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에게 결혼하자는 말 듣지 못해 불안한 여자
나도 사연을 보낸 M양과 생각이 같다. 남자친구가 내년쯤엔, 결혼 얘기 대신
라며 이별 얘기를 할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은지, 아래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자수성가를 꿈꾸며 도전정신이 강한 M양의 남자친구에게 연애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한 달에 두어 번 만나며 데이트를 하는 건 괜찮지만, 그 이상의 시간이나 노력, 또는 열정을 연애에 투자해야 한다면 그는 분명 연애를 포기할 것이다.
이십대 후반에 접어든 남자들 중, 이상과 현실의 초점을 아직 잡지 못한 남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니, '초점을 못 잡아서'라기 보다는, '초점을 잡아가는 중이라서'라고 해두자.) 'A'라는 학점에 만족할 수 없는 남자라고 할까. 타인이 봤을 땐 현재 상황 정도만으로도 훌륭하게 보이지만, 그는 'A'가 아닌 'A+'를 받고 싶은 것이다. 때문에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하며, 지금은 뭔가를 제출해 결과를 받기 보다는 보다 다듬고 수정 보완해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M양이 '3년의 유학생활'을 계획하고 있을 때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간 모은 돈을 모두 쏟아 부어 유학을 계획했는데, 남자친구가 결혼얘기를 꺼낸다고 해보자. 그럼 M양도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민하다가,
라는 이야기를 할 것 아닌가.
유학이라면 저렇게 명쾌한 답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M양의 남자친구는 현재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 뚜렷한 대안까지는 아직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직이나 창업을 고려하는 수준에만 머물고 있다. 때문에 M양에게 뭔가를 약속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형편도 못 된다. 그저 '나중의 일'로 일단 미뤄놓고 시간이 지난 뒤 생각해 보자고 말할 뿐이다.
가게를 하나 하더라도, 자신의 작은 동네 가게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고, 체인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 M양의 남자친구는 후자에 가깝다. 경과가 어떨지에 대해선 내가 M양의 남자친구를 알지 못하기에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가 주제파악을 잘못한 거라면 현실의 벽을 깨닫게 될 것이고, 옳게 본 것이라면 자신이 꿈꾸는 삶에 바짝 다가설 것이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여하튼 현재 그가 '이상과 현실'의 초점조정을 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들어서 있다는 걸 M양이 알아채길 바란다. 이 시기에 접어든 남자에게 "나랑 결혼할 거야?"라는 질문만 해대면, 그는 그 물음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며 연애를 '짐'으로 느낄 수 있다.
물론 저런 상황에서 힘이 되는 여자도 있다. 하지만 M양은 안타깝게도 짐이 되는 여자에 속한다.
우선, '남자친구는 대단한 사람이고, 나는 그에 비하면 모자라다.'라는 M양의 생각이 M양 스스로를 '짐'으로 만든다. 연인이라면 서로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기반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미래계획을 함께 세울 수 있을 만큼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M양의 연애는, M양이 애교를 부리면 남자친구가 다 맞춰주는 '보호자-아이'식의 연애다.
호의와 배려를 받는 입장에서는 그게 한없이 달콤하겠지만, 그걸 베푸는 입장에서는 피로도가 쌓이기 마련이다. '말하면 다 해주는 남자'가 마냥 좋기만 한 게 아니란 얘기다. 여기서 봤을땐, 남자친구의 저런 맹목적인 헌신이 M양을 더욱 어린아이처럼 만들었다. 둘이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고 치면, 함께 여행계획을 세우긴커녕 남자친구혼자 다 준비하고, M양에게 평가까지 받아야 하는 이상한 틀이 형성된 것이다.
M양에겐 전형적인 '나에게 맞춰'의 문제도 보인다.
전에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더니 "여자들은 원래 감정적인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데, 그게 잘못된 건가요? 남자가 맞추면 되는 일 가지고 여자가 잘못한 것처럼 글을 써 놓으셨네요."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난 잘잘못을 따지자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서로를 좀 이해하자는 거다.
남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비 오는데 우산이 없어."라는 여자친구의 말엔, "편의점에서도 우산 팔던데, 편의점 한 번 가봐."라고 대답해 주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여자친구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니 말이다. 연애매뉴얼을 쓰고 있는 나도, 남자인 까닭에 단번에 저 해결책이 머리에서 떠오른다. 감정을 보듬는다며 "어떡하지? 곤란하겠다. 일기예보엔 비 안 온다고 했었는데, 기상청 또 틀렸네."라는 이야기만 하고 말면, 볼일을 보고 닦지 않은 기분이 든다. 우산을 사서 쓰면 해결될 일 가지고 일기예보가 어쩌니 기상청이 어쩌니 하면서 빙빙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열 번 중 네 번쯤을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자. 열이면 열 전부 '나에게 맞춰'라고 말하면 견디기가 힘들다. 걱정이 되니까 편의점 가서 우산을 구입하라고 한 거고, 관심이 있으니까 그 후에 연락이 없으면 "우산은 샀어?"라고 묻는 건데, 그걸 두고 "난 우산 구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감정을 토닥여 주는 걸 원한다."라고만 말하면, 벅차다. "역시 오빤 모르는 게 없어. 우산 사서 잘 쓰고 가고 있어~"라고 대답하면 남자도 뿌듯해 하면서 앞으로도 더 발 벗고 나설 것이다. 그걸 모른 채 저렇게 찬물만 끼얹다간, 언젠가 "우린 너무 다른 것 같다."라는 말이 돌아올 것이고 말이다.
M양은 남자친구를 시험에 들게 하기 위한 대화법을 사용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M양이 묻는 질문 중 대부분은 답이 이미 정해져 있다. 결혼은 당연히 할 거라고 대답해야 하고, 임신하면 아이는 낳아서 잘 키우겠다고 답해야 하며, 안 했으면 좋겠다 싶은 건 없어야 하고, 불만이나 고쳐야 할 점 같은 건 없어야 한다.
앞으론 "오빠는 어때?"이라고 묻지 말고, "나는 이래."라고 먼저 털어 놓는 대화를 하길 권한다. 그럼 자연히 상대도 그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털어 놓을 것이다. 저렇게 기대를 잔뜩 한 채 '답정너'의 질문만 하니, 대화는커녕 M양이 남자친구에게서 '기대한 대답이 아닌 말'을 들은 뒤 틱틱 대거나 실망한 태도로 위로를 강요하는 일만 벌어지지 않는가.
하나 더. 싫은 건 싫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그 순간에 명확하게 밝히자. 카톡대화를 보면 M양은 만났을 때 분위기에 이끌려 감정적으로 행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야 이성적인 판단을 해 남자친구에게 따진다.
라고 말이다. 같이 해 놓고 나중에 책임을 남자친구에게만 미루는 건, 둘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칠 뿐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여자가 하자는 대로 다 하고, 무조건 잘 해주는 남자'는 둘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갈등이 찾아왔을 때, 맹목적인 사과로 얼른 상황을 무마하려 하는 건 '답'을 구하지 않은 채 문제를 덮어버리는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M양의 '답정너'와 남자친구의 "그래, 내 잘못이야."가 만든 작품을 보자.
남자친구는 '다 이해하기 때문에'라든가 '착하기 때문에'가 아니라,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간 계속 먼저 사과를 했던 것이다. 어차피 싸워봐야 M양이 이겨야 결론이 나고, 조금이라도 반발했다간 M양이 폭주해 헤어지자고 할 수 있으니 참는 거다. 이렇게 벌써부터 서로를 포기한 채 사귀는 커플에게 어떤 비전이 있을까?
M양은 내게
라고 물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현재 '보호자-아이'식의 관계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 둘은 아무런 정신적인 교감 없이 쪽쪽대거나 먹고 싶은 음식 얘기하며 노는 연애만 하고 있다. 주말에 만나게 되면 무조건 본능적인 행위만 하고 있고 말이다.
미안하지만 M양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을만한 부분이, 안 보인다.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수다는 떨 수 있어도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할 수 없고, 여자친구가 바라는 점은 다 들어줘야 하지만 자신이 바라는 점을 말할 순 없다. M양이 AM/PM을 잘 확인하지 않아 예약을 잘못하는 실수를 했을 때에도, 남자친구는 웃으며 감정을 다독여 줘야 한다. 무덤덤하게 있다간 M양에겐 "지금 내가 실수한 것 때문에 짜증내는 거냐?"라는 추궁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짐이다. 만나서 노는 건 재미있지만, 결혼해서 같이 산다고 생각하면….
마냥 오래 사귄다고 확신이 드는 게 아니다. 오래 사귈 수록 '결혼하면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들 수도 있다. 현재상태로라면 그런 확신이 들 확률은 98.72% 이상이고 말이다. 내가 M양이라면 "나랑 결혼할 거야?"라고 묻는 것 대신, 서로가 꿈꾸는 '5년 후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 같다.
▲ 매뉴얼 신청서와 카톡대화가 포함되지 않은 사연은 다루지 않습니다. 꼭 첨부해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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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연을 보낸 M양과 생각이 같다. 남자친구가 내년쯤엔, 결혼 얘기 대신
"내가 이렇게 널 붙잡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라며 이별 얘기를 할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은지, 아래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1. 야망이 있는 남자친구.
자수성가를 꿈꾸며 도전정신이 강한 M양의 남자친구에게 연애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한 달에 두어 번 만나며 데이트를 하는 건 괜찮지만, 그 이상의 시간이나 노력, 또는 열정을 연애에 투자해야 한다면 그는 분명 연애를 포기할 것이다.
이십대 후반에 접어든 남자들 중, 이상과 현실의 초점을 아직 잡지 못한 남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니, '초점을 못 잡아서'라기 보다는, '초점을 잡아가는 중이라서'라고 해두자.) 'A'라는 학점에 만족할 수 없는 남자라고 할까. 타인이 봤을 땐 현재 상황 정도만으로도 훌륭하게 보이지만, 그는 'A'가 아닌 'A+'를 받고 싶은 것이다. 때문에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하며, 지금은 뭔가를 제출해 결과를 받기 보다는 보다 다듬고 수정 보완해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M양이 '3년의 유학생활'을 계획하고 있을 때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간 모은 돈을 모두 쏟아 부어 유학을 계획했는데, 남자친구가 결혼얘기를 꺼낸다고 해보자. 그럼 M양도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민하다가,
"결혼은 유학을 마치고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 하는 걸로 하자."
라는 이야기를 할 것 아닌가.
유학이라면 저렇게 명쾌한 답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M양의 남자친구는 현재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 뚜렷한 대안까지는 아직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직이나 창업을 고려하는 수준에만 머물고 있다. 때문에 M양에게 뭔가를 약속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형편도 못 된다. 그저 '나중의 일'로 일단 미뤄놓고 시간이 지난 뒤 생각해 보자고 말할 뿐이다.
가게를 하나 하더라도, 자신의 작은 동네 가게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고, 체인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 M양의 남자친구는 후자에 가깝다. 경과가 어떨지에 대해선 내가 M양의 남자친구를 알지 못하기에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가 주제파악을 잘못한 거라면 현실의 벽을 깨닫게 될 것이고, 옳게 본 것이라면 자신이 꿈꾸는 삶에 바짝 다가설 것이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여하튼 현재 그가 '이상과 현실'의 초점조정을 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들어서 있다는 걸 M양이 알아채길 바란다. 이 시기에 접어든 남자에게 "나랑 결혼할 거야?"라는 질문만 해대면, 그는 그 물음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며 연애를 '짐'으로 느낄 수 있다.
2. "왜 여자가 짐인 것처럼 얘기하시죠?"
물론 저런 상황에서 힘이 되는 여자도 있다. 하지만 M양은 안타깝게도 짐이 되는 여자에 속한다.
우선, '남자친구는 대단한 사람이고, 나는 그에 비하면 모자라다.'라는 M양의 생각이 M양 스스로를 '짐'으로 만든다. 연인이라면 서로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기반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미래계획을 함께 세울 수 있을 만큼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M양의 연애는, M양이 애교를 부리면 남자친구가 다 맞춰주는 '보호자-아이'식의 연애다.
"오빠는 제가 바라는 점 말하면 다 들어주려고 엄청 노력하고 행동으로도 옮겨요."
호의와 배려를 받는 입장에서는 그게 한없이 달콤하겠지만, 그걸 베푸는 입장에서는 피로도가 쌓이기 마련이다. '말하면 다 해주는 남자'가 마냥 좋기만 한 게 아니란 얘기다. 여기서 봤을땐, 남자친구의 저런 맹목적인 헌신이 M양을 더욱 어린아이처럼 만들었다. 둘이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고 치면, 함께 여행계획을 세우긴커녕 남자친구혼자 다 준비하고, M양에게 평가까지 받아야 하는 이상한 틀이 형성된 것이다.
M양에겐 전형적인 '나에게 맞춰'의 문제도 보인다.
"나 배 아퍼."
"비 오는데 우산이 없어."
"내가 왜 이런 반응 보일지는 생각 안 해?"
"비 오는데 우산이 없어."
"내가 왜 이런 반응 보일지는 생각 안 해?"
전에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더니 "여자들은 원래 감정적인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데, 그게 잘못된 건가요? 남자가 맞추면 되는 일 가지고 여자가 잘못한 것처럼 글을 써 놓으셨네요."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난 잘잘못을 따지자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서로를 좀 이해하자는 거다.
남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비 오는데 우산이 없어."라는 여자친구의 말엔, "편의점에서도 우산 팔던데, 편의점 한 번 가봐."라고 대답해 주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여자친구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니 말이다. 연애매뉴얼을 쓰고 있는 나도, 남자인 까닭에 단번에 저 해결책이 머리에서 떠오른다. 감정을 보듬는다며 "어떡하지? 곤란하겠다. 일기예보엔 비 안 온다고 했었는데, 기상청 또 틀렸네."라는 이야기만 하고 말면, 볼일을 보고 닦지 않은 기분이 든다. 우산을 사서 쓰면 해결될 일 가지고 일기예보가 어쩌니 기상청이 어쩌니 하면서 빙빙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오빠는 사실만 보고 감정은 그냥 무시하는 것 같아.
난 관심 가져주길 바란 거고, 토닥여 주길 바란 건데…."
난 관심 가져주길 바란 거고, 토닥여 주길 바란 건데…."
열 번 중 네 번쯤을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자. 열이면 열 전부 '나에게 맞춰'라고 말하면 견디기가 힘들다. 걱정이 되니까 편의점 가서 우산을 구입하라고 한 거고, 관심이 있으니까 그 후에 연락이 없으면 "우산은 샀어?"라고 묻는 건데, 그걸 두고 "난 우산 구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감정을 토닥여 주는 걸 원한다."라고만 말하면, 벅차다. "역시 오빤 모르는 게 없어. 우산 사서 잘 쓰고 가고 있어~"라고 대답하면 남자도 뿌듯해 하면서 앞으로도 더 발 벗고 나설 것이다. 그걸 모른 채 저렇게 찬물만 끼얹다간, 언젠가 "우린 너무 다른 것 같다."라는 말이 돌아올 것이고 말이다.
3. M양의 부담스러운 대화법.
M양은 남자친구를 시험에 들게 하기 위한 대화법을 사용한다.
"오빠는 나 언제 제일 보고 싶었어?"
"오빠는 내가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거 있어?"
"오빠는 내가 안 했으면 좋겠다 싶은 게 뭐야?"
"오빠는 나랑 결혼할 생각이 없어?"
"오빠는 내가 임신하면 어떻게 할 거야?"
"오빠는 내가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거 있어?"
"오빠는 내가 안 했으면 좋겠다 싶은 게 뭐야?"
"오빠는 나랑 결혼할 생각이 없어?"
"오빠는 내가 임신하면 어떻게 할 거야?"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M양이 묻는 질문 중 대부분은 답이 이미 정해져 있다. 결혼은 당연히 할 거라고 대답해야 하고, 임신하면 아이는 낳아서 잘 키우겠다고 답해야 하며, 안 했으면 좋겠다 싶은 건 없어야 하고, 불만이나 고쳐야 할 점 같은 건 없어야 한다.
앞으론 "오빠는 어때?"이라고 묻지 말고, "나는 이래."라고 먼저 털어 놓는 대화를 하길 권한다. 그럼 자연히 상대도 그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털어 놓을 것이다. 저렇게 기대를 잔뜩 한 채 '답정너'의 질문만 하니, 대화는커녕 M양이 남자친구에게서 '기대한 대답이 아닌 말'을 들은 뒤 틱틱 대거나 실망한 태도로 위로를 강요하는 일만 벌어지지 않는가.
하나 더. 싫은 건 싫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그 순간에 명확하게 밝히자. 카톡대화를 보면 M양은 만났을 때 분위기에 이끌려 감정적으로 행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야 이성적인 판단을 해 남자친구에게 따진다.
"오빤 내가 싫다는데 왜 그랬어?"
라고 말이다. 같이 해 놓고 나중에 책임을 남자친구에게만 미루는 건, 둘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칠 뿐이다.
4. M양의 남친은 괜찮은 남자일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여자가 하자는 대로 다 하고, 무조건 잘 해주는 남자'는 둘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갈등이 찾아왔을 때, 맹목적인 사과로 얼른 상황을 무마하려 하는 건 '답'을 구하지 않은 채 문제를 덮어버리는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M양의 '답정너'와 남자친구의 "그래, 내 잘못이야."가 만든 작품을 보자.
"얘기 계속해서 뭐하겠어. 서로 들으려고나 해?
너도 네 사정이 있는 거고, 나도 내 사정이 있는 건데
서로 자기 얘기하기에만 바쁘잖아.
계속 말해봐야 뭐하겠어. 일만 커지는 거지.
대화하다보면 넌 오늘 뭔 일 저지를 사람처럼 말하잖아."
너도 네 사정이 있는 거고, 나도 내 사정이 있는 건데
서로 자기 얘기하기에만 바쁘잖아.
계속 말해봐야 뭐하겠어. 일만 커지는 거지.
대화하다보면 넌 오늘 뭔 일 저지를 사람처럼 말하잖아."
남자친구는 '다 이해하기 때문에'라든가 '착하기 때문에'가 아니라,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간 계속 먼저 사과를 했던 것이다. 어차피 싸워봐야 M양이 이겨야 결론이 나고, 조금이라도 반발했다간 M양이 폭주해 헤어지자고 할 수 있으니 참는 거다. 이렇게 벌써부터 서로를 포기한 채 사귀는 커플에게 어떤 비전이 있을까?
M양은 내게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이 '아 얘밖에 없구나.'싶어 하고,
저랑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게 할 수 있을까요?"
저랑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게 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현재 '보호자-아이'식의 관계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 둘은 아무런 정신적인 교감 없이 쪽쪽대거나 먹고 싶은 음식 얘기하며 노는 연애만 하고 있다. 주말에 만나게 되면 무조건 본능적인 행위만 하고 있고 말이다.
"저는 오빠와 결혼하고 싶은데, 오빠는 확신이 없는 것 같아서 슬픕니다."
미안하지만 M양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을만한 부분이, 안 보인다.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수다는 떨 수 있어도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할 수 없고, 여자친구가 바라는 점은 다 들어줘야 하지만 자신이 바라는 점을 말할 순 없다. M양이 AM/PM을 잘 확인하지 않아 예약을 잘못하는 실수를 했을 때에도, 남자친구는 웃으며 감정을 다독여 줘야 한다. 무덤덤하게 있다간 M양에겐 "지금 내가 실수한 것 때문에 짜증내는 거냐?"라는 추궁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짐이다. 만나서 노는 건 재미있지만, 결혼해서 같이 산다고 생각하면….
"아직은 때가 아닌가요? 언제 결혼 얘기를 꺼내야 할까요?
좀 더 기다렸다가 꺼내면 좋을까요?"
좀 더 기다렸다가 꺼내면 좋을까요?"
마냥 오래 사귄다고 확신이 드는 게 아니다. 오래 사귈 수록 '결혼하면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들 수도 있다. 현재상태로라면 그런 확신이 들 확률은 98.72% 이상이고 말이다. 내가 M양이라면 "나랑 결혼할 거야?"라고 묻는 것 대신, 서로가 꿈꾸는 '5년 후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 같다.
▲ 매뉴얼 신청서와 카톡대화가 포함되지 않은 사연은 다루지 않습니다. 꼭 첨부해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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