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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그를 위해 노력할수록 멀어지기만 하는 남자, 이유는?

by 무한 2013. 9. 30.
그를 위해 노력할수록 멀어지기만 하는 남자, 이유는?
혜진이는 인어공주가 아니야. 그렇지? 그러니까 이상형이 나타났다고 목소리를 잃는 대가로 상대에게 뭘 해주려고 할 필요도 없어. 그렇지?

난 그게 참 답답하거든. 지난 번 혜진이가 보낸 사연을 다루지 않고 그냥 넘긴 것도, 사연에 온통 혜진이의 판타지만 들어있었기 때문이야. 동화 같아. 상대는 왕자님, 혜진이는 인어공주.

혜진이는 결말을 미리 정해놓고 가거든. '그 사람은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할 리 없어.'라고. 그러니 자연스레 짝사랑의 과정은 고스란히 상처를 받는 과정이 되어버리고, 상대가 혜진이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은 '기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려.

물론 혜진이도 나름 애를 쓰긴 하지. 그에게 열심히 헌신하잖아. 난 그냥 두면 얼마쯤 이러다 흐지부지 될 거라 생각했는데, 혜진이는 뚝심 있는 여자 같아. 그래서 상황이 좀 난감하게 되어 버렸지. 더 엉망이 되지 않도록 혜진이의 진짜 문제는 뭔지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는 일.


혜진이랑 나랑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중이라고 가정해 보자. 가정하는 김에 혜진이가 나를 짝사랑하고 있다고도 가정하고.

난 책상정리를 안 해. 연중행사처럼 가끔 하긴 하는데, 책상이 정리되어 있으면 난 정장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더라고. 호치키스 같은 거 찾을 때 애먹긴 하지만 뭐 이대로도 괜찮아. 메모해 둔 걸 어디다 뒀는지 난 이미지로 기억하는 편이거든. 통신사 우편물 봉투 뒷면에 뭘 써놨는지 느낌으로 기억해.

위에서 한 가정대로라면 혜진이는 내 책상정리를 해 줄거야. 혜진이가 현재 호감남의 물품들을 정리해 주는 것처럼 말야. 그런데 그럼 난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자리에 둔 물건들을 찾을 수 없어. 그래서 혜진이에게 굳이 내 책상정리를 안 해도 된다고 말할 거야. 그건 호의가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당장 내가 불편하니까 하는 말이야.

하지만 뚝심이 있는 혜진이는 '이런 걸로 부담스러워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하면서 계속 내 책상을 정리할 거야.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혜진이 입장에선 책상이 항상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럼 난 더 불편해지는 거지.

혜진이가 호감남을 위해 하고 있는 것들 중 뭐가 그에게 불편을 초래할 거라고 내가 딱 구분해서 말해줄 순 없어. 난 그가 아니니까. 하지만 혜진이는 그에게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는 거 아니에요."


라는 말을 들은 적 있잖아. 그가 불쾌해 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며, 별 것 아닌 일이라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는데 말이야.

이걸 혜진이 친구들에게 말하면 친구들은 당연히 그 남자를 욕하지. 지 생각해서 해줬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냉랭한 말이나 한다고 말이야. 혜진이 역시 상대에게 그런 반응이 올 줄 몰랐기에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했는데, 속상한 그 마음은 알겠지만 이걸 감성적으로만 해석해선 곤란해. 나 좀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솔직히 혜진이가 하는 행동들 부담스럽거든. 혜진이는 자신이 좋아하니까 그러고 싶어서 하는 일일 뿐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상대방이 느낄 부담이 사라지는 게 아냐.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지금 혜진이 자신이 뭐라고 말하고 있나 봐봐.

"제 지인들은 고마워 할 줄 모르고 매사 모든 걸 다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마음 쓰지 말라고…."


이렇게 된다니까? "대가를 바라지 않고…."따위의 말을 하다가도 결국은 이렇게 상대를 나쁜 사람 만들어 버리고 말아. 하지 말라고 말해도 해서 불편하게 만들어 놓고는,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저는 그 순간 눈물이 핑…."따위의 얘기를 하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누구를 만나든 앞으론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며 목소리 내주려 들거나, 우렁각시 할 생각하지 마.

단, 사내에 불문율처럼 정해져 있는 '부하직원의 몫'은 하길 바라. 혜진이는 그간 보이던 호의를 좀 극단적으로 다 잘라내려 하는데, 남들 다 하는 건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 직장을 말하지 말라고 해서 예를 들긴 힘들지만, 예컨대 군대라면 취침소등은 후임이 하거든. 잘 때 막내가 불 끈다고. 그런 건 해야 해. 군대에 비유하자면 혜진인 그간 고참의 침구류 세탁하고 다림질까지 하던 거니까, 그런 건 하지 말고 해야 할 것만 하자고.


2. 긍정적인 신호 받으려는 태도.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간 혜진이가 상대에게 베푼 호의 중 상당수는 '떠보기'로 쳐야 해. 그거 긍정적인 신호가 오나 안 오나 본 거잖아. 

A라는 남자가 어느 여자를 좋아한다고 해보자. A는 그녀와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그녀에게 호의를 베풀어. 일을 대신해 주기도 하고, 음료수를 건네기도 해. 그녀가 아프다고 할 땐 죽을 사다 주기도 하고, 남몰래 간식도 챙겨줘. 상대는 그걸 거절하는 법 없이 다 받아. 그럼 긍정적 신호라고 할 수 있겠지? 잘 모르겠다면 반대로 생각해 봐. 전부 다 거절하면 부정적 신호로 여길 거 아냐.

"다른 직원들은 상사와 잘 지내는데,
저는 그들보다 더 헌신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만큼도 가까워지질 않네요."



내가 보기엔 거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째는 소제목에 적은대로 '긍정적인 신호 받으려는 태도'의 문제야. 혜진이가 긍정적인 신호 받으려고 내미는 호의들을 다 받으면 상대는 마음의 채무를 떠안게 돼. 누군가 혜진이에게 매일 자신이 집에서 만든 빵을 간식으로 먹으라며 준다고 해봐. 얼굴에 철판을 깐 게 아니라면 나중에 치맥이라도 한 번 사서 갚아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들 거 아냐.

"그분에게 제가 만든 쿠키를 드리거든요.
그분은 이런 거 안 챙겨도 된다고 말하시지만,
제가 책상에 올려두면 다 드실 때가 많아요."



그거 안 먹고 버리는 게 더 이상한 거잖아. 정색하면서 "챙기지 말라고 했는데 왜 또 가져왔죠?"하며 따질 수도 없는 거고 말야. 그리고 호감남이 혜진이에게 밥 한 번 산 거 말야, 그거 호의에 대한 보답으로 보는 게 맞아. 그런데 혜진이는 그 사건을 두고 '기적이 일어나려는 징조인가?'라고 생각하곤 그저 두근두근 하고 있었지. 난 혜진이의 사연에서 그 부분이 제일 안타깝더라고. 거기에 들떠서 혜진이가 더 강도 높은 긍정적 신호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회사 끝나고 식사 같이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을 수 있으니까.
 
남들만큼도 가까워지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혜진이가 짐작해서(혹은 임의대로) 행동한다는 문제야. "전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한 일이었습니다."라는 말은 적절한 변명이 될 수 없어. 이것 역시 사례를 가져다 살펴볼 수 없기에 설명하기가 힘든데, 그러니 간단히 조언만 적어둘게.

ⓐ상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내가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는다.
ⓑ상대를 위한다고 하는 일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도록 한다.



저것만 기억해두면 앞으로 실수할 일은 거의 없을 거야. 상대는 사적으로 혜진이의 호감남이기에 앞서 공적으로 직장상사잖아. 쿠키 열심히 구워다 줘봐야, 혜진이 임의대로 일 처리해서 상대 신고(민원) 당할 위험에 처하게 하면 절대 가까워 질 수 없다는 걸 잊지 마.


혜진이가 물었지.

"마음을 접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마음이 잘 정리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관계 회복을 위해서 다시 한 번 힘 내봐도 될까요?"



난 목표를 다르게 잡으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 우선 인어공주 말고 부하직원의 자리로 돌아와. 상대를 위해 뭔가를 해주려 노력하는 것보다 업무와 관련해 손발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해. 계속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거든. 그렇다는 건 매력이 있다는 거니까. 그런데 지금 혜진이는 환영받지 못하는 가사도우미 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잖아. 그런 태도를 유지하면서 "가슴 아픈 짝사랑…."따위의 얘기를 해선 곤란해. 상대에게 현재 혜진이는 (손발이 맞지 않기에)좋아하려야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니 두 사람 관계의 발전이 없는 건 당연하잖아.

옷 입는 스타일만 바꿔도 상대가 훨씬 멋있어 질 것 같다며. 그럼 옷 사러 갈 때 같이 가자고 말해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친해지는 게 먼저잖아. 안 그래? 둘이 밥 먹을 기회가 또 오면 그때 옷 얘기 같은 거 하면 되는 거야. 위에서 말했듯 '책상정리로 긍정적 신호 받았으니 이번엔 한 단계 높여서 서랍정리를 해볼까?'하지 말고, 같이 쇼핑갈 정도로 친해지는 걸 목표로 하자. 주변 사람들에게 앓는 소리 해가며 위로 받는 시간낭비 그만하고, 이번엔 스스로를 응원하며 가 보자고.



칭찬만 받으려 애쓰는 삶은 고단해. 칭찬에 목숨 걸지 말자 혜진아.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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