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남친의 지저분한 과거 외 2편

by 무한 2013. 10. 18.
[금사모] 남친의 지저분한 과거 외 2편
첫 번째로 소개할 사연은, 한 주간 나를 괴롭힌 J양의 사연이다. 어제도 이 사연으로 글을 발행하려고 애쓰다가 두 번이나 접고 말았다.



▲ 괴로움이 남긴 임시저장의 흔적



지금도 몇 번이나 글을 썼다가 다시 지우고 적는 중인데, 결론만 말하자면 "이해할 수 없다면 헤어지는 게 맞다."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1. 남친의 지저분한 과거
 

판도라의 상자(남친의 메일, 문자, 카톡, 메신저 함 등)를 연 J양은, 그곳에서 남친의 지저분한 과거를 보게 되었다. 이번이 첫 연애인데다, 마냥 훌륭한 남자라고만 생각했던 남친의 괴물 같은 모습을 처음 보게 된 J양은 손발이 떨려오며 넋이라도 있고 없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묻기도 했는데, J양의 지인들은 

동성인 지인 - 그거 바람기고 본성이다. 안 바뀐다. 헤어져라. 
이성인 지인 - 남자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라는 대답을 했다.

이 사연이 어려운 이유는, 남자친구의 과거에 '남자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과 '이해하기엔 그 수위가 너무 높은 일'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J양이 매뉴얼에다 밝히지 말아달라고 한 그 일은, 보통의 남자는 살면서 평생 한 번도 입 밖에 꺼내거나 저지르지 않을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또, J양의 남자친구가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무조건 사죄를 하며, 사귀는 동안 그 누구보다 J양에게 다정하고 헌신적이었다는 점은 '새로운 삶을 살며 사랑하려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만약 J양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둘은 결혼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그가 예전에 알고 지내던 여자에게 설날 안부 인사를 한 번 한 것 말고는 '연애 시작 후 벌어진 일'에는 아무 결함이 없었다. 

J양은 말한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제게 ***이라는 말도 했었는데,
보통 연애에선 이런 말 하지 않죠?"



이해할 수 없다면, 그리고 감당할 수 없다면 헤어지자. 이 일로 인해 J양은 남자 친구가 달래주면 웃고, 다시 혼자 있을 땐 우는 일을 반복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남자친구도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다 지친 듯 보인다.

J양은 남자친구의 과거를 감당할 수 없는 까닭에 남자친구를 고문하고, 남자친구는 견디다 못해 이별을 말하고, 그럼 또 J양은 "날 놓지 마."라며 애원하는 일의 연속인 것 같은데, 그럴 거라면 헤어지는 게 낫다. J양이 '과거가 지저분한 남자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건조한 대답과 성의 없는 태도로 대하니, 남자친구는 당연히 하루에도 몇 번씩 절망하게 된다.

남친 - 뭐가 문제인지를 말해줘. 대체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야 내가 노력할 거 아냐.
J양 - 오빠가 잘못한 거 없어.
남친 - 그럼 왜 그러는 건데?
J양 - 아무 일도 아니니까 내 걱정 말고 일 해.



저러다 다음 날 아침엔 다시 잘 지내보자고 다짐하고, 점심이 되면 다시 건조한 대답을 하고, 저녁이 되면 우울함의 극단을 달리다가 남자친구가 무릎 꿇고 빌듯이 달래면 좀 나아지고, 그러다 다음 날 아침엔 다시 잘 해보자고 말하고, 점심이 되면 또….

불안이 확신을 넘어설 수 없다면-남자친구도 J양을 안심시키지 못하며, J양 역시 그를 믿어 볼 생각보다 '다른 의심 가는 부분들'을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면-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질질 끌어오다 보니 이제는 J양이 남친의 다른 상자도 열어 보려고 하고, 남친은 J양에게 "너에게 경미한 조울증이 있는 것 같다."라는 말까지 하게 된 것 같은데, 더는 서로에게 상처주지 말고 이쯤에서 그만두길 권한다.


2. "이 남자 꾸러기인가요?"


그러니까 이게, 상대가 Y양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지를 보면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그는 Y양에게 바라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고로 말 그대로 둘은 '친한 선후배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의 차이다. 모든 남자들이 '관심 있는 여자에게만 친절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같은 곳에서 둘이 일하는 사이라 해도 '썸녀'가 아니니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 남자가 있는 반면, 친하게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에 동성친구 대하듯 친분을 형성하는 남자도 있다.

나 역시 후자에 속한다. 커플부대원이 된 이후로는 이성과 단둘이 만나는 자리 같은 걸 아예 만들지 않고 있지만, 솔로부대원 일 때는 거의 모든 사람들과 '같이 술 한 잔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사이'로 지냈다. 이성인 고등학교 친구와 정발고에서 후곡마을까지 걸어가는 게 이상하지 않았고, 대학교 때는 서로의 생일에 케이크를 선물하기도 했다. 학원에서 일할 땐 옆 반 선생님과 퇴근 후 치맥을 종종 먹기도 하는 등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전혀 없어도 친하게 지냈다.

상대가 시험기간에 밥을 못 먹고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 역시 그곳에 갈 일이 있기에 햄버거 하나 사다 주는 일 같은 건 내겐 그저 '친절'일 뿐이었다.

"그러다 상대가 오해하거나 한 일은 없었나요?
상대는 친절이 아니라 관심으로 받아들였다든지 하는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난 손발이 금방 차가워지는 타입이라 찜질팩을 애용하는데, 어제 발에 대고 있던 팩을 하나 터트리고 말았다. 황토팩이라고 해서 황토가 흘러나올 줄 알았는데 안에서 젤리 같은 게 흘러나온다. 이거 뭐 색깔만 황토팩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젤리팩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지금 말 돌리시는 건가요?"


묵비권을 행사하고 싶다. 자세한 얘기는 내 변호사와 하길 바란다.

솔직히 말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장갑을 태워먹을 생각은 아니지만, 캠프파이어를 여러 번 하다 보니 내 장갑이 타고 만 것처럼, 불이 있는 곳에 자주 가면 가연성 물질에는 불이 붙을 확률이 높아진다. 단, 애초에 태울 생각이 아니었던 물건이 타기 시작하면 서둘러 진화를 하기는 한다.

Y양의 썸남은 진화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 키스 얘기 말인데, 여자가 힘든 일 있다며 술 마시자고 부른 뒤 서로 취한 상황에서 어깨에 기대고 안겨온다면, 그걸 단호하게 떨쳐낼 수 있는 남자는 내가 알기론 많지 않다. 때문에 그가 잠시 본능에 기대긴 했지만, 그 이후 Y양을 밀어내며 경계에 더욱 열을 올리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 저를 이성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 같은데…."


그건 Y양의 착각이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그런 상황에서 남자는 여자에 대해 '친하게 지내는 남자와 술 마시다가 키스도 할 수 있는 여자'로 생각하지, '키스도 했으니 이제부터 얘를 이성으로 봐야지.'하며 다짐하지 않는다. 사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스킨십의 진도만 나간 것일 뿐, 그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Y양을 '여자'로 인식할 건 아니란 얘기다.

이걸 지금 Y양이 오해한 까닭에

Y양 - 오빠 나 오빠한테 할 말 있는데, 이따가 저녁에 좀 볼 수 있어요?
썸남 - 뭔데? 궁금하네. 저녁에 마두 쪽으로 갈게.
Y양 - 오빤 나한테 할 말 없어요?
썸남 - 음. 없는데. 대화하다 보면 할 말이 있겠지만.
Y양 - 됐어요 그럼. 할 말도 없는데 뭐 하러 만나요. 담에 봐요.
썸남 - 왜? 무슨 얘기 하려고 한 건데?
Y양 - 아녜요. 볼 일 봐요.



라며 얌체공 놀이를 하고 있다. 혼자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그건 "미안하지만 좋은 오빠동생으로 지내자."라는 말을 이끌어내는 행동일 뿐이니, 거기서 슛을 날리지 말고 좀 더 드리블을 해 상대의 골대 앞까지 가길 권한다. 알게 된 지 이제  달포가량 되었을 뿐인데, 급한 마음에 '어필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말하지 말고 말이다. 하나 더. 둘의 카톡대화와 만나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모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게릴라 데이트>를 보는 느낌이니, 서두르느라 팬클럽 회원 되지 말고 동등한 입장에서 천천히 친해져 보길 권한다.


3. 아람이에게.
 

그 오빠가 아람이랑 사귄다면, 그는 그냥 아람이의 '데이트 메이트'나 '가방 셔틀'이 될 운명이야. 그 사람 역시 그걸 잘 알고 있을 거고. 아람이는

"그냥 오빠동생사이였는데, 갑자기 오빠가 좋아졌어요."


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가 아람이의 수다에도 리액션 잘 해주고, 아람이의 부탁도 최대한 들어주기 때문이잖아. 그를 통해 벌써 아람이는 소개팅도 두 번 했지.

내가 보기에 아람이는 사람들에게 예쁨을 많이 받는 것 같아. 집에서도 사랑 받는 딸인 것 같고, 속해있는 집단에서도 배려 받으며 지내는 것 같아. 그래서인지 사랑을 받을 줄은 아는데, 줄 줄을 모르는 것 같아 보여. 전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는데, 폴 틸리히가 이런 말을 남겼거든.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아람이는 그가 한 말 중에 기억하고 있는 말이 별로 없잖아. 예외적으로 그가 아람이에게 한 칭찬은 기억하는데, 그건 아람이의 자존심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거라 기억하고 있을 것일 뿐, 그 외의 이야기는 전혀 기억을 못 하잖아.

좀 더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아람이는 아람이를 짝사랑하는(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서 사귀는 것에는 최적화 되어 있는데, 친구처럼 가까이 지내며 친해지기는 좀 어려운 타입이야. 살짝 오만한 여자 연예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반짝반짝 빛나는 걸 최고로 치는 남자들에겐 인기가 있겠지만, 진지한 관계를 맺고 싶은 남자들은 아람이에게 관심이 없을 수 있어.

아람아, 남자도 다 알아. 얘가 진짜 나랑 만나고 싶어서 약속을 잡는 건지, 아니면 놀 사람 없어서 심심하니까 불러내는 건지.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아람이는 후자에 속하잖아. 그래도 일단 그가 제일 잘 받아주니까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기며 사귈 생각을 하고 있는 거고 말야.

그런데 정말 좋아한다면 같이 만나서 대화할 때 '아 시끄럽네, 얼른 나한테 넘어오기나 할 것이지.'라고 생각하며 상대의 말을 건성건성 듣지 않거든. 다시 말하지만 남자도 다 알아. 여자가 자기랑 관련된 얘기나 자기 얘기 할 때에는 귀를 쫑긋하며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다가, 조금이라도 관심 밖의 얘기가 나오거나 남자 얘기를 하면 지루하단 표정을 짓는 거. 바보가 아닌 이상 다 눈치 챌 수 있어. 

아람이 기분 나쁘라고 이런 얘기를 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보기엔 그가 '예쁜 아람이'의 만남 요청에 응하지 않을 때가 있는 건, 만나 봐야 그 시간은 아람이 시중 들어주는 시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거든. 그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바로 위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일 거고 말이야.

아람이는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낸 동네친구 몇을 제외하면 모두 '동료'로 분류해 딱 그만큼의 의미만 둔다고 했는데, '남자친구'는 '동네친구'보다 아람이와 친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만약 그와 사귀게 되더라도, 상대가 아프다고 할 때 "병원 가 봐.", "얼른 나아." 정도의 반응밖에 안 할 게 뻔하거든.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슴이 덜컹, 할 정도로 먼저 가까워져 보자. 그럼 지금처럼 비지니스 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히 연인이 될 거야.


끝으로 현재 모집 중인 '30자 추천평'에, 주옥같은 추천평을 적어주고 계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소중한 추천평은 월요일까지 모집하고 있으며 중복 응모도 가능하니, 드립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영혼이 실린 한 줄'을 많이 적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추천평 남기러 가기 -> http://normalog.com/1530

더불어 내일은 원래 매뉴얼이 올라오지 않는 토요일이지만, 10월 19일인 무한탄신일(응?)과 겹치는 관계로 늘 하던 "생일맞이 <무한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놀이"를 할 예정이다.(일 년에 단 한 번, 선착순 100분의 댓글에 답글을 다는 놀이다.) 매뉴얼 안 올라오는 날이라고 긴장 놓고 계시다가 놓치지 마시고, 함께 하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불금!



▲ 봄날사장님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얼른 다녀오세요.(응?) 농담이고, 행복하시길!





<연관글>

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2년 전 썸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Y양에게
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