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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2년째 썸만 타는 관계 외 2편

by 무한 2013. 12. 6.
[금사모] 2년째 썸만 타는 관계 되 2편
내가 J양의 썸남이라고 해보자. 우리는 같은 모임에 속해있는 까닭에 일주일에 세 번은 의무적으로 만나고, 그 외에 주말이나 모임이 없는 날에는 사적으로 만나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본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J양은 다른 모임 회원에게 내가 소개팅을 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게 사실인가 싶어 J양은 내게 묻는다. 나는 소개팅 한 적 없다고 답한다. 그러고 나서 이틀 후, 내가 소개팅 했다는 것이 사실이었음이 밝혀진다.

이렇게 입장을 바꿔 이야기 하니까 그가 당시 느꼈을 배신감이 좀 이해되지 않는가? J양은

"당시엔 우리가 사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라고 별 일 아닌 듯 말하지만, 썸을 타는 중에 다른 이성을 만나고, 또 그랬냐고 묻자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면 결국 신뢰를 잃게 되는 법이다. 난 이게 J양과 썸남 사이의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1. 2년째 썸만 타는 관계.


난 둘이 잘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는 얘긴데, 앞으로는 J양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썸남이 자전거 박람회 같이 가자고 하면 귀찮아도 가는 거다. J양 입맛에 맞는 메뉴를 상대가 얘기하기 전까지 고개만 젓고 있으면 안 된다. 꼼장어 먹으러 가자고 하면

"제가 해산물은 잘 못 먹지만 한 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도전!"


이라고 대답하자. 그런 여자를 남자는 좋아할 수밖에 없다. 같은 상황에서

"나 해산물 싫어해."


라고 대답하는 여자는 남자를 김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처럼 쌀쌀맞은 태도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해도, 세 번 중 한 번은 "이게 딱히 오빠를 챙겨주려고 하는 건 아니야."하면서라도 상대를 챙겨줘야 한다. 그래야 남자도 '아, 얘가 겉으로는 쌀쌀맞게 대하지만 사실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할 것 아닌가. 그런데 J양은 '츤츤'거리는 것까지는 잘 하지만 '데레데레'하는 걸 하지 않는다. 쌀쌀맞게 굴기만 할 뿐 챙겨주지는 않는 것이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상대를 챙겨주라는 얘기는 아니다. 츤츤 거리는 J양의 태도도 하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솔로부대원이었으면 나 역시 그 모습에 매력을 느꼈을 것 같다. "잠이나 자."라고 말하는 여자는 처음이니까.(응?) 여하튼 평소에는 쌀쌀맞게 굴다가도, 그가 차를 샀을 때 차량 액세서리를 하나 선물해 준다거나 하며 챙겨주길 권한다. 정말 별 거 아니지만, 선물로 '주차 전화번호판'같은 것만 받아도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그가 다른 여자와 소개팅을 하기 시작했다고 슬퍼하거나 노여워해서도 안 된다. 사실 그건 J양이 상대를 밀어냈기 때문에(어중간한 사이를 정리하려고 J양이 연락을 끊은 것) 벌어진 일 아닌가. 게다가 둘이 썸을 탈 때를 생각해 보면, J양은 자신이 소개팅을 나가서도 소개팅남이 마음에 안 들자 썸남에게 연락을 하며 "어디야? 나 재미없다. 얘 얼른 보낼 테니까 나와서 나랑 놀아줘."라는 뉘앙스의 말을 한 적도 있다. J양은 그렇게 딴 주머니 찬 채로 썸남 오라가라 한 적도 있으니, 현재 썸남의 태도를 두고 못마땅하게 생각하진 말길 바란다.

마침 오늘 불금이고 하니, J양이 먼저 연락해서 영화 보러 가자고 말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관계를 위해 J양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이 사람과 인연을 끊는 게 옳은 일인가요?"라는 얘기만 하고 있으면 그냥 '이기적인 여자' 되고 마는 거다. 현재 J양이 보여준 매력이라고는 츤츤 거리는 것밖에 없으니, 오늘부터는 다른 매력들도 보여주길 권한다. 더불어 '믿어도 좋은 여자'라는 것도.


2.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D양은 아무 걱정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그냥 봐도 구구남친은 D양에게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가 D양에게 친절을 베푸는 건 이전에 사귄 정이 있기 때문이지, 다시 D양과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구구남친이 D양의 '세부정보'를 기억하는 것 역시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다.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과거에 함께 지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미안하지만 내가 보기에 D양은 상대에게 큰 관심이 없었던 까닭에 기억하고 있는 게 별로 없는 것일 뿐, 그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난 동성친구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도 기억한다. B군네 요크셔는 단비, J군네 세퍼드는 지혜, H군네 푸들은 푸돌이.

기억력이 나빠서 좀 잊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순간에 진심으로 집중했다면 웬만해서는 잘 잊지 않는다. 이건 좀 다른 얘긴데, 그래서 난 지인이 내게 했던 얘기를 처음 하는 것처럼 다시 할 때 좀 슬프다. 그의 기억력 때문이 아니라, 나와의 관계를 꾹꾹 눌러쓰지 않고 휘갈겨 썼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 일기를 쓰는 게 아니니까 내 심경고백은 이쯤하고. 

내가 걱정하는 것은, D양이 '받기만 하는 연애'에 길들여 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확인 된 건 아니지만 D양 본인의 말에 의하면 D양은 대시 하는 남자가 많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편이다. 위에서 말한 '구구남친'도 사실 정확하게 따지자면 '구구구남친'이라고 해야 맞는데, 여하튼 D양의 외모에 이끌려 들이대는 남자들이 많기에 D양은 연애를 시작하는 것에 아무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또 D양은 연애 중 '여자가 아깝다'는 말을 듣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 듯 보이며, 동성 후배들의 환호에도 기뻐하는 듯 보인다.

단언컨대, 그거 오래가지 않는다. D양은 구남친에 대해서는 '한 달짜리 단발', 구구남친에 대해서는 '쫓아다녀서 만나준 선배', 구구구남친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음'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연애를 하다간 몇 명 더 만나면 이십대 후반, 또 몇 명 더 만나면 삼십대 초반이 될 뿐이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삼십대 중반을 넘어서까지 '과거의 영광'을 찾고 있는 선배대원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옛날에 나 좋아했던 애'를 화석 발굴하듯 찾는 경우도 있는데, 그 대원들은 사정상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겨우 이십대 초중반인 D양이 그러고 있으면 안 되는 거다.

D양은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기에 풍성한 대인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폰에 만 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들과 영혼이 묶여 있지 않은 관계라면 D양의 마음은 계속 허전할 수 있다. 폰에 단 한 사람만 저장되어 있어도 좋으니 그 사람에게 집중하길 바란다. 늙고 지쳤을 때 내 옆에서 손을 잡아줄 사람은 한 명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 앞으로는 D양의 사람을 깊이 만나보길 권한다. '이 연애에선 내가 아까워.'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간, D양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도 밀어내게 될 것이다. 여자로 다가가네 마네 하는 얘기는 그만하고, 누군가를 마음 다해 진심으로 좋아해 보자. 손익계산서는 내려두고.


3. 뭐가 진실이니 진희야.


진희야, 사연과 카톡대화를 세 번이나 다시 읽어봤는데 난 잘 모르겠다. 네가 하는 얘기만 들으면 남자친구가 그렇고 그런 인간인데, 카톡대화를 보면 또 그게 아니거든. 솔직히 나 같아도 그래. 내가 오늘 영화도 보여주고 저녁도 샀는데 여자친구가 나한테서 택시비까지 받아 가면, 정이 뚝 떨어지겠지. 잔돈이 없어서 택시비를 받아간 거라면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카톡대화보면 그게 아니거든.

"사람들이 뭐라는 줄 알아? 남자친구가 택시비도 안 주냐고 해.
택시비 준 게 그렇게 아까워? 오빠 점퍼 산 건 안 아깝고?
남자가 여자를 진짜 사랑하면 아까워하긴커녕 다 해준다는데,
난 오빠가 날 진짜 사랑하는 건지 모르겠다."



남자든 여자든 사랑에 눈이 멀면 다 해주는 게 맞긴 맞아. 그런데 데이트 끝나고 택시비 받아가는 사람을 사랑하긴 어려워. 사랑에 눈이 멀었다가도 그런 태도를 보며 콩깍지가 벗겨져 나가지.

만약 남자친구가 내게 사연을 보냈다면 난 헤어지길 권했을 거야. 이유를 말해줄게. 우선, 이 연애는 여자가 가진 연애의 환상을 채워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남자친구가 사회초년생이며 집안이 풍족하지 않다고 했지? 이걸 아주 현실적으로 살펴보자. 남자친구 이십대 후반이야. 월급은 이백 내외일 거고. 누가 결혼하라고 집 사주고 결혼식 올려주는 거 아니라면 한 달에 최소 백오십은 적금 부어야 해. 그럼 오십 남지? 거기서 폰 요금 내고 이것저것 해서 한 달에 이십 쓴다고 해보자. 삼십 남지? 그걸로 데이트를 해야 하는 거야.

근데 봐봐, 진희 네가 원하는 데이트 하면 삼십 가지고는 택도 없어. 추억을 만들어야 하니까 여행도 가야하고, 기념일 같은 때는 평소 가기 힘든 분위기 있는 곳에 가야하고, 서로에게 선물도 해야 하고, 평소에 영화 보고 밥 먹고, 거기다 택시비까지 줘야해.

"남자친구 표정이 좋지 않더군요.
전 설마 데이트비용 때문인가 했는데,
황당하게도 정말 데이트비용 때문이더군요."



나라도 표정이 썩을 것 같아. 만나기만 하면 줄줄줄 돈이 새잖아. 그렇게 돈 쓰다가 소극적으로 변하면 진희 너는 또 분위기 타령이야. 분위기 있는 곳, 분위기 전환을 위한 여행.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이거 '등골 브레이커'라고 할 수 있거든. 사랑하면 다 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사랑도 정도가 있지 지금 이러다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거잖아.

게다가 더 큰 이유는, 진희 네가 이 연애를 '거쳐 가는 연애'처럼 생각하는 듯 보인다는 거야. 사귀면서 보면 답 나오잖아. 남자는 가족, 친구 다 소개시켜주고 결혼 얘기도 하는데, 진희 너는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있어. 남자도 바보가 아니거든. 또 진희 넌 툭하면 헤어지자는 얘기도 하는데, 그런 여자에게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가 있겠어? 이렇게 사귀다가 헤어지면 남자가 독박 쓰는 거 맞기에 난 헤어지라고 할 거야. 연애에 대한 환상을 가진 여자를 모시다가 나중에 거리에 나앉는 수가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말야.

솔직히 이건 진희가 나빠서라기보다는, 서로의 환경이 달라서 벌어지는 문제인 거라고 나는 생각해. 나만 해도 진희 네가 세운 크리스마스 계획 보고 깜짝 놀랐거든. 남들이라고 맛집 몰라서 안 가는 거 아니고, 여행갈 줄 몰라서 안 가는 게 아니야. 성수기에 그렇게 돌아다니면 다음 달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니까 못 가는 거지. 남자친구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다면, 오늘부터 당장 부모님께 6개월간 용돈 안 받겠다고 하고 알바라도 해봐. 그럼 6개월까지 갈 것도 없이 한 달 안에 남자친구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진희 네 말을 들어보면 남자친구가 연애 초반부터 '먹튀'의 모습을 보이긴 했거든. 선물 받고 입 닦고, 어쩌다 선물 한 번 하면 생색내고…. 특히 돈 가지고 엄청 치사하게 굴었지. 그런데 카톡대화를 보면 남자친구는 진희 너에게 정이 떨어진 게 먼저라고 말해. "네가 그렇게 구는데 내가 왜 올인을 하냐?"라는 식으로 말야. 난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기에 얘기는 이 정도만 할게.

고냐 스톱이냐를 묻는 거라면 난 너에게도 스톱이라고 말 할 거야. 남자친구도 이 관계엔 미움밖에 남지 않은 거 같아. 이미 마음이 뜬 까닭에 거짓말을 해가면서도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 같고. 거기다가 화나면 욕도 가리지 않고 하던데, "딴새*, *발, 꺼져."까지 나왔으면 복구가 어려운 게 맞아. 그는 너를

'돈 밖에 모르는 속물, 된장녀, 믿음이 안 가는 여자.'


라고 생각하잖아. 엄밀히 따지면 (굵직한 선물과 경비 등을 포함해서)돈은 네가 더 많이 쓰고 이런 소리 듣는 것 같아서 억울하겠지만, 택시 타서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까 비행기 속도로 가주세요."하면 방법 없는 거잖아. 다음번엔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과 만나길 바랄게.


사실 3번 사연의 자리엔 다른 사연을 다루려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쓰다가, 아무래도 짧게 한 마디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지우고 저 사연으로 바꿔 쓰느라, 이렇게 발행이 늦어지게 되었다. 다루려던 사연은

"얘 마음은 어떤 건가요? 얘가 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바로 마음을 접고 싶습니다."


라고 말한 남학생의 사연이었다. 그에겐

"해답 보여줘야 답안지 제출하겠다는 건, 비겁한 태도 아닐까요?"


하는 질문을 하고 싶다. 그런 태도로 연애를 하면 절대 오점은 남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만점'인 사람이 되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상대에게서 카톡 답장 한 번 못 받았다고 "절 좋아하는 거 아니면 마음 접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겁쟁이 같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인공위성 제작 같은 걸 하고 있는 거라면, 모든 게 확실해질 때까지 연구실에 앉아 연구를 하는 게 더 없이 훌륭한 태도겠지만, 연애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면 머뭇거린 시간은 고스란히 상대에게 실망으로 전달될 수 있다.

몇 달 전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호를, 왜 1977년에 그리 다급히 쏘아 올렸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비슷한 자리에 위치하는 것, 그리고 스윙바이를 통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은 175년에 한 번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 1977년 당시의 기회를 놓치면 2152년 정도가 되어야 다시 기회가 오기에, 가설이 틀릴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시도했다고 말이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놓치지 마, 타이밍!



▲ 사연은 신청서(http://normalog.com/notice/1339)에 작성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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