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모] 늘 퇴짜맞는 고학벌의 남자 외 1편
이 부분을 오해하는 대원들이 몇몇 있는데, 잘난 척을 대놓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보가 아니고서는 "아무래도 제가 S대 의대를 나온 치과의사다 보니까."라는 식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 "제가 B사의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니 그럼 다음에 만날 땐 제 차 타고 드라이브나 하죠."라며 대놓고 '자랑질'을 하지 않는단 얘기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내가 누구나 다 알아주는 외국의 H대학을 나왔다고 가정했을 때, 대화를 대학 얘기로 이끌어가며
정도의 이야기만 해도 충분히 '잘난 척'으로 보일 수 있다. 뒤 문장을 '제가 졸업한 H대학교에서는'이라고 말하면 확실히 잘난 척으로 보일 수 있고 말이다.
처음으로 다룰 사연의 주인공인 M군은 "자랑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H대학'이라고 하지 않고 '대학'이라고 말했습니다."라고 하는데, 그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오히려 이전 소개팅에서 자신이 졸업한 학교의 풀네임을 말했던 것이 이상한 거다.
M군이 퇴짜를 맞는 가장 큰 이유는 '잘난 척'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M군보다 뛰어난 스펙을 가진 대원들의 사연을 읽을 때에도 거부감이 든 적은 없었는데, M군의 사연을 읽으면 거부감이 든다. M군이 내 아는 동생이었으면,
라는 얘기를 해주었을 것 같다.
그 학교에 들어가기까지 M군이 노력했다는 건 충분히 알겠다. 솔직히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심정이지만, M군이 열심히 노력했고 고생했다고 해두자. 그럼 M군도 이정도 까지만 하면 되는 거다. 굳이 주제를 학교 얘기로 잡아가며 "내가 고생해가며 얻어낸 것이 바로 이 학력입니다."라는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단 얘기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M군은 소개팅에 나가 '나는 이렇게 이 학교에 입학했다'류의 수기를 상대에게 들려주고 있다. 상대가 M군에게 과외 받을 학생이라든가, M군에게 인터뷰 요청을 한 기자라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소개팅녀에게 그래선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내가 B사의 자동차를 몰며 동호회 회원들과 있으면 내 자동차를 자랑할 일이 없다. 다들 B사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그런데 국산차를 타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며 주제를 '자동차'로 이끌곤 연비와 안전성 등에 대해 말하면 그건 '자랑'이 될 수 있다. "저도 전엔 국산차를 몰아봤는데, 외제차로 바꾸니 확실히 다르더라고요."라는 이야기를 하면 실례가 될 수도 있고 말이다. 나름 겸손하게 말한다고 "아, 오해는 하지 마세요. 국산차 전부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외제차의 장점이 그렇다는 거니까."라고 말하면, 듣는 상대는 더 짜증 날 수 있다.
소개팅 이전에 카톡대화를 나눌 때에도 M군은 밝고 젠틀하다. 그런데 만나서 상대에게 '어필'한다며 학교 얘기 꺼내기에 상황이 극도로 나빠지는 듯 보인다. 속는 셈 치고 앞으로 소개팅에서 '학교'와 관련된 그 어떤 얘기도 하지 말아보길 권한다. M군에게서 '학교부심'을 빼면 별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더불어 남이 의식할 거라는 걸 의식하며 너무 겸손하려 애쓰지 말라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학교나 직장 메일로 사연을 보내는 고학벌, 또는 고스펙의 대원들도 많은데 그들 중 "제가 자주 사용하는 메일이 학교(직장) 메일이라 이 주소로 보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얘기는 안 해도 된다. 그게 신경 쓰이면 다른 메일로 보내든지, 아니면 그런 말 생략하고 보내길 바란다.
진호야 내가 너랑 같은 학교를 다닌다고 해보자. 그런데 내가 전날 과음을 해서 이번에 수업 못 들어가니까 대리출석 좀 해달라고 했어. 그리고 오늘까지 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아무래도 학교를 못 갈 것 같으니까 메일로 보내면 그거 출력해서 좀 제출해 달라고 했어. 또 저녁에는 기숙사에 사는 친구에게 물건 빌리기로 한 게 있는데 그것 좀 받아놔 달라 그랬어. 난 늘 이런 식으로 널 대해.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지.
진호야 넌 저게 '의지하는 것' 같아 보여? 심부름 같아 보이진 않고?
그러면 안 돼, 진호야. 너랑 안 사귀어준다고 그냥 막 아무렇게나 철벽녀라고 갖다 붙이는 거 아니야. 철벽녀가 초반부터 막 말 놓고 그래? 소개팅 시켜 달라고 말을 해? 대신 좀 출석해 달라 그래? 자기 기분 상하거나 심심하면 연락해서 징징 거리거나 수다 떨고 그래? 필요한 거 있거나 모르는 거 있을 때 연락해서 물어보고 그래?
난 정말 궁금해. 이걸 '어장관리'라고 안 하면 대체 뭘 어장관리라고 해야 하는 거야?
아이고 진호야. 넌 지금도 걔한테 '땡큐오빠'고 '땜빵오빠'인데 뭘 더 어떻게 잘해주려고? 앞으로 시험 때 되면 커피 기프티콘 보내고, 리포트 대신 써주고, 걔가 피곤해서 학교 못 오면 대리출석해주고, 밥 사주고 뭐 그러려고? 어머니께서 아시면 가슴을 치실 일이다 진호야.
상대의 부탁은 말이야, 그 사람이 정말 내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걸 내게 간절하게 부탁할 때 고심한 후에 들어줘도 '잘 들어줬다'고 말하기 힘든 일이야. 상대가 자기 목숨이 걸린 일이라며 부탁을 했어도, 그게 해결되고 나면 상대는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나온 기분이 될 수 있거든. 내가 보니까, 절실함이 자리를 뜰 때 고마움의 손을 붙잡고 나가는 것 같더라. 상대의 노트북이 고장 나 상대가 발을 구르고 있을 때 도와주는 것 정도는 괜찮아. 그런데 상대가 애들하고 놀다가 해야 할 일을 못 해서 그걸 대신 해 달라고 부탁하는 건 안 들어 주는 게 맞는 거야.
너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거절'이야. 내가 늘 얘기하잖아 '정회원'과 '준회원'의 차이를 두라고. 넌 지금 남자친구도 안할만한 일까지 다 하고 있는 거야. '챙겨준다'는 핑계로 말이야. 고교시절이라고 치면, 걔가 수업시간에 건성건성 수업 듣고 애들하고 놀러 다니느라 노트정리를 안 했는데, 시험이 가까워오자 너에게 "나 노트 좀 빌려 줘. ㅠ.ㅠ 나 시험범위도 어디까지인지 몰라 ㅠ.ㅠ"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 그럼 넌 '챙겨준다'며 노트 복사해서 갖다 주고 시험범위도 알려주겠지. 숙제를 대신 해 줄 수도 있고 말야.
내가 핫팩이 좀 필요했거든. 그런데 인터넷에서 물건 하나 시키니까 붙이는 핫팩 사은품으로 주더라. 난 사진 찍으러 갈 때만 핫팩이 필요한 거라서 대량으로 살 생각 없거든. 거기선 써보고 좋으면 대량구입 하라고 보내준 거고. 어차피 물건 주문할 때마다 핫팩이 오면 더 필요 없으니까 난 대량구매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지금 걔한테 딱 그 '사은품 핫팩'같은 존재야. 부탁도 들어주지, 고민상담도 해주지, 심심할 때 수다도 떨어주지, 안 사귀어도 다 할 수 있는데 뭐 하러 사귀어?
모든 여자에게 다 냉정하게 굴고 부탁을 거절하라는 얘기가 아니야. 걔를 딱 봐봐. "고마워 오빠 땡큐."가 습관화 되어 있잖아. 그런 상황에서 네가 "더 잘해주려고요."라고 말하는 건, 호구기능사에서 호구기능장이 되겠다는 얘기밖에 되질 않아. 진호는 "어떻게 하면 걔가 절 남자로 봐줄까요?"라고 물었지? 별로 권하고 싶진 않지만 꼭 그래야 한다면, 뭐든 다 해주는 '사은품 오빠'에서 먼저 벗어나. 모든 걸 다 바치는 '값진 사은품'이 되더라도, 사은품은 사은품일 뿐이니까. 어려운 거 아니야, 쉽게 생각해. 무료베타버전이 정식버전과 아무 차이도 없어. 심지어 업그레이드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지. 너라면 정식버전 살 것 같아?
'고백의 순간'이 언제인지를 알려달라는 대원도 있었는데, 요청한대로
저렇게 딱 나눠서 말하긴 힘들다. 질문을 한 대원에겐 내가 운전면허 딸 때의 얘기를 해주고 싶다.
운전면허 실기시험을 준비할 때 내가 가장 걱정했던 건 '대체 언제 변속을 해야 하는 건가?'였다. 사람들에게 정확한 변속시점(rpm 값으로)을 물었더니,
라는 제각각의 대답을 했다. 저 대답을 듣고 나서도 고민인 건, '당장 앞을 보며 운전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계기판의 rpm수치까지 확인하며 변속을 할 수 있는가?'였다.
그런데 실제로 운전을 하는 지금, 저 고민은 '고민도 아닌 것'이 되었다. 악셀을 밟는 정도에 따라 타이밍이 달라지기도 하고, 엔진음으로 타이밍을 알 수 있기도 하며, 타다보면 대략 몸으로 이쯤이 변속 시점이라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백도 비슷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변속 타이밍을 '2000~2200rpm'정도로 추천하듯 매뉴얼을 통해서는 "상대와 30분 이상 통화가 가능할 때 고백하세요."라고 말하지만, 상대와 가까워지면 '이쯤이면 고백해도 되겠구나'하는 느낌이 자연히 든다. 그 즈음엔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주말이나 공휴일에 만나는 게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아직 전화통화하기도 부담스러운 사이이거나, 만나자고 해도 상대가 피할 때 더는 고민하고 싶지 않아 그저 '도전'의 의미로 고백하는 게 아니라면, 고백의 타이밍은 자연스레 알 수 있을 테니 너무 고민하진 말길 바란다.
자 그럼,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바라며!
▲ 신청서(http://normalog.com/notice/1339)가 없는 사연은 다루지 않습니다.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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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오해하는 대원들이 몇몇 있는데, 잘난 척을 대놓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보가 아니고서는 "아무래도 제가 S대 의대를 나온 치과의사다 보니까."라는 식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 "제가 B사의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니 그럼 다음에 만날 땐 제 차 타고 드라이브나 하죠."라며 대놓고 '자랑질'을 하지 않는단 얘기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내가 누구나 다 알아주는 외국의 H대학을 나왔다고 가정했을 때, 대화를 대학 얘기로 이끌어가며
"한국 대학교의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제가 졸업한 학교에서는…."
정도의 이야기만 해도 충분히 '잘난 척'으로 보일 수 있다. 뒤 문장을 '제가 졸업한 H대학교에서는'이라고 말하면 확실히 잘난 척으로 보일 수 있고 말이다.
처음으로 다룰 사연의 주인공인 M군은 "자랑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H대학'이라고 하지 않고 '대학'이라고 말했습니다."라고 하는데, 그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오히려 이전 소개팅에서 자신이 졸업한 학교의 풀네임을 말했던 것이 이상한 거다.
1. 늘 퇴짜 맞는 고학벌의 남자.
M군이 퇴짜를 맞는 가장 큰 이유는 '잘난 척'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M군보다 뛰어난 스펙을 가진 대원들의 사연을 읽을 때에도 거부감이 든 적은 없었는데, M군의 사연을 읽으면 거부감이 든다. M군이 내 아는 동생이었으면,
"너 무슨 노벨상이라도 받았냐?
왜 그 학교 입학한 거 하나 가지고 인생 만점 맞은 사람처럼 말해?"
왜 그 학교 입학한 거 하나 가지고 인생 만점 맞은 사람처럼 말해?"
라는 얘기를 해주었을 것 같다.
그 학교에 들어가기까지 M군이 노력했다는 건 충분히 알겠다. 솔직히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심정이지만, M군이 열심히 노력했고 고생했다고 해두자. 그럼 M군도 이정도 까지만 하면 되는 거다. 굳이 주제를 학교 얘기로 잡아가며 "내가 고생해가며 얻어낸 것이 바로 이 학력입니다."라는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단 얘기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M군은 소개팅에 나가 '나는 이렇게 이 학교에 입학했다'류의 수기를 상대에게 들려주고 있다. 상대가 M군에게 과외 받을 학생이라든가, M군에게 인터뷰 요청을 한 기자라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소개팅녀에게 그래선 안 되는 것이다.
"같은 학교 여학생들과는 잘 지냅니다. 소개팅도 그들이 주선해 준 거고요.
제가 애프터 승낙을 한 번도 못 받는 걸 그녀들도 의아해 할 정도입니다."
제가 애프터 승낙을 한 번도 못 받는 걸 그녀들도 의아해 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내가 B사의 자동차를 몰며 동호회 회원들과 있으면 내 자동차를 자랑할 일이 없다. 다들 B사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그런데 국산차를 타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며 주제를 '자동차'로 이끌곤 연비와 안전성 등에 대해 말하면 그건 '자랑'이 될 수 있다. "저도 전엔 국산차를 몰아봤는데, 외제차로 바꾸니 확실히 다르더라고요."라는 이야기를 하면 실례가 될 수도 있고 말이다. 나름 겸손하게 말한다고 "아, 오해는 하지 마세요. 국산차 전부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외제차의 장점이 그렇다는 거니까."라고 말하면, 듣는 상대는 더 짜증 날 수 있다.
"소개팅 전에 카톡대화를 할 땐 분위기 좋은데, 만나고 나서는 꼭 그러네요.
소개팅 끝나자마자 상대가 집에 서둘러 가야 한다며 배웅도 거절한 적 있고요."
소개팅 끝나자마자 상대가 집에 서둘러 가야 한다며 배웅도 거절한 적 있고요."
소개팅 이전에 카톡대화를 나눌 때에도 M군은 밝고 젠틀하다. 그런데 만나서 상대에게 '어필'한다며 학교 얘기 꺼내기에 상황이 극도로 나빠지는 듯 보인다. 속는 셈 치고 앞으로 소개팅에서 '학교'와 관련된 그 어떤 얘기도 하지 말아보길 권한다. M군에게서 '학교부심'을 빼면 별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더불어 남이 의식할 거라는 걸 의식하며 너무 겸손하려 애쓰지 말라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학교나 직장 메일로 사연을 보내는 고학벌, 또는 고스펙의 대원들도 많은데 그들 중 "제가 자주 사용하는 메일이 학교(직장) 메일이라 이 주소로 보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얘기는 안 해도 된다. 그게 신경 쓰이면 다른 메일로 보내든지, 아니면 그런 말 생략하고 보내길 바란다.
2. A.K.A 땡큐오빠.
진호야 내가 너랑 같은 학교를 다닌다고 해보자. 그런데 내가 전날 과음을 해서 이번에 수업 못 들어가니까 대리출석 좀 해달라고 했어. 그리고 오늘까지 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아무래도 학교를 못 갈 것 같으니까 메일로 보내면 그거 출력해서 좀 제출해 달라고 했어. 또 저녁에는 기숙사에 사는 친구에게 물건 빌리기로 한 게 있는데 그것 좀 받아놔 달라 그랬어. 난 늘 이런 식으로 널 대해.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지.
"난 정말 학교 다니면서 너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진호야 넌 저게 '의지하는 것' 같아 보여? 심부름 같아 보이진 않고?
"걔한테 약간 철벽녀 기질이 있는 거 같아 보여요."
그러면 안 돼, 진호야. 너랑 안 사귀어준다고 그냥 막 아무렇게나 철벽녀라고 갖다 붙이는 거 아니야. 철벽녀가 초반부터 막 말 놓고 그래? 소개팅 시켜 달라고 말을 해? 대신 좀 출석해 달라 그래? 자기 기분 상하거나 심심하면 연락해서 징징 거리거나 수다 떨고 그래? 필요한 거 있거나 모르는 거 있을 때 연락해서 물어보고 그래?
난 정말 궁금해. 이걸 '어장관리'라고 안 하면 대체 뭘 어장관리라고 해야 하는 거야?
"고백했거든요. 거절당했지만, 이제 제 마음도 알렸으니 더 잘해주려고요."
아이고 진호야. 넌 지금도 걔한테 '땡큐오빠'고 '땜빵오빠'인데 뭘 더 어떻게 잘해주려고? 앞으로 시험 때 되면 커피 기프티콘 보내고, 리포트 대신 써주고, 걔가 피곤해서 학교 못 오면 대리출석해주고, 밥 사주고 뭐 그러려고? 어머니께서 아시면 가슴을 치실 일이다 진호야.
상대의 부탁은 말이야, 그 사람이 정말 내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걸 내게 간절하게 부탁할 때 고심한 후에 들어줘도 '잘 들어줬다'고 말하기 힘든 일이야. 상대가 자기 목숨이 걸린 일이라며 부탁을 했어도, 그게 해결되고 나면 상대는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나온 기분이 될 수 있거든. 내가 보니까, 절실함이 자리를 뜰 때 고마움의 손을 붙잡고 나가는 것 같더라. 상대의 노트북이 고장 나 상대가 발을 구르고 있을 때 도와주는 것 정도는 괜찮아. 그런데 상대가 애들하고 놀다가 해야 할 일을 못 해서 그걸 대신 해 달라고 부탁하는 건 안 들어 주는 게 맞는 거야.
너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거절'이야. 내가 늘 얘기하잖아 '정회원'과 '준회원'의 차이를 두라고. 넌 지금 남자친구도 안할만한 일까지 다 하고 있는 거야. '챙겨준다'는 핑계로 말이야. 고교시절이라고 치면, 걔가 수업시간에 건성건성 수업 듣고 애들하고 놀러 다니느라 노트정리를 안 했는데, 시험이 가까워오자 너에게 "나 노트 좀 빌려 줘. ㅠ.ㅠ 나 시험범위도 어디까지인지 몰라 ㅠ.ㅠ"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 그럼 넌 '챙겨준다'며 노트 복사해서 갖다 주고 시험범위도 알려주겠지. 숙제를 대신 해 줄 수도 있고 말야.
내가 핫팩이 좀 필요했거든. 그런데 인터넷에서 물건 하나 시키니까 붙이는 핫팩 사은품으로 주더라. 난 사진 찍으러 갈 때만 핫팩이 필요한 거라서 대량으로 살 생각 없거든. 거기선 써보고 좋으면 대량구입 하라고 보내준 거고. 어차피 물건 주문할 때마다 핫팩이 오면 더 필요 없으니까 난 대량구매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지금 걔한테 딱 그 '사은품 핫팩'같은 존재야. 부탁도 들어주지, 고민상담도 해주지, 심심할 때 수다도 떨어주지, 안 사귀어도 다 할 수 있는데 뭐 하러 사귀어?
모든 여자에게 다 냉정하게 굴고 부탁을 거절하라는 얘기가 아니야. 걔를 딱 봐봐. "고마워 오빠 땡큐."가 습관화 되어 있잖아. 그런 상황에서 네가 "더 잘해주려고요."라고 말하는 건, 호구기능사에서 호구기능장이 되겠다는 얘기밖에 되질 않아. 진호는 "어떻게 하면 걔가 절 남자로 봐줄까요?"라고 물었지? 별로 권하고 싶진 않지만 꼭 그래야 한다면, 뭐든 다 해주는 '사은품 오빠'에서 먼저 벗어나. 모든 걸 다 바치는 '값진 사은품'이 되더라도, 사은품은 사은품일 뿐이니까. 어려운 거 아니야, 쉽게 생각해. 무료베타버전이 정식버전과 아무 차이도 없어. 심지어 업그레이드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지. 너라면 정식버전 살 것 같아?
'고백의 순간'이 언제인지를 알려달라는 대원도 있었는데, 요청한대로
고백할 때 해야 할 말 / 하지 말아야 할 말
고백할 때 해야 할 행동 / 하지 말아야 할 행동
(그 친구에 대해 뭘 알게 되면 고백해도 된다든지,
알게 된 지 얼마나 되었을 때 고백하면 좋은지도.)
고백할 때 해야 할 행동 / 하지 말아야 할 행동
(그 친구에 대해 뭘 알게 되면 고백해도 된다든지,
알게 된 지 얼마나 되었을 때 고백하면 좋은지도.)
저렇게 딱 나눠서 말하긴 힘들다. 질문을 한 대원에겐 내가 운전면허 딸 때의 얘기를 해주고 싶다.
운전면허 실기시험을 준비할 때 내가 가장 걱정했던 건 '대체 언제 변속을 해야 하는 건가?'였다. 사람들에게 정확한 변속시점(rpm 값으로)을 물었더니,
"1,2단은 2000rpm에서 하고, 그 이상은 2200rpm 정도가 좋지."
"난 2300rpm에서 2500rpm 사이에 바꾸는 것 같은데?"
"2000~2200rpm 정도가 적당해."
"난 2300rpm에서 2500rpm 사이에 바꾸는 것 같은데?"
"2000~2200rpm 정도가 적당해."
라는 제각각의 대답을 했다. 저 대답을 듣고 나서도 고민인 건, '당장 앞을 보며 운전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계기판의 rpm수치까지 확인하며 변속을 할 수 있는가?'였다.
그런데 실제로 운전을 하는 지금, 저 고민은 '고민도 아닌 것'이 되었다. 악셀을 밟는 정도에 따라 타이밍이 달라지기도 하고, 엔진음으로 타이밍을 알 수 있기도 하며, 타다보면 대략 몸으로 이쯤이 변속 시점이라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백도 비슷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변속 타이밍을 '2000~2200rpm'정도로 추천하듯 매뉴얼을 통해서는 "상대와 30분 이상 통화가 가능할 때 고백하세요."라고 말하지만, 상대와 가까워지면 '이쯤이면 고백해도 되겠구나'하는 느낌이 자연히 든다. 그 즈음엔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주말이나 공휴일에 만나는 게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아직 전화통화하기도 부담스러운 사이이거나, 만나자고 해도 상대가 피할 때 더는 고민하고 싶지 않아 그저 '도전'의 의미로 고백하는 게 아니라면, 고백의 타이밍은 자연스레 알 수 있을 테니 너무 고민하진 말길 바란다.
자 그럼,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바라며!
▲ 신청서(http://normalog.com/notice/1339)가 없는 사연은 다루지 않습니다.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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