히 실망할 만한 계기가 된다.
그의 마음이 떠났다는 걸 직감하고 뒤늦게 붙잡으려한 대화도 사실 마음에 안 든다. 난 호감이 있었는데 사정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거고, 지금은 뭐 오빠가 헌신하다가 하지 않으니, 날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만 두자, 라는 투다. 결정적인 건, S양이 상대에게 한
라는 멘트다. 나름 고백하겠다고 꺼낸 말인데, 저 말은 얼마 전 본인이 한 말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상대가 S양에게 "너의 마음을 모르겠다."라고 말했을 때, S양은 아래와 같이 답했다.
그 전에도 상대는 S양의 수동적이고 미지근한 반응에 '마음이 없으면 말해 달라'고 했는데, 그때도 S양은 "아녜요~ 앞으로 서서히 알아 가면 되는 거죠."라고 답했다.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는 걸 본인이 실토한 것 아닌가.
S양은 "사귀다가 단점을 발견해서 싫어진 것도 아니고, 그저 저 정도의 문제라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데, 완벽한 착각이다. 이건 단점을 발견한 것 정도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인간적인 실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대에게 S양은 '대접만 받기 원하는 어장관리녀'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 엇갈린 것 같아 아쉽네요. 오빠는 어때요?"라며 쉰 떡밥 던지지 말고, 진심으로 사과부터 하길 바란다. 자기 마음은 감춘 채 남의 마음 떠보고 휘두르는 거, 못된 행동이다.
노멀로그 독자라면, 연애 때문에 너무 힘들어 번개탄을 사러 가고 싶은 충동이 들더라도, 가기 전에 사연 메일 한 통 보낸 뒤 매뉴얼 확인하고 사러 가자. 매뉴얼 읽고 나면, 엄한 곳에서 번개탄을 피우는 대신, 번개탄으로 맛있는 고기를 구워 먹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연탄갈비로.
죽지 말고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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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람피우는 걸 증오해. 내 예전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워서 헤어졌어."라고 말하는 남자라고 해서 바람을 필 확률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늘 얘기하지만 말은 그냥 말일 뿐이다. 내게 도착하는 사연 중엔, 저런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나, 남들보다 집요하게 이성관계를 단속하던 사람들이 바람을 피운 사례가 많다.
아직 꼬꼬마에 속하는 여성대원들 중엔 "어떻게 가장 증오한다고 한 일을 본인이 할 수 있는 거죠?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워 상처가 있다는 사람이, 어떻게 절 놔두고 다른 여자랑 바람이 날 수 있죠?"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다. 그녀들에겐
"새치기는 원래 당할 때 짜증나는 겁니다.
자신이 할 땐 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다들 말하죠.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할 땐 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다들 말하죠.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오늘의 첫 사연은 '바람난 남친에게 연락하고 싶다'는 L양이다.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고자?
상대가 바람을 피운다는 걸 확인한 뒤 L양이 상대에게 한 비난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남자친구 캘린더에서 "현주(다른 여자)랑 7일♥"이라는 문구를 발견하면, 누구라도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둘 모두를 구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둘이 함께 쓰던 웹하드에 둘의 사진은 다 지워지고,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찍은 사진이 올라가 있다면, 욕을 퍼부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L양이 했다는 그 '진상 짓'은 사실 매우 젠틀한 편이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
"바람피우는 걸 제일 증오한다며?"
"네가 나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거, 평생 잊지 마."
"바람피우는 걸 제일 증오한다며?"
"네가 나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거, 평생 잊지 마."
난 L양이 상대에게 '맹비난'을 했다고 해서 따귀를 올려붙이거나 욕이라도 한 줄 알았는데, 위에서처럼 깔짝깔짝 간지럽힌 정도가 전부다. 그것도, 전화도 아닌 카톡으로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남친은 만날 필요도 없고 만나서도 안 된다.
"남자친구의 기억에서 제가 사라지는 것이 싫기에, 만나서 안부라도 묻고 싶습니다."
"진상으로 남았을 제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놓고 싶습니다."
"진상으로 남았을 제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놓고 싶습니다."
그 마음은 잘 알겠다. 뭔지 알겠는데, 현재 상황에서 L양이 연락을 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상대가 바람을 피운 가장 큰 원인은, 자만심이 살쪘기 때문이다. 상대가 바람을 피우기 얼마 전, L양은 상대에게
"거기 가면 예쁘고 똑똑한 여자들 많을 텐데, 오빠 바람나는 거 아니겠지?"
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둘의 관계는 기울어져 있었으며, L양은 상대가 조련한 대로 다른 이성과의 관계를 모두 단절한 채 오로지 상대에게 의존했다. 끊임없이 옆으로 다가와 놀아 달라고 툭툭 쳐대는 강아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한두 번은 귀엽다며 쓰다듬어 주겠지만, 쉴 새 없이 다가와 놀아달라고 하면 자연히 짜증이 날 것이다.)
남친이 했던 과거의 모든 이야기는 이제 유효기간이 지났다. L양은 그 말들을 계속 부여잡고 있는 것 같은데, 바람피우는 게 들키기 전 그가
"이 바쁘고 정신없고 불안한 사회초년생 생활이 안정을 찾으면, 지금보다 더 잘 하겠다."
라고 말하긴 했다. 아마 L양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양다리 모드로 두 사람 모두를 만나고 있을 것이다. 절대 괜찮은 남자가 아니다. 그는 사회생활이 힘들다는 것 앞세워 시간을 벌어 놓고, 그렇게 번 시간 동안 '다른 여자'도 함께 만나려 했던 거다.
"남친은 정말 울면서 그런 얘길 했는데요?"
내가 콧물연기 한 번 보여줄까? 왼쪽 콧구멍에서만 힘없이 주르르 콧물을 흘리는 정말 슬픈 연기? 그건 가식과 위선을 뜻하는 '하마의 눈물(응?)'이라 할 수 있다. 괜히 말 걸어 상대의 자만심만 더 살찌게 만들지 말고('역시 얜 나 아니면 안 되는 애네. 내가 바람을 피웠는데도 나한테 매달리잖아.'라는 생각), 악어는 악어대로 살게 내버려 두길 권한다.
2. Y양 거기서 뭐하니?
Y양 같은 여자를 만나면, 남자는 왕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남자라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Y양과 헤어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우선, 데이트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는 점이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다. 쉬는 날에 배고플까봐 찾아와서 밥까지 사주는 여자. '여자친구'가 아니라 '지갑'이라 생각하며 옆에 둘만 하다. Y양의 남자친구는 이미 이런 생활에 찌들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돈도 없는데, 자기(Y양)나 만나러 갈까?"
Y양은 화내는 일도 없이 남자친구의 저 말을 웃으며 받아준다. 남자는 배가 부르다 못해 이젠 늘어져서, 찾아온다는 Y양을 막기도 한다.
"나 학원 같은 조 애들(여자 두 명)이랑 회식하기로 했어. 오지 마."
저 말을 듣고 그저 서운해 할 뿐인 Y양이 놀랍다. 서운함을 표시하자 남친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너는 매일 볼 수 있지만, 학원 회식은 매일 있는 게 아니잖아."
이건 '입장 차이'같은 게 아니라, Y양이 완전히 '호갱님' 취급을 당하고 있는 거다. 남자친구가 카톡대화에 성의 없이 임하자, Y양은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자기 나랑 카톡하는 거 혹시 재미없어?
내가 더 재미있어져야 되나? ㅠㅠ"
내가 더 재미있어져야 되나? ㅠㅠ"
Y양은 전생에 하녀였던 걸까?
"좋았던 일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요.
매일 똑같은 갈등을 해요. 언제까지 나만 이 남자에게 맞춰줘야 하는 건가."
매일 똑같은 갈등을 해요. 언제까지 나만 이 남자에게 맞춰줘야 하는 건가."
헤어지자. 둘은 현재 연인이라기보다는 '갑-을'의 관계다. 모든 걸 상대에게 맞춰줘야만 사랑받을 거라 생각하는 Y양이, 상대를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제가 헤어지자고 하고선 제가 붙잡고, 남자가 헤어지자고 해도 제가 붙잡아요."
데이트 할 때 Y양이 돈만 안 써도 이 연애는 일주일 내로 끝날 것이다. Y양 부모님께서 "만나면 만날수록 걔는 별론 것 같다. 볼수록 싫어진다."라고 하신 말씀에 귀 기울이길 권한다. 상대에게 Y양을 향한 애정이 보였다면, 부모님께서 저렇게까지 말씀하시진 않으셨을 것이다. 나 역시, 둘의 카톡대화 몇 페이지를 넘겨보고 상대가 기계적인 대꾸를 할 뿐이라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하녀놀이는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번엔 제대로 된 연애를 하길 바란다.
3. 재고 따지고 감추다 망한 관계.
미안하지만, 연애에서 S양과 같은 태도를 보이는 여자는 좀 별로다. 소개팅 남도 한 달 동안 S양을 겪으며 그 사실을 깨달았고, 그래서 이 관계를 그냥 내려놓기로 결정했을 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남자는 바보가 아니다. 이 여자가 현재 재고 따지고 있는 중인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S양은 관계에 100% 수동적이었다. 뭐 처음엔 주선자를 생각해 두세 번 정도 만나고 말 생각이었기에 그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로도 S양은 상대가 연락하면 대답해 주고, 만나자고 하면 응할 뿐, 먼저 연락을 하거나 호감이 있다는 걸 표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S양이 적은 속마음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렇게까지 날 좋아해주는 구나. 진짜 이 남자 만나보면 좋긴 하겠다.'
남자가 계속 헌신하면, 만나도 나쁘지 않겠다는 투다. 저런 마음을 품고 있으니, S양은 물고기 밥주듯 그의 연락에 반응 해주는 것 정도의 태도만 취했다. 남자는 계속해서 열정적으로 관심을 표했는데, S양은 그에게 알듯 말듯한 말로 여지만 남겼을 뿐, 확실히 대답하지 않았다.
데이트 할 때 남자가 적극적으로 리드하지 않는다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는 여자. 그런 여자와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가 있을까? S양은 호감 있다는 표현을 하는 게 민망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그건 그냥 비겁한 변명이다. S양에게 정말 호감이 있었다면 왜 먼저 연락한 적은 한 번도 없고, 그의 카톡에 뜸을 들이며 대답 했는가? 몰라서 그랬든 일부러 그랬든, 저건 인간적으로 충분히 실망할 만한 계기가 된다.
그의 마음이 떠났다는 걸 직감하고 뒤늦게 붙잡으려한 대화도 사실 마음에 안 든다. 난 호감이 있었는데 사정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거고, 지금은 뭐 오빠가 헌신하다가 하지 않으니, 날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만 두자, 라는 투다. 결정적인 건, S양이 상대에게 한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오빠에게 마음이 별로 없었던 게 맞아요."
라는 멘트다. 나름 고백하겠다고 꺼낸 말인데, 저 말은 얼마 전 본인이 한 말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상대가 S양에게 "너의 마음을 모르겠다."라고 말했을 때, S양은 아래와 같이 답했다.
"전 소개팅 때 호감 없으면 첫 만남 이후로 절대 안 만나요."
그 전에도 상대는 S양의 수동적이고 미지근한 반응에 '마음이 없으면 말해 달라'고 했는데, 그때도 S양은 "아녜요~ 앞으로 서서히 알아 가면 되는 거죠."라고 답했다.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는 걸 본인이 실토한 것 아닌가.
S양은 "사귀다가 단점을 발견해서 싫어진 것도 아니고, 그저 저 정도의 문제라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데, 완벽한 착각이다. 이건 단점을 발견한 것 정도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인간적인 실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대에게 S양은 '대접만 받기 원하는 어장관리녀'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 엇갈린 것 같아 아쉽네요. 오빠는 어때요?"라며 쉰 떡밥 던지지 말고, 진심으로 사과부터 하길 바란다. 자기 마음은 감춘 채 남의 마음 떠보고 휘두르는 거, 못된 행동이다.
노멀로그 독자라면, 연애 때문에 너무 힘들어 번개탄을 사러 가고 싶은 충동이 들더라도, 가기 전에 사연 메일 한 통 보낸 뒤 매뉴얼 확인하고 사러 가자. 매뉴얼 읽고 나면, 엄한 곳에서 번개탄을 피우는 대신, 번개탄으로 맛있는 고기를 구워 먹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연탄갈비로.
죽지 말고 불금 보내시길.
▲ 근데 꼭 갈비 먹으러 가면 연기가 저한테 오더군요. 나 좋아하나?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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