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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남자친구에게 최악이라는 말을 들은 여자, 왜?

by 무한 2013. 12. 19.
남자친구에게 최악이라는 말을 들은 여자, 왜?
자전거를 팔기로 했다고 치자. 중고가 50만원에 거래되는 자전거다. 빠른 거래를 위해 45만원에 올려두었다.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연락이 온다. 그는 자전거를 25만원에 팔 수 없냐고 묻는다. 자신이 자전거 구입에 할애할 수 있는 돈 최대치가 25만원이니, 그 가격에 좀 달라고 부탁한다. 어떻게 하겠는가?

급전이 필요해 당장 저 가격에라도 팔아야 하는 게 아니라면, 대개의 경우 거절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자전거 구입에 25만원만 투자할 사람이라면 25만원짜리 자전거를 사면 되는 거고, 이쪽에서는 시세에 맞춰 팔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이걸 두고 "40은 받아야 한다.", "28이상은 줄 수 없다."하며 흥정하고 있으면 머리만 아픈 법이다.

그래서 난 J양에게 이별을 권한다. J양의 사연은 꼭 누가 뭘 잘못해서라기보다는, 그냥 딱 그 정도의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저희가 자꾸 부딪히는 원인과 화해하기 힘든 원인,
그리고 잘 지내기 어려운 이유가 뭘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거나 기다리지 않고 있다가 생긴 공짜 돈 같은 존재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함부로 써도 아깝지 않고, 심지어 잃어버린다 해도 크게 슬프지 않다. 내가 왜 이런 결론을 냈는지 아래에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어플에 사는 위험한 남자.


만남어플과 관련된 사연 중, 대다수 사연의 남자주인공은 고학벌, 고소득, 전문직인(대기업 재직 포함) 남자다. 많은 여성대원들이

"만남어플로 이성을 알게 되는 것에 대해 저도 좋지 않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는 제 기준에서 멀쩡하고 괜찮은 사람이었고…."



라고 말하는데, 그건 아마도 'S사 근무'같은 소개를 보고 하는 말이리라.  

물론 사람이기에 '후광효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사연을 읽다보면 '그래도 이건 정말 너무 쉬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는 종종 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연에서

[상대가 보통의 남자일 경우]
'어플에는 이상한 사람 많다니까 조심해야지. 음흉한 목적을 가졌을 수도 있어.'

[상대가 고학벌, 고소득, 전문직인 경우]
'이 사람은 바빠서 아직 짝을 못 만났구나.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인연인 건가?'



하는 '이중 잣대'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남자가 밥 한 번 같이 먹으려면 칭찬과 리액션, 그리고 꾸준히 안부를 물으며 노크해야 하지만, 후자의 남자는 "내일 저녁 같이 드실래요?"라고 한 마디만 물어도 어렵지 않게 승낙을 얻어내는 경우가 많다.

꼬집고 싶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녀들에게 "남자도 그걸 알아요."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 꺼낸 얘기다. 후자의 남자를 만난 여자들은 대개 그를 '진흙 속에서 찾아낸 진주'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이야기의 결말을 보면 그들은 진주가 아니라 아귀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머리에 달린 미끼를 흔들어 다른 물고기를 유인한 후 한 입에 삼켜버리는 아귀처럼, 그들은 빛나는 스펙을 걸어놓고 이성을 유인하는 경우가 많다.

예쁜 여자가 자기 예쁜 거 알듯이, 스펙 좋은 남자도 자기 스펙 좋은 걸 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가 자기 스펙 별 거 아니라는 듯 순둥이처럼 말하니까 정말 그가 순둥이인 줄 아는 여자들이 있는데, 아파트 동대표를 맡아도 어깨에 힘 들어가는 게 사람이다. 혹 이런 상황에서 그를 자신의 취향대로 개조하려는 여성대원이 있다면, 난 그녀에게

"지금 서 계신 그 곳이, 그 사람 손바닥 안이 아닌지 자세히 살펴보세요."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2. 어떻게든 말리고 싶은 행동들.


남자친구 옆에 하루 종일 깍두기처럼 붙어서 다니는 걸 난 정말 말리고 싶다. 남자친구가 자취방에 가면 자취방에 따라가고, 남자친구가 친구들 만나러 가면 친구들 만나러 따라가고, 남자친구가 가족들 만나러 가면 가족들 만나러 따라가는 것. 난 제발 그렇게 '할 일 없는 여자'가 되어 졸졸졸 쫓아다니는 일 만은 하지 말아주길 부탁하고 싶다.

"남자친구 가족들과는 어려움 없이 식사도 잘 했고,
특히 남자친구 조카가 저를 정말 좋아해서 잘 따랐어요.
남자친구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술자리 가져도 어색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그게, 미리 약속된 자리에 인사를 드리거나 손님으로 가는 건 괜찮다. 남자친구 친구들과의 만남 역시 당일이라도 그 자리가 미리 예정되어 거기에 가는 건 괜찮다. 하지만 남자친구 옆에 하루 종일 붙어 그의 동선 대로 쫓아다니다 그렇게 된 거라면, 난 차라리 그 시간에 집에 가서 반신욕을 하길 권해주고 싶다. 그러는 게 둘의 관계를 위해서도, 또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더 나은 일이다.

깍두기처럼 구는 여자는 결국 깍두기 취급을 받는다. 여자 딴에는 그게 연애 때문에 남자친구의 동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배려한 일이고, 또 남자친구를 위해 억지로라도 웃어가며 노력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러다 남자에게 '집에도 가질 않고 붙어 있는 여자'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힘이 되긴커녕 짐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막 사귀기 시작한 사이니까, 1분 1초라도 더 보고 싶은 게 정상 아닌가요?
떨어져 있기 싫고, 그 사람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같이 가고 싶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마냥 붙어 있으면 '편의점 같은 여자'가 되고 만다. 그대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치킨이라고 해도, 하루 세 끼 치킨 반찬이 나오면 더는 치킨 생각이 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대가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그 관계에서 최소한의 긴장감은 늘 유지하길 권해주고 싶다. 그 긴장감이 사라지는 순간 그대는 상대에게 자리만 차지하는 정물처럼 여겨질 수 있으니 말이다.

깍두기 생활을 하던 J양은 결국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맨날 너만 보냐."
"넌 가족도, 친구도 못 보게 하는 이상한 여자다."



라는 말을 듣고야 말았다. J양이 '백화점 같은 여자'가 아닌 '편의점 같은 여자'였기에, 결국 저런 소리를 듣고 말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짐짝 취급을 당했으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더는 매달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J양은 그가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더 매달리고 말았다. 그러다 결국 상대가 데이트 도중 바쁜 일 있다며 정류장에 J양을 팽개쳐 두고 가 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화통화는 남자친구가 어딘가로 이동하는 시간에 잠깐 하는 형식적인 연락으로 변해버렸고 말이다.  


3. 엉망진창.
 

남자친구에게 이 관계는,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던 중 J양을 만나 사귀게 된 것'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J양이 아니라 K양, Y양, S양 이었어도 연애가 시작되었을 거라는 게 내 솔직한 생각이다. J양 이어야 할 이유도 전혀 없고, 특별히 J양에게 애정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사귀자는 고백 역시 "난 너랑 사귀고 싶은데, 네가 아니면 말고."식의 무성의한 고백이었다.

"얜 그냥 친군데 왜? 너도 다른 남자 만나. 난 신경 안 쓰여."


라는 그의 말만 보더라도, 그에게 J양이 얼마나 작은 의미인지를 알 수 있다.

"노멀로그에서 본 대로 대화를 통해 조율하고자 노력했지만…."


J양이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은데, 조율은 '서로를 존중하는 사이'일 때 할 수 있다. J양 남자친구는 현재 여자친구에 대해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건 아예 고칠 의사가 없는 것이다. 피아노 소리가 이상하면 그냥 갖다 버리겠다는 사람에게 조율을 이야기 하면, 그에겐 그 대화 자체가 잔소리로 여겨지고 만다. 

남자친구가 이렇듯 '배째라'하며 있는 까닭에 J양은 더욱 다급해졌다. 그래서 굳이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서로 지켜야 할 예의에 대한 부분까지 드러내어 대화하고자 했다. 그랬더니 남자친구는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그건 네가 이기적인 거잖아? 그건 예의지 의무는 아닌데?"하며 J양을 '최악의 여자, 이상한 여자'로 만들었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은 식이다.

남친 - 이번 주에 못 보겠다. 회사에서 지방 다녀오래.
여친 - 우리 가려고 했던 식당 행사 이번 주 까진데 ㅠ.ㅠ
남친 - 이게 지금 내 잘못이야? 회사에서 가라는데 어떡해?
여친 - 아니, 그게 아니고 가려고 했는데 못 가서 속상하니까 그렇지.
남친 - 속상할 일도 많다. 어쩔 수 없으면 그냥 받아들여야지, 이게 속상할 일이야?
여친 - 기대했다가 못 가게 되니까 실망해서 그렇지.
남친 - 실망 좀 하지 말라고. 넌 뭐만 하면 실망했다고 하잖아.
여친 - 내가 오빠보고 뭐라고 했어?
남친 - 난 너 그러는 게 제일 싫다고.
         너 그러다가 내 탓인 것처럼 또 서운하네 어쩌네 그러잖아.
여친 - 그냥 "어쩔 수 없지 뭐. 다음에 가자." 해주면 안 돼?
남친 - 나도 지금 회사에서 가라고 해서 짜증나는데, 널 위로해주라고? 진짜 이기적이네.
         너야 말로 이해해 주면 되는 거 아냐? 나 짜증나는 건 생각 안 해?
여친 - 오빠도 짜증나겠지만 나도 실망하게 된 거잖아.
남친 - 그래 실망 많이 해라. 진짜 너랑은 대화가 안 된다.
여친 - 그런 말 안 하기로 우리 약속했잖아.
남친 - 약속? 네가 한 거지 내가 한 거냐? 
         네가 하지 말자고 하면 다 약속한 거냐? 웃기시네. 
         넌 진짜 최악이다. 
여친 - 오빠, 그냥 한 번 져주면 안 돼? 늘 이겨야해?
         그냥 위로 한 번 해주면 안 돼?

남친 - 넌 위로 받을 자격도 없어.

 

슬슬 여자친구를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패턴의 연애를 하게 되면, 나중엔 인터넷으로 중요한 뉴스 보고 있는데 전화했다고 욕을 먹거나, 버스 타려고 하는데 전화 걸어서 버스 놓쳤다며 구박까지 받을 수 있다. 

"넌 왜 전화해서 계속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 하면서 사람 짜증나게 하냐."


라는 말을 듣는 연애, 이건 조율이 아니라 폐기가 필요한 연애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진짜 아니다. 이미 J양은 

"내가 전화해서 오빠 버스 놓치게 만든 건 미안해."


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는데, 계속 그렇게 말려 들어가면 

'정말 내가 이상한 여잔가? 난 연애할 자격이 없는 여잔가?'


하는 패닉상태에 접어들 수 있다. 안타깝게도 J양은 이미 반쯤 접어들어 

"오빠가 주변 사람들한테 다 얘기를 해도 제가 비정상적인 여자라고 했다던데, 
무한님이 보시기에도 정말 제가 그런가요? 제가 이기적이고 비정상적인가요?"



라고 묻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기 여자친구가 '비정상'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니는 그 남자가 비정상에 가깝다. J양이 더 망가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얼른 그 관계에서 도망치길 권한다. 안 맞는 부분이 많아서가 아니라, 전혀 애정이 없기에 자꾸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J양이 이별을 말하면 그가 반드시 "그래 헤어지자. 넌 진짜 어쩔 수 없는 애구나."따위의 저주를 퍼부을 텐데, 개의치 말고 더는 한 마디도 섞지 말길 바란다. 



▲ 어머니께서 들으시면 피눈물 흘리실 연애는 하지 마세요.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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