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후배에게 두 번 고백했다 두 번 다 차인 남자
K형님, 형님은 저랑 나이도 얼마 차이 안 나시는데, 저희 작은 아버지께서 제게 카톡을 보내실 때 사용하시는 말투를 쓰시는 것 같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형님의 카톡대화 한 문장 가져다 잠시 보겠습니다.
사실 저도 며칠 전에 후배에게 전화가 왔을 때, 후배가 자꾸 "아, 네. 형님 감사합니다. 다음에 제가 일산 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때 꼭 봬요."라며 어색하게 존칭을 쓰기에
하는 멘트를 할 뻔 했습니다. 뭔가 사극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대답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잠깐 들었다고 할까요. 이거 요즘 제 친구들도 그렇고, 오래 전 친척 형이 절 대할 때의 태도를 떠올려 봐도 그렇고, 삼십대에 겪게 되는 특이한 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십대에는 "야 너 어디야?"했을 질문도, 지금은
하는 식으로 묻게 됩니다. 이런 말투 사용하는 걸 두고 공쥬님(여자친구)이 아저씨 같아 보인다고 해서 안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이상하게 자꾸 이 말투가 당깁니다. "그럼 담에 보세."같은 말투 말입니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그건 그렇고.
라고 하신 K형님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출발해 보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사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뤄야 하니 사정상 지루한 얘기들을 길게 하는 편입니다만, 현실에서는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 경우 전혀 이렇게 하지 않는답니다. 상대가 방금 전까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잊게 만드는 것이 현실에서의 제 위로법 입니다. 세상 다 끝난 사람처럼 울던 사람도 웃으며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말입니다.
형님의 위로방식을 보겠습니다.
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냥 맞는 말이기만 합니다. 혹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읽어 보셨습니까? 그거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은퇴한 할아버지가 배 몰고 나가서 청새치 잡았다가 상어에게 다 뜯어 먹히고 빈손으로 돌아온 얘기."가 됩니다. 전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 건, 그 이야기 안에서 퇴물 취급 받는 노인과 노인에게 우정을 느끼는 소년의 감정, 그리고 청새치를 잡았을 때와 그 청새치가 상어에게 뜯어 먹힐 때의 긴박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에서, 관광객이 뼈만 남은 저 고기가 뭐냐고 묻자 한 웨이터가 '상어'라고 아무렇게나 대답한 것 등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소설에서 직접 뭐가 어떻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소설 속 점들을 이어가다 보면 거의 모든 이야기가 되는 비밀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상대의 고민에 해답을 주려 하지 말고 그냥 그 희로애락을 함께 하시길 권합니다. 상대가 기운이 없는 듯 보이면 "처음엔 누구나 힘들 수 있어. 하지만…."하며 '좋은 말'하려 들지 마시고, 그냥 만두를 사주시길 권합니다. 만두가 아니라 찐빵이어도 좋고, 초콜릿이어도 좋고, 와인이어도 좋고, 치킨이어도 좋습니다. 배불리 먹거나 마실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좋습니다. 오늘처럼 날씨가 꾸리꾸리 할 땐 꼼장어나 닭발, 낙지볶음 같은 거 추천합니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여자는 화장이 생각처럼 잘 안 되어도 침울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런 상대에게 왜 침울한지를 묻고, "화장이 잘 안 될 수도 있는 거지 뭐. 너무 상심하지 마. 별 거 아닌 일이잖아."라고 이야기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내 여동생 화장대 보니까 화장품이 셀 수 없이 많던데, 그거 다 바르는 건가?", "여자들은 화장품 값으로 나가는 돈만 해도 무시 못 할 것 같아. 남자 로션 하나 사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던데?"하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게 낫습니다. 아니면 헤어스타일하고 화장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립서비스를 하거나, 지금 화장이 좀 더 도도해 보인다는 식의 립서비스를 해도 됩니다.
요는, 어설프게 위로하며 교과서적인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차라리 그녀가 속 시원히 수다를 떨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게 낫습니다. 매뉴얼을 통해 "먼저 같이 노세요."라는 얘기를 제가 질리도록 한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 도움 주려 하지 마시고, 조언 하려 하지 마시고, 위로도 하려 하지 마시고, 일단 좀 같이 노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형님처럼 '간 큰 남자'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상대에게 뭔가 원하는 게 있을 땐 살짝 눈치도 좀 봐 가면서 기회을 엿봐야 하는데, 형님은 아주 거칠게 대놓고 요구하십니다.
이거, 라스베가스에선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무섭습니다. 특히 더 무서운 건,
라는 부분입니다. 아마 스티븐 킹이 시나리오를 쓴다고 해도 저런 리액션은 창작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뭔가 만담 같기도 하면서 오싹하기도 한 멘트입니다. '우격다짐'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그렇게 거칠게 대하면 여자는 상처를 입습니다. 직장 여자 후배는 동네에서 같이 당구 치는 남자 동생이 아닙니다. 솔직히 여기까지만 해도 전과 같은 관계가 되는데 최소 24주 걸립니다. 그런데 K형님은
라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마셨습니다. 이쯤 되면 혼수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도 관계가 회복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다행히 상대가 활발한 성격을 지닌 까닭에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만, K형님이
라는 이야기 하고 계시면, 이 관계는 진짜 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K형님이 '직장상사'인 까닭에 겨우 생명유지 하고 있는 거지, 직장 선후배 아니었으면 벌써 상대에게 차단당하셨을 겁니다. 지금처럼 막 백태클 하고 그러시면 농담이 아니라 바로 퇴장 당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용기를 내겠다며 한 번 더 고백하시는 건, 관계의 생명유지장치를 형님 손으로 떼는 것과 같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상대는 자신의 과거 연애사까지 꺼내가며 충분히 형님께 거절의 뜻을 밝혔습니다. 과거의 끔찍한 사내연애 경험 말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거기에 대고 형님은 만담을 하셨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자꾸 거절해도 형님이 들이대자 상대는 "하아- 제가 뭐라고 이러세요. ㅠ.ㅠ"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거기에 대고 형님은 뭐라고 하셨습니까?
형님, 남자의 매력 중 하나가 박력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저건 박력의 경계선을 좀 넘어선 멘트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이거, 무작정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솔직히 전 형님이 정말 상대를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은 상대에 대해
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 상대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연애를 하기 위해 상대가 필요한 사람 같아 보입니다. 또 상대를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상대의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그냥 내가 얼른 연애를 하고 싶으니까 잔말 말고 사귀자'는 식입니다.
'내가 상대와 사귀고 싶은 마음'과 '상대가 나와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의 무게를 똑같이 맞춰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절박하고 절실해도 저 두 마음을 동등하게 다루는 것, 그게 이해고 존중입니다. 형님이 '그런 사정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상대를 대했다면,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기고 매달리고 집착하는 남자, 아니면 태도를 바꿔 냉랭하게 대하거나 호감을 적의로 바꿔 괴롭히는 남자는 많지만, 존중하는 남자는 적기 때문입니다.
존중이라는 걸 한 번 해 보시길 권합니다. 형님이 원하시는 '어떻게든 사귈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존중입니다. 지금처럼 "얼른 자야지 내일 일을 나갈 텐데, 왜 또 니(네) 생각이 나냐. 나 내일 지각할 지도 모르겠다."하고 있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에 메일 보냈던 사람입니다. 전 호감이 있어서 연락했을 뿐인데, 절 스토킹으로 고소했다네요. 참나. 제가 싸가지 없게 본 게 맞았군요."하는 메일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병원이나 법원, 경찰서로 가야하는 사연은 매뉴얼로 다루지 않고 있으니 그때는 제가 형님께 뭔갈 말씀드리고 싶어도 그러기 힘들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형님. 형님이 상대와 서로 같은 직장에서 일하게 된 지 이제 갓 100일이 지났습니다. 혹시 형님의 직장에 여자가 상대뿐이라 형님이 더 그녀에게 집중하게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시길, 저는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이 사람을 꼭 붙잡아야겠다는 것과 붙잡을 사람이 당장 이 사람 밖에 없는 건 완전히 다른 겁니다.
그리고 상대가 직장 후배이다 보니 상사인 형님의 말에 형식적으로라도 잘 따르고, 회사 일로 고민이 있을 때면 사수라고 할 수 있는 형님에게 털어 놓고, 더 위의 사람들 눈치 보며 둘이 말을 맞추는 일도 있으니, 그걸 인간적인 호감이나 관심이라 착각하게 된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위에서 한 얘기들이 너무 길어 복잡하시면, 딱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더는 우격다짐으로 사귀자고 하지 않기. 둘째, 상대의 거절의사를 존중하기. 혹시 해님과 구름 얘기 아십니까? 구름이 바람을 불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 했던 그 얘기 말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바람이 아니라 햇볕입니다. 상대가 서서히 형님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게 되면 믿지 말라고 해도 믿음직한 남자로 여기게 될 테니, 당장 한 번 믿어 보라며 강요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믿음직스러운 모습 보여주시는 것에 힘쓰시길 권합니다.
▲ 박력을 자랑하시던 K형님이 카톡으로 고백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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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님, 형님은 저랑 나이도 얼마 차이 안 나시는데, 저희 작은 아버지께서 제게 카톡을 보내실 때 사용하시는 말투를 쓰시는 것 같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형님의 카톡대화 한 문장 가져다 잠시 보겠습니다.
"나도 집이고 종철이 대리 불러 간다하고, 낼 보자."
사실 저도 며칠 전에 후배에게 전화가 왔을 때, 후배가 자꾸 "아, 네. 형님 감사합니다. 다음에 제가 일산 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때 꼭 봬요."라며 어색하게 존칭을 쓰기에
"그래. 너도 잘 지내거라."
하는 멘트를 할 뻔 했습니다. 뭔가 사극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대답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잠깐 들었다고 할까요. 이거 요즘 제 친구들도 그렇고, 오래 전 친척 형이 절 대할 때의 태도를 떠올려 봐도 그렇고, 삼십대에 겪게 되는 특이한 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십대에는 "야 너 어디야?"했을 질문도, 지금은
"자네는 어디신가?"
하는 식으로 묻게 됩니다. 이런 말투 사용하는 걸 두고 공쥬님(여자친구)이 아저씨 같아 보인다고 해서 안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이상하게 자꾸 이 말투가 당깁니다. "그럼 담에 보세."같은 말투 말입니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그건 그렇고.
"정말 심각하게 고민되고
솔직히 처음으로 결혼까지 연결 지어 생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으로 결혼까지 연결 지어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신 K형님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출발해 보겠습니다.
1. 위로가 교과서 적이십니다. 형님.
저는 여기서 사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뤄야 하니 사정상 지루한 얘기들을 길게 하는 편입니다만, 현실에서는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 경우 전혀 이렇게 하지 않는답니다. 상대가 방금 전까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잊게 만드는 것이 현실에서의 제 위로법 입니다. 세상 다 끝난 사람처럼 울던 사람도 웃으며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말입니다.
형님의 위로방식을 보겠습니다.
ⓐ
"난 어디서든 열심히 하면
내가 내 스스로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
ⓑ
"목표를 확실히 생각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그러면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어."
ⓒ
"힘들 때도 있는 거지 뭐. 좋아질 거야."
"난 어디서든 열심히 하면
내가 내 스스로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
ⓑ
"목표를 확실히 생각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그러면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어."
ⓒ
"힘들 때도 있는 거지 뭐. 좋아질 거야."
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냥 맞는 말이기만 합니다. 혹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읽어 보셨습니까? 그거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은퇴한 할아버지가 배 몰고 나가서 청새치 잡았다가 상어에게 다 뜯어 먹히고 빈손으로 돌아온 얘기."가 됩니다. 전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 건, 그 이야기 안에서 퇴물 취급 받는 노인과 노인에게 우정을 느끼는 소년의 감정, 그리고 청새치를 잡았을 때와 그 청새치가 상어에게 뜯어 먹힐 때의 긴박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에서, 관광객이 뼈만 남은 저 고기가 뭐냐고 묻자 한 웨이터가 '상어'라고 아무렇게나 대답한 것 등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소설에서 직접 뭐가 어떻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소설 속 점들을 이어가다 보면 거의 모든 이야기가 되는 비밀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상대의 고민에 해답을 주려 하지 말고 그냥 그 희로애락을 함께 하시길 권합니다. 상대가 기운이 없는 듯 보이면 "처음엔 누구나 힘들 수 있어. 하지만…."하며 '좋은 말'하려 들지 마시고, 그냥 만두를 사주시길 권합니다. 만두가 아니라 찐빵이어도 좋고, 초콜릿이어도 좋고, 와인이어도 좋고, 치킨이어도 좋습니다. 배불리 먹거나 마실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좋습니다. 오늘처럼 날씨가 꾸리꾸리 할 땐 꼼장어나 닭발, 낙지볶음 같은 거 추천합니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여자는 화장이 생각처럼 잘 안 되어도 침울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런 상대에게 왜 침울한지를 묻고, "화장이 잘 안 될 수도 있는 거지 뭐. 너무 상심하지 마. 별 거 아닌 일이잖아."라고 이야기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내 여동생 화장대 보니까 화장품이 셀 수 없이 많던데, 그거 다 바르는 건가?", "여자들은 화장품 값으로 나가는 돈만 해도 무시 못 할 것 같아. 남자 로션 하나 사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던데?"하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게 낫습니다. 아니면 헤어스타일하고 화장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립서비스를 하거나, 지금 화장이 좀 더 도도해 보인다는 식의 립서비스를 해도 됩니다.
요는, 어설프게 위로하며 교과서적인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차라리 그녀가 속 시원히 수다를 떨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게 낫습니다. 매뉴얼을 통해 "먼저 같이 노세요."라는 얘기를 제가 질리도록 한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 도움 주려 하지 마시고, 조언 하려 하지 마시고, 위로도 하려 하지 마시고, 일단 좀 같이 노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2. 너무 거칠게 여자를 대하시는 것 같습니다. 형님.
형님처럼 '간 큰 남자'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상대에게 뭔가 원하는 게 있을 땐 살짝 눈치도 좀 봐 가면서 기회을 엿봐야 하는데, 형님은 아주 거칠게 대놓고 요구하십니다.
"집에 도착하면 나한테 전화해. 잠깐 통화하자."
"이렇게 퇴짜 맞으니까 힘드네. 조만간 시간 내서 나랑 얘기 좀 하자."
"죄송하면 다시 생각해 봐. 긍정적으로."
"나한테 그렇게 마음이 안 가든?"
"좋게 생각해서 데이트라도 몇 번 해보고 판단할 수 있지 않아?"
"내가 그렇게 별로냐?"
"이렇게 퇴짜 맞으니까 힘드네. 조만간 시간 내서 나랑 얘기 좀 하자."
"죄송하면 다시 생각해 봐. 긍정적으로."
"나한테 그렇게 마음이 안 가든?"
"좋게 생각해서 데이트라도 몇 번 해보고 판단할 수 있지 않아?"
"내가 그렇게 별로냐?"
이거, 라스베가스에선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무섭습니다. 특히 더 무서운 건,
심녀 - 회사 사람이랑 연애 할 생각 없어요.
K형님 - 그러니까 회사 밖에서 보자는 거 아냐. ㅎㅎ
K형님 - 그러니까 회사 밖에서 보자는 거 아냐. ㅎㅎ
라는 부분입니다. 아마 스티븐 킹이 시나리오를 쓴다고 해도 저런 리액션은 창작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뭔가 만담 같기도 하면서 오싹하기도 한 멘트입니다. '우격다짐'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우격다짐 [명사]
억지로 우겨서 남을 굴복시킴. 또는 그런 행위.
- 표준국어대사전, '우격다짐'에 대한 설명
억지로 우겨서 남을 굴복시킴. 또는 그런 행위.
- 표준국어대사전, '우격다짐'에 대한 설명
그렇게 거칠게 대하면 여자는 상처를 입습니다. 직장 여자 후배는 동네에서 같이 당구 치는 남자 동생이 아닙니다. 솔직히 여기까지만 해도 전과 같은 관계가 되는데 최소 24주 걸립니다. 그런데 K형님은
"내가 같이 밥 먹자고 할 땐 빼더니 찬규랑은 밥 먹는 거냐?
이게 아주 그냥 ㅋㅋㅋ
나랑도 밥 먹자. 어때? ㅋ"
이게 아주 그냥 ㅋㅋㅋ
나랑도 밥 먹자. 어때? ㅋ"
라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마셨습니다. 이쯤 되면 혼수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도 관계가 회복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다행히 상대가 활발한 성격을 지닌 까닭에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만, K형님이
"그냥 튕겨봤던 건가 싶어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는데, 안 좋은 답이 오더군요."
라는 이야기 하고 계시면, 이 관계는 진짜 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K형님이 '직장상사'인 까닭에 겨우 생명유지 하고 있는 거지, 직장 선후배 아니었으면 벌써 상대에게 차단당하셨을 겁니다. 지금처럼 막 백태클 하고 그러시면 농담이 아니라 바로 퇴장 당하실 수 있습니다.
3. '존중'이라는 걸 해 보시길 권합니다. 형님.
이런 상황에서 용기를 내겠다며 한 번 더 고백하시는 건, 관계의 생명유지장치를 형님 손으로 떼는 것과 같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상대는 자신의 과거 연애사까지 꺼내가며 충분히 형님께 거절의 뜻을 밝혔습니다. 과거의 끔찍한 사내연애 경험 말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거기에 대고 형님은 만담을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회사 밖에서 보자는 거 아냐. ㅎㅎ"
이게 끝이 아닙니다. 자꾸 거절해도 형님이 들이대자 상대는 "하아- 제가 뭐라고 이러세요. ㅠ.ㅠ"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거기에 대고 형님은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러게 너(네)가 뭐라고 내가 이러냐."
형님, 남자의 매력 중 하나가 박력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저건 박력의 경계선을 좀 넘어선 멘트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이거, 무작정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솔직히 전 형님이 정말 상대를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은 상대에 대해
"가끔 대들 때가 있습니다."
"사적인 모습을 보면 싸가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사적인 모습을 보면 싸가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 상대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연애를 하기 위해 상대가 필요한 사람 같아 보입니다. 또 상대를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상대의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그냥 내가 얼른 연애를 하고 싶으니까 잔말 말고 사귀자'는 식입니다.
'내가 상대와 사귀고 싶은 마음'과 '상대가 나와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의 무게를 똑같이 맞춰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절박하고 절실해도 저 두 마음을 동등하게 다루는 것, 그게 이해고 존중입니다. 형님이 '그런 사정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상대를 대했다면,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기고 매달리고 집착하는 남자, 아니면 태도를 바꿔 냉랭하게 대하거나 호감을 적의로 바꿔 괴롭히는 남자는 많지만, 존중하는 남자는 적기 때문입니다.
존중이라는 걸 한 번 해 보시길 권합니다. 형님이 원하시는 '어떻게든 사귈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존중입니다. 지금처럼 "얼른 자야지 내일 일을 나갈 텐데, 왜 또 니(네) 생각이 나냐. 나 내일 지각할 지도 모르겠다."하고 있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에 메일 보냈던 사람입니다. 전 호감이 있어서 연락했을 뿐인데, 절 스토킹으로 고소했다네요. 참나. 제가 싸가지 없게 본 게 맞았군요."하는 메일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병원이나 법원, 경찰서로 가야하는 사연은 매뉴얼로 다루지 않고 있으니 그때는 제가 형님께 뭔갈 말씀드리고 싶어도 그러기 힘들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형님. 형님이 상대와 서로 같은 직장에서 일하게 된 지 이제 갓 100일이 지났습니다. 혹시 형님의 직장에 여자가 상대뿐이라 형님이 더 그녀에게 집중하게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시길, 저는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이 사람을 꼭 붙잡아야겠다는 것과 붙잡을 사람이 당장 이 사람 밖에 없는 건 완전히 다른 겁니다.
그리고 상대가 직장 후배이다 보니 상사인 형님의 말에 형식적으로라도 잘 따르고, 회사 일로 고민이 있을 때면 사수라고 할 수 있는 형님에게 털어 놓고, 더 위의 사람들 눈치 보며 둘이 말을 맞추는 일도 있으니, 그걸 인간적인 호감이나 관심이라 착각하게 된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위에서 한 얘기들이 너무 길어 복잡하시면, 딱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더는 우격다짐으로 사귀자고 하지 않기. 둘째, 상대의 거절의사를 존중하기. 혹시 해님과 구름 얘기 아십니까? 구름이 바람을 불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 했던 그 얘기 말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바람이 아니라 햇볕입니다. 상대가 서서히 형님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게 되면 믿지 말라고 해도 믿음직한 남자로 여기게 될 테니, 당장 한 번 믿어 보라며 강요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믿음직스러운 모습 보여주시는 것에 힘쓰시길 권합니다.
▲ 박력을 자랑하시던 K형님이 카톡으로 고백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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