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인 이십대 후반 여자의 소개팅, 문제점은?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삼십대 남자와 이십대 남자는 다르다. 이십대의 남자가 '굴러는 가는 중고 소형차'를 사서 이것저것 튜닝 하는 것에 목숨을 건다면, 삼십대의 남자는 할부금 갚아 나가더라도 순정 중형차 한 대 사서 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십대 남자가 '여자와 사귀는 것'에 목숨을 거는 반면, 삼십대 남자는 '아내가 될 만한 여자와 만나는 것'에 보다 관심을 둔다. 삼십대가 되면 대개 한두 번의 연애경험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여자에 대한 환상 때문에 연애를 하는 경우도 드물다.
그건, 스물 네다섯 살 쯤 하던 행동을 이십대 후반이 되어서도 똑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다. P양(29세, 학원강사)의 사연을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자.
위에서 말했듯, 삼십대 남자는 '여자의 대한 환상'이 거의 부서져 있다. 솔직히 말하면, 환상만 부서진 게 아니라 여자의 성격에 따라 연애가 얼마만큼 피곤해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연애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남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P양과 상대가 어디서 만날지를 놓고 대화하는 부분을 보자.
처음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문제긴 한데, 이후의 만남들 역시 모두 P양의 편의를 고려해 장소가 정해졌다. 남자가 차를 가지고 P양이 있는 곳으로 오면, P양이 타고 나갔다가 타고 들어오는 식이었다. 아니면 P양 집 근처 커피숍에서 보거나 말이다. 어쩌면 P양은,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난 반대로, P양에겐 그 '마음'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당연히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니 이렇게 사연까지 보냈겠지만, 둘의 카톡대화나 상대를 만나며 한 행동들에선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나중에 이대로 흐지부지 될 것 같으니 불안해서 "저 까인 건가요?"라고 톡을 보낸 것 말고는, 거의 상대가 먼저 연락을 했다. P양은 그 물음에 대답을 하는 정도였고 말이다.
'남자가 이끌면, 따라갈 생각은 있다.'정도의 태도로는, P양에게 완전히 콩깍지가 씌인 남자를 만나지 않는 이상 앞으로 연애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P양이 저 정도의 마음만 가지고 있다는 걸 상대도 안다. 정말 인간적인 매력이 보여서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 '이제 슬슬 결혼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이쯤이면 모나지 않는 사람 만나서 연애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다가온다는 걸 안단 얘기다.
미안하지만 P양과 사귀면 '연애'가 아니라 '봉사활동'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든다. 우선, 남자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는 P양의 태도가 그렇다.
상대는 소개팅 끝나고 잘 들어갔냐고 톡 보냈고, 대화하며 애프터 신청했고, 애프터 나가서 잘 만났고, 애프터 끝나고 역시 연락했다. P양은 한 게 뭘까? 상대 질문에 이모티콘 넣어가며 대답한 거, 그게 전부다. 며칠간 연락이 없자 P양은 아래와 같은 톡을 보냈다.
'남자 쪽에서 열심히 대시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라는 걸 잘 보여주는 멘트다.
또, P양은 '바로 답장하면 방정맞아 보일까봐 머뭇거리다 그랬다'고 변명했지만, 상대 톡에 대한 답장을 하루건너 보낸 건 분명 실수다. 일부러 늦게 보낸다는 거 모를만한 사람도 아닌데 '답장'가지고 고문해서 되겠는가.
하나 더. '상대가 답장하기 애매한 카톡을 보냈다'며 상대의 카톡에 답장을 하지 않은 것도 실수다. 그렇게 대화가 끊기고 둘은 4일간 또 연락두절이 되지 않았는가. 그 연락두절의 책임은 상대가 아닌 P양에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양은 "남자가 연락을 잘 안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저건 '크고 아름다운 자빠링'이라고 할 수 있다. 짧게 말하면 "사귈 거 아닌 거면 빨리 말해라. 나 다음 소개팅 해야 하니까."라는 말인데, 여태껏 공주처럼 굴던 여자는 온데간데없고 파장에 떨이로 물건을 넘기려는 웬 장돌뱅이의 모습이 보인다. 저런 얘기를 해 놓고는,
라고 말하는 여성독자들이 있어서 내가 담배를 못 끊고 있다. 저건 돌직구가 아니라 그냥 돌멩이를 던진 거다.
이런 태도를 지닌 여자와 연애를 하면 뭘 하든 내 잘못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에 대한 호감이 기반에 있는 것도 아니기에, 몇 번 만나다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사귀는 중에는 열심히 이쪽에서 '모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여자와 꼭 연애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P양의 사연에서 내가 탄식을 했던 부분은 세 곳이 더 있다.
ⓐ 거짓말.
이건 P양이 한 행동 중에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인데, 왜 과거에 연애 한 경험이 없다고 상대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상대가 주선자와 전화통화 한 번 해도 사실관계를 알 수 있는 일인데, P양은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실제로 그 거짓말을 하고 난 뒤 상대에게 일주일간 연락이 안 왔고 말이다. 상대도 그 부분을 지적했는데, P양은 거기에 대고 "그건 말이 헛 나와서…."라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 P양은 여기서 완벽하게 신뢰를 잃었다.
ⓑ 주선자와 일 꾸미기.
똑똑하게 굴자. 주선자가 P양과 더 친한지, 아니면 상대와 더 친한지도 모른 채 "전화해서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떠 봐."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P양과 더 친하다 해도 대부분의 주선자는 상대에게 "언니는 오빠 마음에 든 것 같던데, 오빠는 어때?"라고 말한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이어주려 노력하다보면 자연히 그렇게 된다. 꼭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상대 역시 주선자가 '떠보는 중'이라는 걸 눈치 챌 것이고 말이다. 밥을 떠먹는 건 본인의 힘으로 하자.
ⓒ 나쁜 사람 만들기.
"나 까였어요?", "연락하지 말까요?", "그거 어장관린데." 따위의 얘기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꺼내지 않아도 좋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주로 의지할 곳 찾는 자존감 낮은 여자들이, 저 말에 "그런 거 아니야."라는 대답이라도 들어 안심하려 한다. 반대로 저 물음을 듣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가 이틀간 연락이 없다가 "나 까인 건가요?", "연락하지 말까요?"라는 톡을 보내오면, 그 남자가 어떻게 보이겠는가?
아 그리고 이거 꼭 말해주고 싶었는데, P양은 '애교'많은 타입이 아니다. 그저 가까워지면 '오라버니~'라고 쉽게 부를 수 있는 타입이며, 문장에 'ㅇ(이응)'을 붙여 말하는 것에 익숙한 것일 뿐이다. "넹~ 그래용~", "오라버니~ 주무시나용~" 처럼 말이다. '영혼이 없는 애교'라고 할까. "난 오빠가 있어서 든든해."라며 꼭 안기는 애교가 아니라, 그냥 "나 안아줘."라며 어리광 부리는 애교다.(남자들이 애교에 대한 칭찬을 한 것을 두고 P양이 뿌듯해 하는 것 같아서 적어둔 얘기니, 너무 상처를 받진 말길 바란다. 이걸 모르면 계속 '장점'인 줄 알고 지금과 같은 애교를 부릴 텐데, 그거 '생각 없는 애'로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콧소리 내느라 진지한 대화는 못 나누며 연인 코스프레만 하게 되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P양의 질문에 대답 하는 것으로 매뉴얼 마무리를 하자. 우선, 난 이 만남이 이미 6월 5일에 쫑났다고 본다. 이미 상대는 '이성으로서 감정이 안 생긴다'는 얘기를 P양에게 했다. P양은 그 뒤에 이어진 '좋은 분'이라는 단어에만 집중한 것 같은데, 6월 5일의 대화를 다시 한 번 읽어 보길 권한다.
뭘 고쳐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꾸미지 말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P양은 상대의 허세나 헛소리에도 리액션을 해주는 것으로 호의를 베푼 뒤, 상대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 한다. 상대 기분 다 맞춰줬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별로면 쉽게 기분 상해하고 말이다. '편한 사이'가 되지 못하면, 연애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P양은 사귀자는 남자가 나타나면 바로 연애를 시작한 뒤 나름대로의 '폭풍애교'를 구사할 생각인 것 같은데, 내일부터 '여보, 당신'하며 지내더라도, 둘 사이에 단단한 기반이 없으면 그 관계는 모래 위에 지은 집이 되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람과는 나중에 모임에서 또 봐야 하는데, 만약 잘 안 된다면 모임에서 모른 체 해야 할까요, 아니면 인사하며 지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해선, 당연히 인사하며 지내야 한다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P양은 과거에 소개팅 한 남자들과 잘 안 될 경우 무조건 상대를 인생에서 도려내 버리는 것 같은데, 모든 남자를 '연인 아니면 남'이라는 두 카테고리로만 분류할 필요는 없다. 대화하며 지내다 편하게 드립 치며 놀 수 있는 관계가 되면, 그냥 그런 관계로 지내면 된다. 서로 인간적인 호감이 전혀 없다면 남남으로 지내도 상관없지만, 당장 '연인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모두 도려내진 말길 권한다.
▲ 어제 글에 "제가 바로 연애 가장입니다."라는 간증 댓글이 넘치고 있습니다. 진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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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삼십대 남자와 이십대 남자는 다르다. 이십대의 남자가 '굴러는 가는 중고 소형차'를 사서 이것저것 튜닝 하는 것에 목숨을 건다면, 삼십대의 남자는 할부금 갚아 나가더라도 순정 중형차 한 대 사서 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십대 남자가 '여자와 사귀는 것'에 목숨을 거는 반면, 삼십대 남자는 '아내가 될 만한 여자와 만나는 것'에 보다 관심을 둔다. 삼십대가 되면 대개 한두 번의 연애경험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여자에 대한 환상 때문에 연애를 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십대 중반 까지는 저도 인기가 많은 편이었어요. 들이대는 남자도 많았고.
그런데 최근엔 소개팅 나가도 남자들이 뜨뜻미지근하고, 대시하는 경우도 없네요.
애프터가 몇 번 있긴 했는데, 그냥 애프터로 끝나버려요. 왜 이러는 거죠?"
그런데 최근엔 소개팅 나가도 남자들이 뜨뜻미지근하고, 대시하는 경우도 없네요.
애프터가 몇 번 있긴 했는데, 그냥 애프터로 끝나버려요. 왜 이러는 거죠?"
그건, 스물 네다섯 살 쯤 하던 행동을 이십대 후반이 되어서도 똑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다. P양(29세, 학원강사)의 사연을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자.
1. 남자도 안다.
위에서 말했듯, 삼십대 남자는 '여자의 대한 환상'이 거의 부서져 있다. 솔직히 말하면, 환상만 부서진 게 아니라 여자의 성격에 따라 연애가 얼마만큼 피곤해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연애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남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P양과 상대가 어디서 만날지를 놓고 대화하는 부분을 보자.
남자 - 어디 사신다고 했죠?
P양 - 일산 살아요. 직장은 화정이고요.
남자 - 그럼 어디서 볼까요?
P양 - 퇴근하시면서 일산 쪽으로 오시는 건 어때요? ㅎ
남자 - 그래요. 그럼 일산으로 갈게요~
P양 - 일산 살아요. 직장은 화정이고요.
남자 - 그럼 어디서 볼까요?
P양 - 퇴근하시면서 일산 쪽으로 오시는 건 어때요? ㅎ
남자 - 그래요. 그럼 일산으로 갈게요~
처음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문제긴 한데, 이후의 만남들 역시 모두 P양의 편의를 고려해 장소가 정해졌다. 남자가 차를 가지고 P양이 있는 곳으로 오면, P양이 타고 나갔다가 타고 들어오는 식이었다. 아니면 P양 집 근처 커피숍에서 보거나 말이다. 어쩌면 P양은,
"남자에게 마음이 있다면 그런 건 문제가 되었을 것 같지 않은데요?"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난 반대로, P양에겐 그 '마음'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당연히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니 이렇게 사연까지 보냈겠지만, 둘의 카톡대화나 상대를 만나며 한 행동들에선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나중에 이대로 흐지부지 될 것 같으니 불안해서 "저 까인 건가요?"라고 톡을 보낸 것 말고는, 거의 상대가 먼저 연락을 했다. P양은 그 물음에 대답을 하는 정도였고 말이다.
'남자가 이끌면, 따라갈 생각은 있다.'정도의 태도로는, P양에게 완전히 콩깍지가 씌인 남자를 만나지 않는 이상 앞으로 연애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성격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외모 보통 정도 되고,
생활이 건전해 보이니 속 썩일 일 없을 것 같고….'
생활이 건전해 보이니 속 썩일 일 없을 것 같고….'
P양이 저 정도의 마음만 가지고 있다는 걸 상대도 안다. 정말 인간적인 매력이 보여서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 '이제 슬슬 결혼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이쯤이면 모나지 않는 사람 만나서 연애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다가온다는 걸 안단 얘기다.
2. 꼭 연애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미안하지만 P양과 사귀면 '연애'가 아니라 '봉사활동'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든다. 우선, 남자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는 P양의 태도가 그렇다.
"그런데 연락이 너무 안 되는 거예요.
제가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기다리긴 했지만요."
제가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기다리긴 했지만요."
상대는 소개팅 끝나고 잘 들어갔냐고 톡 보냈고, 대화하며 애프터 신청했고, 애프터 나가서 잘 만났고, 애프터 끝나고 역시 연락했다. P양은 한 게 뭘까? 상대 질문에 이모티콘 넣어가며 대답한 거, 그게 전부다. 며칠간 연락이 없자 P양은 아래와 같은 톡을 보냈다.
"우리 이제 안 보는 건가요? 제가 뭐 실수 한 거 있나요?"
'남자 쪽에서 열심히 대시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라는 걸 잘 보여주는 멘트다.
또, P양은 '바로 답장하면 방정맞아 보일까봐 머뭇거리다 그랬다'고 변명했지만, 상대 톡에 대한 답장을 하루건너 보낸 건 분명 실수다. 일부러 늦게 보낸다는 거 모를만한 사람도 아닌데 '답장'가지고 고문해서 되겠는가.
하나 더. '상대가 답장하기 애매한 카톡을 보냈다'며 상대의 카톡에 답장을 하지 않은 것도 실수다. 그렇게 대화가 끊기고 둘은 4일간 또 연락두절이 되지 않았는가. 그 연락두절의 책임은 상대가 아닌 P양에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양은 "남자가 연락을 잘 안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개운하게 말해 주시면 저도 제 미래를 준비하는 데 편할 것 같아서요.
제가 원래 소개팅도 양다리는 안 해서요."
제가 원래 소개팅도 양다리는 안 해서요."
저건 '크고 아름다운 자빠링'이라고 할 수 있다. 짧게 말하면 "사귈 거 아닌 거면 빨리 말해라. 나 다음 소개팅 해야 하니까."라는 말인데, 여태껏 공주처럼 굴던 여자는 온데간데없고 파장에 떨이로 물건을 넘기려는 웬 장돌뱅이의 모습이 보인다. 저런 얘기를 해 놓고는,
"자존심도 내려두고 돌직구 던졌습니다."
라고 말하는 여성독자들이 있어서 내가 담배를 못 끊고 있다. 저건 돌직구가 아니라 그냥 돌멩이를 던진 거다.
이런 태도를 지닌 여자와 연애를 하면 뭘 하든 내 잘못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에 대한 호감이 기반에 있는 것도 아니기에, 몇 번 만나다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사귀는 중에는 열심히 이쪽에서 '모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여자와 꼭 연애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3. 설상가상.
P양의 사연에서 내가 탄식을 했던 부분은 세 곳이 더 있다.
ⓐ 거짓말.
이건 P양이 한 행동 중에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인데, 왜 과거에 연애 한 경험이 없다고 상대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상대가 주선자와 전화통화 한 번 해도 사실관계를 알 수 있는 일인데, P양은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실제로 그 거짓말을 하고 난 뒤 상대에게 일주일간 연락이 안 왔고 말이다. 상대도 그 부분을 지적했는데, P양은 거기에 대고 "그건 말이 헛 나와서…."라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 P양은 여기서 완벽하게 신뢰를 잃었다.
ⓑ 주선자와 일 꾸미기.
똑똑하게 굴자. 주선자가 P양과 더 친한지, 아니면 상대와 더 친한지도 모른 채 "전화해서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떠 봐."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P양과 더 친하다 해도 대부분의 주선자는 상대에게 "언니는 오빠 마음에 든 것 같던데, 오빠는 어때?"라고 말한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이어주려 노력하다보면 자연히 그렇게 된다. 꼭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상대 역시 주선자가 '떠보는 중'이라는 걸 눈치 챌 것이고 말이다. 밥을 떠먹는 건 본인의 힘으로 하자.
ⓒ 나쁜 사람 만들기.
"나 까였어요?", "연락하지 말까요?", "그거 어장관린데." 따위의 얘기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꺼내지 않아도 좋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주로 의지할 곳 찾는 자존감 낮은 여자들이, 저 말에 "그런 거 아니야."라는 대답이라도 들어 안심하려 한다. 반대로 저 물음을 듣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가 이틀간 연락이 없다가 "나 까인 건가요?", "연락하지 말까요?"라는 톡을 보내오면, 그 남자가 어떻게 보이겠는가?
아 그리고 이거 꼭 말해주고 싶었는데, P양은 '애교'많은 타입이 아니다. 그저 가까워지면 '오라버니~'라고 쉽게 부를 수 있는 타입이며, 문장에 'ㅇ(이응)'을 붙여 말하는 것에 익숙한 것일 뿐이다. "넹~ 그래용~", "오라버니~ 주무시나용~" 처럼 말이다. '영혼이 없는 애교'라고 할까. "난 오빠가 있어서 든든해."라며 꼭 안기는 애교가 아니라, 그냥 "나 안아줘."라며 어리광 부리는 애교다.(남자들이 애교에 대한 칭찬을 한 것을 두고 P양이 뿌듯해 하는 것 같아서 적어둔 얘기니, 너무 상처를 받진 말길 바란다. 이걸 모르면 계속 '장점'인 줄 알고 지금과 같은 애교를 부릴 텐데, 그거 '생각 없는 애'로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콧소리 내느라 진지한 대화는 못 나누며 연인 코스프레만 하게 되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P양의 질문에 대답 하는 것으로 매뉴얼 마무리를 하자. 우선, 난 이 만남이 이미 6월 5일에 쫑났다고 본다. 이미 상대는 '이성으로서 감정이 안 생긴다'는 얘기를 P양에게 했다. P양은 그 뒤에 이어진 '좋은 분'이라는 단어에만 집중한 것 같은데, 6월 5일의 대화를 다시 한 번 읽어 보길 권한다.
뭘 고쳐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꾸미지 말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P양은 상대의 허세나 헛소리에도 리액션을 해주는 것으로 호의를 베푼 뒤, 상대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 한다. 상대 기분 다 맞춰줬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별로면 쉽게 기분 상해하고 말이다. '편한 사이'가 되지 못하면, 연애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P양은 사귀자는 남자가 나타나면 바로 연애를 시작한 뒤 나름대로의 '폭풍애교'를 구사할 생각인 것 같은데, 내일부터 '여보, 당신'하며 지내더라도, 둘 사이에 단단한 기반이 없으면 그 관계는 모래 위에 지은 집이 되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람과는 나중에 모임에서 또 봐야 하는데, 만약 잘 안 된다면 모임에서 모른 체 해야 할까요, 아니면 인사하며 지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해선, 당연히 인사하며 지내야 한다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P양은 과거에 소개팅 한 남자들과 잘 안 될 경우 무조건 상대를 인생에서 도려내 버리는 것 같은데, 모든 남자를 '연인 아니면 남'이라는 두 카테고리로만 분류할 필요는 없다. 대화하며 지내다 편하게 드립 치며 놀 수 있는 관계가 되면, 그냥 그런 관계로 지내면 된다. 서로 인간적인 호감이 전혀 없다면 남남으로 지내도 상관없지만, 당장 '연인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모두 도려내진 말길 권한다.
▲ 어제 글에 "제가 바로 연애 가장입니다."라는 간증 댓글이 넘치고 있습니다. 진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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