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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아는 오빠'에서 '귀찮은 오빠'가 되고 마는 남자, 왜?

by 무한 2013. 10. 7.
'아는 오빠'에서 '귀찮은 오빠'가 되고 마는 남자, 왜?
사연을 보낸 J군에게, "왜 그런지 다 알면서 뭐 하러 또 물어?"라고 묻고 싶다. 만약 J군과 내가 만나서 대화를 나눈다면 아래와 같은 모양이 될 것 같다.

J군 - 열심히 운동해도 복근이 안 보이는데, 체지방 때문일까요?
무한 - 네. 아무래도 배 둘레에 햄이 있으니까 복근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J군 - 그럼 복근이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한 - 배에 있는 지방을 걷어내야 하겠죠. 운동하세요.
J군 - 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복근이 안 보이네요.
무한 - 복근이 보일 때까지 뱃살을 빼면, 보이겠죠.
J군 - 뱃살이 문제라는 건 저도 알아요. 복근이 안 보여서 고민이라는 거예요.
무한 - ….
J군 - 복근이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한 - 먹는 걸 줄여보세요. 지방커팅은 식이 70, 운동 30이라는 말이 있으니까.
J군 - 아뇨, 먹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운동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거예요.
무한 - 유산소 운동을 해 보세요.
J군 - 유산소 운동은 근육을 키워주지 않잖아요? 그럼 복근과도 관련이 없을 텐데.
무한 - 복근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안 보여서 문제인 거니까. 체지방을 걷어 내야죠.
J군 - 그건 저도 알아요. 제가 알고 싶은 건 '복근을 드러나게 만드는 운동'이에요.



식스팩이 보이지 않는 건 뱃살 때문인데, 뱃살을 뺄 생각은 하지 않고 '복근 드러나는 방법'만을 찾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때문에 J군의 사연을 금요사연모음 쯤에서 '방법만을 찾는 남자'로 간단하게 다룰까 하다가, J군과 비슷하게 흑역사를 쓰고 있을 대원들을 위해 이렇게 매뉴얼로 발행하기로 했다. 출발해 보자.


1. 여자와 친해지는 방법?


동성친구와 친해지는 게 먼저다. 동성친구와 편의점 앞에 앉아 긴 시간 이야기 해 본 적 없는 사람은, 이성과도 그것 이상의 유대를 맺기가 어렵다. 타자에 비유하자면 그게 기본자리다. 기본자리 연습이 충실히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타수를 늘리려 하는 건, 역시 바보 같은 짓일 뿐이다.

동성친구와 친해질 때 기억해야 할, 두 가지 주의할 점은 아래와 같다.

① 얕고 넓은 관계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이라도 그와 깊은 관계를 맺을 것.
② 형, 누나의 시중을 들거나 꼬꼬마들 앞에서 골목대장 노릇하는 건 무효.



그저 놀 때 같이 어울려 노는 것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 친구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다 보면, 자연히 그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이 생길 것이며, 친구의 집에 놀러가 친구 가족들을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J군은 저런 사적인 관계를 거의 맺지 않고 있다. 모임이 있으면, 그 모임의 구성원이 되어 모임 자체가 부여하는 '공적인 친분'을 가질 뿐이다.

회원 - 형, 다음 주엔 홍대에서 모인대요. 회비는 남식이한테 부쳐주세요.
J군 - 오케이. 담주에 봐~



사람들과 저 정도의 관계만을 유지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외로워지고, 그 외로움을 연애로 해결하려 모임 내 여성회원에게 들이댄다. 혼자 급하게 불타올랐다가 쉽게 식는 금사빠 기질도 가지고 있기에, A에게 다가갔다가 가능성이 없어 보이면 B에게, B 역시 가망성이 없어 보이면 C에게 다가가는 문제도 함께 지니고 있다.

물론, J군이 모임의 선배인 사람들과는 그럭저럭 잘 지내는 편이다. 그들에게 납작 엎드린 채 "네, 형 말이 다 맞는 것 같아요." 등의 이야기를 하면, '말 잘 듣는 후배'의 이미지를 얻어 늘 조언을 받는 관계로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J군은 조언을 받고 있으니 그 선배와 친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무릎 정도의 깊이밖에 안 되는 친분이다. 그런 건 예비군 훈련 가서 우연히 만난 동네 형과 수다를 떠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상대의 사적인 일에 초대 받을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는 게 먼저다. 그렇지 않으면 호감 가는 이성에게도 모임에서의 공적인 관계를 맺는 것처럼 다가가게 된다. "만나서 놀자. 주말에 밥 먹자. 너 이번 주 모임에 오냐?" 정도의 태도만 취하게 된단 얘기다. 호감이 있기에 관심을 갖는 이성을 제외하고, J군이 몇 명의 친구와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며 사적으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그런 관계가 하나도 없다면 폰에 저장된 '아는 사람'이 만 명을 넘어도 다 부질 없는 관계일 뿐이다. 
 

2. 자연스레 알아가는 방법?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면 된다. J군은

"전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J군이 상대에게 가지고 있는 건 '관심'이 아니라 '욕구'일 뿐이다. 때문에 J군은 상대에게 '만나자'는 말을 하려는 목적으로 연락을 한 사람처럼 보인다. 돈을 빌리는 습관이 있는 내 친구 K군의 행동과 비슷하다.

K군 - 잘 지내? 얼굴 잊어버리겠다.
나 - 내 얼굴이 쉽게 잊을 수 있는 얼굴이 아닐 텐데.
K군 - ㅋㅋㅋㅋㅋ. 나 백마마을 디*에서 일한다.
나 - 난 집에서 일한다.
K군 - ㅋㅋㅋㅋㅋㅋ. 함 봐야지.
나 - 그랴. Y군 생일 때 보자.
K군 - 그래. 아 근데 혹시 나 50만원만 빌려줄 수 있어?
나 - 아니.
K군 - ㅋㅋㅋㅋㅋㅋ. 단호하네.
나 - 요즘 단호박죽 먹고 있다.
(며칠 후)
K군 - Y군 생일파티 웨돔에서 한다며?
나 - 아직 연락 못 받았어.
K군 - 전화해 보니까 웨돔으로 오라던데.
나 - 응. 전화 하겠지. 그때 보자구.
K군 - 그래. 아 근데 혹시 나 20만원만 빌려줄 수 있어?
나 - 아니.
K군 - ㅋㅋㅋㅋㅋㅋㅋ.
나 - 웃지 마. 정들어.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연락해서는 늘 안부 잠깐 묻다가 돈 빌려달라는 얘기를 하는 K군과 내가 친해질 수 있을까?

사연을 보낸 J군 역시 내 친구 K군과 똑같은 태도를 취한다. 연락해서 안부 묻고 잠깐 수다를 떨다가, "그럼 언제 만날 수 있어?"라며 확정일자(응?)를 받아내는 것에 목숨을 건다. 더 안타까운 건, 아직 J군이 '만남 징징이'라는 걸 모르는 상대가 약속을 잡아도, J군은 그 약속날짜가 다가올 때까지 "만나는 거 맞지?"라는 확인을 받으려다가 약속마저 깨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상대에게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자. 그 마음만 내려놓아도 상대가 J군을 경계하게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더불어 J군은  

"'아니면 말고'식의 태도를 좀 유지했던 게 사실입니다.
돌이켜보니 제가 생각보다 많은 여자들을 쫓아다녔더군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고백을 안 했으니 이건 카운팅 안 해도 됨.'이라고 생각하며 투망을 던지진 말길 권한다. J군만 모르고 있을 뿐 이미 J군은 여자 네트워크에 '찝쩍이'로 등록이 된 것 같다. '뉴페이스'가 J군과의 만나겠다고 했다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너한테도 만나자고 했어? 그 오빠 Y양이랑 K양한테도 만나자고 전에 들이댔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뭐 하고는 다 소용이 없다. 오늘 감정 하나에 이끌려 뒷생각 없이 들이댄 까닭에, 내일의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지 말길 바란다.


3. 무리에 정착하는 방법?


이거 누가 얘기 안 해주는 것 같아서 하는 말들이니, 너무 기분 상하지 말고 듣길 바란다.

먼저, J군은 너무 요란하다. J군이 보낸 사연만 하더라도

"ㅋㅋㅋㅋㅋㅋㅋ... 하..."
"그러더군요.(젠장)"
"오마이갓."
"오 이건 지금도 그렇군요... 후..."
"오 이런."



등의 요란한 말투가 가득 담겨있다. J군이 이십대 초반이라면 '얘가 만화를 즐겨보나 보군.'하며 넘기겠지만, J군은 군필인 이십대 중반의 남자다.

"가끔은, 소지섭이나 할 법한 멘트를 날린 적도 있습니다. 제가 미친 거겠죠."


지금 그 말을 농담처럼 가볍게 할 때가 아니다. 그거 좀 많이 심각한 거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할 때에는 '본 모습'이 있고 재미삼아 흉내를 내기 마련인데, J군은 '본 모습'이 없이 그런 흉내를 낸다. 그러니 자연히 사람들에겐 좀 이상해 보인다.

"제가 그 모임에서 어떤 캐릭터냐면…."


다시 말하지만 모임에서 캐릭터를 설정하더라도, '본 모습'이 있고 그 이후에 캐릭터를 잡아야 한다. 개그맨들이 개그프로그램에서는 분장을 하고 나와 캐릭터를 잡지만, 촬영이 끝나면 본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거다. 보통의 사람 같은 '멀쩡한 모습'이 하나 있어야 한단 얘기다.

하지만 J군은 언제나 '자신이 설정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듯 보인다. 얼마 전 고교합창대회를 주제로 하는 모 프로그램에서, 한 고등학생이 허세를 부리기 위해 버스 등받이 위에 올라가 잠을 자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봐도 불편하고 힘든 자세인데, 그 학생은 남들처럼 등받이에 기대서자면 너무 평범하니까 그 위에 올라가 괴상한 자세로 '자는 척'을 했다. J군이 설명한 '모임 내에서의 J군 캐릭터'가 바로 그 학생의 허세와 비슷한 모습으로 보인다. 남들은 "쟤 왜 저래?"라고 생각할 게 분명한데, J군은 '날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이상한 행동 그만하고, 하루 빨리 '본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고백하자면 나도 꼬꼬마시절 J군과 같은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내 경우는 음악과 관련된 부분이었는데, 자율학습 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힙합음악을 들으면서 좀 과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마음에 그 때는 '내가 이렇게 음악에 빠져 있으면, 남들이 역시 날 랩퍼 답다고 생각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같은 반이었던 친구에게

"너, 음악 들을 때 그거 같아. 자동차에 보면 고개만 까딱까딱 하는 인형 있잖아. 그거."


라는 얘기를 들은 후 즉시 그 연기를 때려치웠다. 이렇듯 누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솔직하게 말해주기 전까진 알기 힘든 일들이 있다. 위의 얘기를 그래서 꺼낸 말이니, J군은 '날 특별하게 생각하겠지'라는 착각에서 어서 벗어나길 권한다.


끝으로 하나 더. '어수선한 대화'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J군 스스로

"제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해서, 뜬금포를 터트리기도 하고
주제에서 벗어난 말을 하기도 합니다."



라고 말했는데, 뭘 잘못하고 있는지 아는 걸로 끝나지 말고 행동을 수정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J군이 보낸 카톡대화를 보면, J군은 상대가 물은 적도 없고 궁금해 할 것 같지도 않은 '주제 외 이야기'를 혼자 열심히 말한다. 내가 J군에게 '내 친구 차 샀다가 폐차한 얘기'를 하면 즐거울 것 같은가? 상대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J군에게 '군대에 있을 때 내 후임 영창 간 얘기'를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 얘기 꺼냈다가 상대가 단답을 하자 J군은 즉시 주제를 바꿔 또 치킨 얘기 했다가 다시 지인들 얘기를 하는데, 되도록이면 상대가 길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좀 하길 바란다. 지금은

J군 - 너 A 알아?
상대 - 네.
J군 - 너도 아는 군. 나도 A를 알고 있는데, 어떻게 알았냐면…(생략).
상대 - 아, 네.
J군 - 그건 그렇고 너 B좋아해?
상대 - 네. 좋아하죠.  
J군 - B하면 역시 C지. 요즘은 대세가 C더라.
       사람들이 다들 C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생략).
상대 - ㅎㅎㅎㅎ 네.
J군 - 아 근데 너 D하고 있나?
상대 - 네. 하고 있어요.
J군 - 나도 처음엔 D했는데, 요즘엔 E하고 있거든. 조만간 F도 나온다고 하던데…(생략).
상대 - 네 ㅎㅎㅎ.
J군 - 이번 주 주말에 시간 괜찮아?
상대 - 저 어디 가요.
J군 - 그렇군. 어쩔 수 없지 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꼭 보자고.
상대 - 네.



위와 같은 대화의 연속이다. 뒤에 '생략'이라고 적어놔서 줄 수가 표시 안 되는데, 대략 J군이 네다섯 마디 하면 상대가 한 마디 대답하는 식이다. 대화는 핑핑핑핑퐁핑핑핑퐁 하지 말고 핑퐁핑퐁 하라고 그렇게 말했거늘….



▲ 뛰어난 언변보다, 아는 얘기도 들어주는 너그러움이 대화에선 더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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