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짧은 연애 후 잠적한 남자, 어떡해?
심각하다. 사연을 보낸 C양은 남들이 열여섯 살 때나 할 법한 일을 하고 있다. 단언컨대 그거, 펜팔상대와 서로 감수성 증폭시키며 '멜로 영화에 등장할 법한 러브레터' 쓰는 것일 뿐이다.
상대와 스마트폰 어플로 알게 된 지 5일 만에 C양이 한 말이다. 이후 C양은 직장에 연차를 신청하곤 상대가 살고 있는 외국까지 가기도 한다. 감정 하나만 붙잡고 하얗게 불태운 것이다. 총체적 난국인 C양의 이야기를 오늘 함께 살펴보자.
사실, 상대가 C양이 환상을 가지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긴 했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다니엘 헤니'같은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간 C양의 주변엔 웃을 때 코털이 함께 손을 흔드는 남자만 있었는데, '다니엘 헤니'가 나타났으니 얼마나 가슴이 뛰었겠는가.
외로웠던 삼십대 중반의 C양은, 그를 만난 자리에서 김칫국을 몇 그릇이나 원샷했다. 그가 고독에 젖은 눈빛으로 "난 친구가 없다."는 얘기를 하자, C양은
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물론, 저걸 '귀여운 상상'정도로 하는 여자들도 있긴 하지만, C양의 경우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C양은 그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이렇게 멋진 남자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죽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밥을 먹고 나와서는 손을 잡았는데, 대충 잡는 게 아니라 그가 '깍지를 꼈다'는 것으로도 C양은 열광했다. 손을 잡는 건 그 어떤 스킨십보다 친밀한 느낌이 들어 C양이 좋아하는 것이었고, 거기다가 깍지를 끼는 건 사랑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녀가 더욱 좋아하는 것이었다. 아마 그가 C양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으면, C양은
라는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트름을 하면 가식적이지 않아서 좋다고 하고, 카드 명세서로 이를 쑤시면 '서부식 느낌'이 든다며 좋아할 기세다.
이건 브레이크를 아예 떼버리고 시작한 관계다. 때문에 C양에겐 앞으로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까지 감정을 증폭시키는 일과, 그의 숨소리에도 의미부여를 하는 일만 남아 있다. 이런 내 예상이 틀리면 참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미 많은 대원들이 걸어 간 그 길을, C양도 걸어가게 된다.
난 이게 참 궁금하다. 상대가 '다니엘 헤니'같은 한국계 외국인이 아니라, 같은 나이의 한국사람 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래도 C양은 그를 따라 호텔로 들어섰을까?
아마 그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국남자였다면, C양은
라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다.
이성의 끈을 잠시라도 잡고 생각해 보면, 그가 어떤 남자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의 호텔방에 들어가서 나눈 얘기는 결국 '잠자리'에 대한 얘기 아닌가. C양은 결혼하기 전까지 관계를 갖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그는 집요하게
라며 질문을 해댔다. C양은 그렇게 말한 뒤 그가 자신을 존중해 줬다고 좋아하는데, 그건 존중을 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거기서 그가 C양의 말을 무시하면 범죄가 된다.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제한 것일 뿐이지, 존중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길 권한다.
그리고 난 무엇보다 C양의 '혼전순결을 말하는 방식'이 좀 당황스럽다. 지금까지 쭈욱 혼전순결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킬 거라면, 그렇게 말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C양은 과거에 '남자들이 몸만 원하던 기억' 때문에 앞으로 관계를 가지지 않기로 한 것 아닌가. 그럼 '그러고 싶다'는 것만 말하면 된다.
저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단 얘기다. 숨기거나 거짓말 하라는 게 아니라, 할 필요 없는 얘기는 하지 말라는 얘기다. 상대도 저게 뭔 소린가 싶어 재차 묻지 않았는가.
정신 차리자. 첫 만남에서 저런 얘기만 나누게 되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증거다. 이걸 두고 C양처럼 '상대가 외국 마인드라서 그런 것 같다'며 술 취한 소리 하면, 방법이 없다. 외국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은 다들 만나자 마자 호텔로 불러서 잠자리에 대한 얘기를 하는가? 그리고 C양이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말한 건, 여기서 보기엔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연인처럼 스킨십 한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환상을 가진 채 혼자만의 의미부여하며 해석하지 말고, 냉정하게 둘의 만남을 복기해 보길 바란다.
한 주의 짧은 만남 이후 상대는 외국으로 돌아가고, C양은 한국에 남아 있었다. 어마어마한 의미부여를 한 C양은 직장에서 업무를 하다가 상대가 생각나 울기도 했다. 상대는 자꾸 C양에게 자신이 사는 곳으로 놀러 오라고 했다.
상대가 저렇게 지속적으로 먹이(응?)를 준 까닭에, C양의 환상은 더욱 무럭무럭 자라나 결국 '연차 쓰고 해외로 간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C양이 해외로 나가기까지는 대략 한 달 정도가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상대가 메일로 한 얘기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상대가 폰을 잘 들여다보지 않으며, 사용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다고 해 둘은 메일로만 대화를 나눴다.)
이후엔 보다 구체적이며 자극적인 표현들이 등장하니, 이 정도만 옮기기로 하자. C양은 여행에 대한 얘기와 애정표현을 하려 하는데, 상대는 글자로 애무만 한다. 그는 '저 사람이 발정기에 접어든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혀가 어쩌고 손가락이 어쩌고 하는 얘기들만 해댄다.
드디어 C양이 그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을 때, 둘에겐 엄청난 실망이 찾아왔다. 폰이 어쩌고 하면서 메일로만 연락을 취하던 상대는, 가서 보니 하루 종일 폰을 끼고 살았다. 또, 집 안에서는 온 몸으로 애정표현을 하던 상대는, 밖에선 이웃사람이 볼까봐 잡고 있던 손도 푸는 모습을 보였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C양을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라고 소개했다.
C양은 그곳에서도 관계를 거절했다. 그는 아이를 낳으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식의 얘기를 하며 C양을 설득했지만, C양은 넘어가지 않았다. 참 웃긴 건, 그러고 난 다음 날 그는 "난 결혼 할 생각이 없다. 결혼은 속박이며, 내 주변의 결혼한 사람들은 모두 불행하다."는 말을 했다. 전 날 침대에서 아이를 책임지겠다느니, 한국에 가면 C양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싶다느니 했던 말들은 바람에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디테일한 갈등들도 꽤 많은데 그건 생략하자. 위에서 한 얘기들만으로도 충분히 상황파악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 알고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건 C양 뿐이다. 그녀는
라고 말한다. C양은 내게 첨부해서 보낸 메일 말고, 또 다른 메일 같은 걸 읽었던 걸까?
귀국 후 그에게 연락이 없는 건, 쉽게 말해 "너랑 남남으로 지내고 싶다."는 표현이다. C양은 계속 명언이나 감명 깊은 글 같은 걸 보내며 그에게 말을 거는데, 상대에겐 그 메일이 스팸메일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상대는 한국에 잠깐 와서 심심하니까 어플을 깔아 놀 상대를 찾았던 거고, 그러다 C양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후 C양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오겠다고 하니 이벤트가 생긴 듯 좋아했지만, 와서도 여전히 관계를 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며칠 맡아야 하는 짐처럼 느껴진 것이다.
본능 하나로 달려드는 남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일은 쉽지 않다. 만나자마자 그를 숭배하기 시작한 C양 같은 경우는, 오히려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고 말이다. 이번 만남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생각하며 그냥 놓아두길 권한다. C양은 지금 답장 하지 않는 상대에게 보름 넘게 혼자 메일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그러지 말자. 머지않아 다시 한국에 출장올 수 있다고 말한 그의 말을 부여잡곤,
라는 대답 없는 메일을 보내고 있으면, 사람 추해진다. 현실에 발 딛고, 다음번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냐'만 묻는 남자 말고, C양이 어떤 사람인지를 궁금해 하는 남자와 만나길 바란다.
▲ 그 돈 들여 거기까지 갔는데, 성격적 단점 어쩌고 하는 잔소리만 듣고 오다니.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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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다. 사연을 보낸 C양은 남들이 열여섯 살 때나 할 법한 일을 하고 있다. 단언컨대 그거, 펜팔상대와 서로 감수성 증폭시키며 '멜로 영화에 등장할 법한 러브레터' 쓰는 것일 뿐이다.
"지난 며칠간 일어났던 일이 꿈같아.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너의 존재를 몰랐는데, 지금 난 널 그리워하고 있어.
(중략)
신은 오늘 밤 너를 만나게 해달라는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지만,
난 신을 원망하지 않아.
난 신께서 널 알게 해주시고, 만나게 해 주신 걸 감사드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너의 존재를 몰랐는데, 지금 난 널 그리워하고 있어.
(중략)
신은 오늘 밤 너를 만나게 해달라는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지만,
난 신을 원망하지 않아.
난 신께서 널 알게 해주시고, 만나게 해 주신 걸 감사드려."
상대와 스마트폰 어플로 알게 된 지 5일 만에 C양이 한 말이다. 이후 C양은 직장에 연차를 신청하곤 상대가 살고 있는 외국까지 가기도 한다. 감정 하나만 붙잡고 하얗게 불태운 것이다. 총체적 난국인 C양의 이야기를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환상 속의 그대.
사실, 상대가 C양이 환상을 가지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긴 했다.
- 한국계 외국인.
- 감정표현에 솔직하며, 한국에선 터부시 되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꺼냄.
- 외국에선 바다가 보이는 이층집에 혼자 살고 있음.
- 금사빠 여자를 다루는 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음.
- 한국에 왔을 땐 호텔에서 머무는 까닭에, 둘은 호텔에서 처음 만남.
- 외국에서 자란 까닭에 영어가 모국어. 한국말을 유창하게는 못함.
- 딱 벌어진 넓은 어깨와 수트가 잘 어울리는 몸매.
- 감정표현에 솔직하며, 한국에선 터부시 되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꺼냄.
- 외국에선 바다가 보이는 이층집에 혼자 살고 있음.
- 금사빠 여자를 다루는 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음.
- 한국에 왔을 땐 호텔에서 머무는 까닭에, 둘은 호텔에서 처음 만남.
- 외국에서 자란 까닭에 영어가 모국어. 한국말을 유창하게는 못함.
- 딱 벌어진 넓은 어깨와 수트가 잘 어울리는 몸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다니엘 헤니'같은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간 C양의 주변엔 웃을 때 코털이 함께 손을 흔드는 남자만 있었는데, '다니엘 헤니'가 나타났으니 얼마나 가슴이 뛰었겠는가.
외로웠던 삼십대 중반의 C양은, 그를 만난 자리에서 김칫국을 몇 그릇이나 원샷했다. 그가 고독에 젖은 눈빛으로 "난 친구가 없다."는 얘기를 하자, C양은
'결혼해서 남편 친구 많아 스트레스 받는 여자들이 많은데, 참 잘 된 것 같아….'
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물론, 저걸 '귀여운 상상'정도로 하는 여자들도 있긴 하지만, C양의 경우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C양은 그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이렇게 멋진 남자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죽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밥을 먹고 나와서는 손을 잡았는데, 대충 잡는 게 아니라 그가 '깍지를 꼈다'는 것으로도 C양은 열광했다. 손을 잡는 건 그 어떤 스킨십보다 친밀한 느낌이 들어 C양이 좋아하는 것이었고, 거기다가 깍지를 끼는 건 사랑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녀가 더욱 좋아하는 것이었다. 아마 그가 C양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으면, C양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킨십이에요.
보호받는 느낌이 들고, 제 영혼까지 어루만져주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보호받는 느낌이 들고, 제 영혼까지 어루만져주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라는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트름을 하면 가식적이지 않아서 좋다고 하고, 카드 명세서로 이를 쑤시면 '서부식 느낌'이 든다며 좋아할 기세다.
이건 브레이크를 아예 떼버리고 시작한 관계다. 때문에 C양에겐 앞으로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까지 감정을 증폭시키는 일과, 그의 숨소리에도 의미부여를 하는 일만 남아 있다. 이런 내 예상이 틀리면 참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미 많은 대원들이 걸어 간 그 길을, C양도 걸어가게 된다.
2. 상대가 한국남자 였다면 어땠을까?
난 이게 참 궁금하다. 상대가 '다니엘 헤니'같은 한국계 외국인이 아니라, 같은 나이의 한국사람 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래도 C양은 그를 따라 호텔로 들어섰을까?
아마 그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국남자였다면, C양은
"열 시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 가서 간단히 얘기나 하자."
라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다.
이성의 끈을 잠시라도 잡고 생각해 보면, 그가 어떤 남자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의 호텔방에 들어가서 나눈 얘기는 결국 '잠자리'에 대한 얘기 아닌가. C양은 결혼하기 전까지 관계를 갖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그는 집요하게
"그럼 어디까지 허용되나, A까지는 가능한가? B만 아니면 되는 건가?"
라며 질문을 해댔다. C양은 그렇게 말한 뒤 그가 자신을 존중해 줬다고 좋아하는데, 그건 존중을 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거기서 그가 C양의 말을 무시하면 범죄가 된다.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제한 것일 뿐이지, 존중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길 권한다.
그리고 난 무엇보다 C양의 '혼전순결을 말하는 방식'이 좀 당황스럽다. 지금까지 쭈욱 혼전순결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킬 거라면, 그렇게 말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C양은 과거에 '남자들이 몸만 원하던 기억' 때문에 앞으로 관계를 가지지 않기로 한 것 아닌가. 그럼 '그러고 싶다'는 것만 말하면 된다.
"예전에 내 몸만 원하는 남자와 사귄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앞으론 관계를 갖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앞으론 관계를 갖지 않기로 했다."
저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단 얘기다. 숨기거나 거짓말 하라는 게 아니라, 할 필요 없는 얘기는 하지 말라는 얘기다. 상대도 저게 뭔 소린가 싶어 재차 묻지 않았는가.
상대 - 그러면 C양은 아직 관계를 가진 적이 한 번도 없는 거야?
C양 - 그런 건 아니고….
C양 - 그런 건 아니고….
정신 차리자. 첫 만남에서 저런 얘기만 나누게 되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증거다. 이걸 두고 C양처럼 '상대가 외국 마인드라서 그런 것 같다'며 술 취한 소리 하면, 방법이 없다. 외국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은 다들 만나자 마자 호텔로 불러서 잠자리에 대한 얘기를 하는가? 그리고 C양이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말한 건, 여기서 보기엔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연인처럼 스킨십 한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환상을 가진 채 혼자만의 의미부여하며 해석하지 말고, 냉정하게 둘의 만남을 복기해 보길 바란다.
3. 자극과 실망.
한 주의 짧은 만남 이후 상대는 외국으로 돌아가고, C양은 한국에 남아 있었다. 어마어마한 의미부여를 한 C양은 직장에서 업무를 하다가 상대가 생각나 울기도 했다. 상대는 자꾸 C양에게 자신이 사는 곳으로 놀러 오라고 했다.
"내 몸과 영혼이 너 때문에 앓고 있어.
우린 언제 다시 함께 할 수 있을까.
지금 여기 너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회사 마치면 바로 집으로 가서, 널 안고, 입 맞추고…."
우린 언제 다시 함께 할 수 있을까.
지금 여기 너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회사 마치면 바로 집으로 가서, 널 안고, 입 맞추고…."
상대가 저렇게 지속적으로 먹이(응?)를 준 까닭에, C양의 환상은 더욱 무럭무럭 자라나 결국 '연차 쓰고 해외로 간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C양이 해외로 나가기까지는 대략 한 달 정도가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상대가 메일로 한 얘기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상대가 폰을 잘 들여다보지 않으며, 사용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다고 해 둘은 메일로만 대화를 나눴다.)
ⓐ꿈속에서 네 두 눈을 보며 부드럽고 깊은 사랑을 나눴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에게 표현하고 싶어.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앓고 있어. 네가 필요해. 너를 원해.
ⓓ널 맛보고 싶어. 만지고 싶어. 널 많이 원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에게 표현하고 싶어.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앓고 있어. 네가 필요해. 너를 원해.
ⓓ널 맛보고 싶어. 만지고 싶어. 널 많이 원해.
이후엔 보다 구체적이며 자극적인 표현들이 등장하니, 이 정도만 옮기기로 하자. C양은 여행에 대한 얘기와 애정표현을 하려 하는데, 상대는 글자로 애무만 한다. 그는 '저 사람이 발정기에 접어든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혀가 어쩌고 손가락이 어쩌고 하는 얘기들만 해댄다.
드디어 C양이 그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을 때, 둘에겐 엄청난 실망이 찾아왔다. 폰이 어쩌고 하면서 메일로만 연락을 취하던 상대는, 가서 보니 하루 종일 폰을 끼고 살았다. 또, 집 안에서는 온 몸으로 애정표현을 하던 상대는, 밖에선 이웃사람이 볼까봐 잡고 있던 손도 푸는 모습을 보였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C양을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라고 소개했다.
C양은 그곳에서도 관계를 거절했다. 그는 아이를 낳으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식의 얘기를 하며 C양을 설득했지만, C양은 넘어가지 않았다. 참 웃긴 건, 그러고 난 다음 날 그는 "난 결혼 할 생각이 없다. 결혼은 속박이며, 내 주변의 결혼한 사람들은 모두 불행하다."는 말을 했다. 전 날 침대에서 아이를 책임지겠다느니, 한국에 가면 C양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싶다느니 했던 말들은 바람에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디테일한 갈등들도 꽤 많은데 그건 생략하자. 위에서 한 얘기들만으로도 충분히 상황파악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 알고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건 C양 뿐이다. 그녀는
"왜 갑자기 달라진 걸까요? 스킨십 진도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제 몸만 원한 거라면, 그가 보낸 메일의 감정들은 설명이 불가능하지 않나요?"
만약 제 몸만 원한 거라면, 그가 보낸 메일의 감정들은 설명이 불가능하지 않나요?"
라고 말한다. C양은 내게 첨부해서 보낸 메일 말고, 또 다른 메일 같은 걸 읽었던 걸까?
귀국 후 그에게 연락이 없는 건, 쉽게 말해 "너랑 남남으로 지내고 싶다."는 표현이다. C양은 계속 명언이나 감명 깊은 글 같은 걸 보내며 그에게 말을 거는데, 상대에겐 그 메일이 스팸메일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상대는 한국에 잠깐 와서 심심하니까 어플을 깔아 놀 상대를 찾았던 거고, 그러다 C양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후 C양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오겠다고 하니 이벤트가 생긴 듯 좋아했지만, 와서도 여전히 관계를 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며칠 맡아야 하는 짐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가 저에게 어찌 대했든, 저는 그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고
섭섭하게도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그를 향한 마음이 있다고 어필하는 중입니다.
제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좀 더 성숙한 인간이었다면,
그와의 관계를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이…."
섭섭하게도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그를 향한 마음이 있다고 어필하는 중입니다.
제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좀 더 성숙한 인간이었다면,
그와의 관계를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이…."
본능 하나로 달려드는 남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일은 쉽지 않다. 만나자마자 그를 숭배하기 시작한 C양 같은 경우는, 오히려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고 말이다. 이번 만남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생각하며 그냥 놓아두길 권한다. C양은 지금 답장 하지 않는 상대에게 보름 넘게 혼자 메일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그러지 말자. 머지않아 다시 한국에 출장올 수 있다고 말한 그의 말을 부여잡곤,
"한국에 오면 우리 집에서 지낼래? 우리 집에 올 건지 말해줘.
네가 온다면 이러이러한 준비들을 해 둘게."
네가 온다면 이러이러한 준비들을 해 둘게."
라는 대답 없는 메일을 보내고 있으면, 사람 추해진다. 현실에 발 딛고, 다음번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냐'만 묻는 남자 말고, C양이 어떤 사람인지를 궁금해 하는 남자와 만나길 바란다.
[공지]
오늘이 목요일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금요사연모음 올리는 날인데…. 죄송합니다. 댓글에 달린 '불금' 얘기 보고 금요일인 걸 알았습니다. 다음 주에 사연 모음 두 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불금 보내시기 바랍니다.
오늘이 목요일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금요사연모음 올리는 날인데…. 죄송합니다. 댓글에 달린 '불금' 얘기 보고 금요일인 걸 알았습니다. 다음 주에 사연 모음 두 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불금 보내시기 바랍니다.
▲ 그 돈 들여 거기까지 갔는데, 성격적 단점 어쩌고 하는 잔소리만 듣고 오다니.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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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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