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여자친구의 외모, 패션에 대해 지적하는 남자.

by 무한 2014. 1. 9.
여자친구의 외모, 패션에 대해 지적하는 남자.
J양의 '지금까지 잘 극복하고 만나왔다'는 말이 착각인 것 같다. 연락에 집착하기, 초조해 하기, 상대가 조금만 다른 모습을 보여도 변한 거 아니냐고 묻기 등의 문제를, 모두 남자친구 혼자 풀었다. 그는

"그런 거 아니야. 안심해."


라며 열심히 J양을 진정시켜왔고, J양이 걱정의 늪에 빠져있을 때면 주의를 돌리고자 원맨쇼까지 했다. 물론 이게 남자친구니까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불안이 찾아올 때마다 그저 남자친구를 호출해 해결한 J양의 이 태도는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지적질'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이 문제가 어떻게 지적질에까지 영향을 끼쳤는지,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물어야 안심이 되는 여자.


J양은 치마가 좋은가, 바지가 좋은가? 긴 머리가 좋은가, 짧은 머리가 좋은가? 운동화가 좋은가, 구두가 좋은가? 밝은 옷이 좋은가, 어두운 옷이 좋은가? 짜장면이 좋은가, 짬뽕이 좋은가? 동적인 데이트가 좋은가, 정적인 데이트가 좋은가? 전철이 좋은가, 버스가 좋은가? 영화가 좋은가, 연극이 좋은가? J양은

"남자친구가 절 그냥 있는 그대로 좋아해 줬으면…."


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의 J양은 어떤 사람인가?

사연과 카톡대화를 통해 내가 본 '있는 그대로'의 J양은, '자기 의견'이라는 걸 가지기 불편해 하는 사람 같다. 헤어스타일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J양이 묶고 싶은지, 풀고 싶은지, 기르고 싶은지, 자르고 싶은지를 알 수가 없다. J양은 남자친구나 지인에게

"어떻게 하는 게 나을까?"


라며 묻기만 할 뿐이다. 스타일이란 그 사람의 거듭된 시도로 형성되는데, J양은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누군가에게 의견을 묻고 그 의견대로 쫓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아래와 같은 루트로 갈등이 생긴다.  

ⓐ남친의 조언대로 함 -> 남친의 긍정적 리액션 -> 문제없음.
ⓑ남친의 조언대로 함 -> 남친의 부정적 리액션 -> J양 패닉에 빠짐.



예를 들어, "뭐 신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갈등을 보자.

J양 - 뭐 신을까? 운동화? 구두?
남친 - 운동화 말고 힐 신어.

(J양이 구두를 신고 나감.)
남친 - 이건 힐이 아니라 통굽 신발이잖아. 이거 말고, 다른 거 없어?
(J양 패닉에 빠져서 그 날 데이트 내내 '힐'생각만 함.)



남자친구의 부정적 리액션으로 인해 J양의 말수는 적어지고, 표정은 굳어진다. 그러면 남자친구는 일이 잘못되었음을 그제야 깨닫고 웃긴 이야기를 하거나, 약간의 몸개그를 하며 J양의 기분을 풀어주려 한다. 하지만 '칭찬 받지 못한 것'에 대한 J양의 충격은 사라지지 않는다. 남자친구도 눈치가 없는 건 아니라 집에 돌아온 후에도 전화를 걸어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하지만, J양에게 그건 다 '마음에도 없는 말'처럼 들릴 뿐이다. J양은 겉으론 마음이 풀어진 척을 하지만, 속으론 여전히 심드렁해있다.

거의 모든 갈등이 이런 패턴으로 진행된다.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신체부터 시작해서, 같이 밥을 먹거나 어디 가거나 뭐 하고 노는 일까지. 예컨대 막창이 먹고 싶으면

"오늘 저녁에 막창 먹자. 나 갑자기 막창이 땡기네~"


하면 되는 걸, J양은

"막창도 괜찮고, 뭐 그냥 되는 걸로 먹자. 넌 뭐 먹고 싶은데?"


하는 식으로 말한다. 그래놓고는 남자친구가 먹고 싶은 걸 먹게 되면, J양은 '늘 내가 먹고 싶어 하는 건 못 먹게 되네.'하며 속으로 불만을 품는다. 조율이 불가능해 불만족녀가 되는 게 아니라, 애초에 말도 꺼내지 않은 채 수동적인 태도로 상대의 의견만 따라가다가 불만족녀가 되는 것이다. J양의 의견을 주장한다고 남자친구가 멱살을 잡는 것도 아닌데, 말 한 마디 힘 있게 하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


2. 여친을 액세서리처럼 생각하는 남자.
 

군대에 있을 때, 전역을 앞둔 고참 하나가 내게 이런 얘기를 했다. 

"난 전역하면 중국 여자애랑 사귈 거야. 
패션 뭐 이런 거 하나도 모르는 여자애 있잖아. 
그런 여자애랑 사귀면서 내가 코디도 다 해주고,
원석을 가져다가 보석으로 만드는 거지.
진짜 꾸밀 줄 모르는 여자친구 사귀어서, 
사람들이 다 부러워하는 여자친구로 만들 거야."



난 저 얘기를 들으며 '얘가 순정만화를 너무 많이 봤구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저 고참의 생각과 J양 남친의 생각 싱크로율이 98.72% 일치해서 놀랐다.

남자친구가 하는 지적질의 근원은, 그의 판타지에 있다. 때문에 그의 요구에 다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그는 아직 옷과 헤어스타일, 신발, 액세서리 등에 대해서만 지적을 하고 있을 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성형까지 권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생각보다 이런 남자가 많다. 여자친구에게 "넌 양악수술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진지하게 생각해봐.", "가슴수술 해. 한다면 내가 조금 보태줄게.", "다른 여자들은 네일도 하고 피부관리도 하던데, 넌 안 해?"하는 남친에 대한 사연이 한 달 평균 두 편 정도 오는 것 같다.)

J양이 추워서 목도리 칭칭 감았는데 남자친구가 스타일 안 산다며 얼굴 내 놓게 하려 한 일이라든지, J양이 꾸미지 않고 나왔는데 친구를 만나자 모르는 사람처럼 떨어져서 인사도 안 시킨 일. 그의 이런 모습들은, 그가 J양을 '애인'이라기보다는 '액세서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남자친구는 패션, 그리고 비비크림이나 화장품 등에도 관심이 많아요.
보통의 남자들보다 꾸미는 데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자기가 원하는 여자의 패션스타일도 확고해요."



그러면, 만약 J양이 그가 원하는 '패션스타일'대로 치장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가 되는 것인가? 난 J양에게 '이 연애를 하고 있는 이유'가 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해주고 싶다. J양이 머리를 안 기르고 통굽 구두 신으면 이 연애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판타지를 가진 남자친구와 그에게 뭐든 확인 받으려는 여자친구. 둘의 이런 태도가 맞물려 문제는 눈덩이처럼 계속 커진다. 이건 J양이

"이런 날 힐 신으면 잘 걷지도 못해. 멋보다 안전이 중요하잖아.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 거 아니고, 또 그러기 위해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정도로 명확하게 의견을 밝혀야 풀어갈 수 있는 문제다.(그렇게 이야기 한 후 또 "뭐 신을까?"하고 있으면 같은 갈등이 또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저런 얘기는 못한 채 '뭐 이렇게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많은 거지? 얘는 내가 힐을 신어야만 좋나?'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있으면, 남자친구가 그저 개그를 해서 J양의 기분을 풀어주고, 그러다 또 시간이 지나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3. J양 질문에 대한 답변들.


J양은 현재 남자친구에게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면 안 되나?"하는 말을 꺼내 처음으로 반발을 했다. 남자친구는 그 말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고, J양은 대체 저 말이 왜 '많은 충격'이 되는 건지 의아해 하고 있다. 그래서 내게 왜 '많은 충격'이 되었는지를 묻기도 했다. 난 그 부분에 대해

"그간 남자친구가 J양에게 해준 코디 조언, 
그리고 선물까지 해가며 바꾸려던 '스타일 변화'에 대한 노력,
그런 것들에 J양이 마냥 감사하고 있던 게 아니라는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여자친구를 보석처럼 만들어 옆에 두려고 했는데, 여자친구가 세공을 거부한 것이다. 난 J양의 이런 반발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남자친구가 바라는 대로 이끌어도 J양이 가만히 있으니 남자친구가 J양을 가마니로 본 것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도 J양이 가마니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J양이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 우리 둘이 행복한 게 우선이지, 남들이 우리를 봐줘야 행복한 거 아니잖아."라는 말 대신, "난 자기가 원하는 여자가 될 자신이 없어."라는 자포자기식의 말을 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말도 '긴 침묵과 오랜 뾰로퉁함' 이후에 한 말이라, 남자친구가 이걸 무겁게 받아들여 고민을 했을지, 아니면 그저 J양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일단 숙이고 들어간 것인지는 구별하기 어렵다. 또 화가 풀린 이후 J양이 빛의 속도로 '예전 태도'를 찾아간 까닭에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하진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든다. "내가 화내서 자기 화난 거 아니지?"라는 질문 같은 건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J양은 또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풀어야 하냐고 물었는데,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갈등은 하루를 넘기지 말길 권한다. 구애를 하는 입장에서 진화해 온 남자의 경우, 여자가 '화 안 난 척'을 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다. 농담이 아니다. 예민한 남자의 경우, 여자친구의 말투만 들어봐도, 아니, 여자친구가 말을 하지 않고 있어도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를 캐치해 낸다. 남자친구가 J양의 기분을 풀어주려다 지쳐 그마저 입을 닫아 버리고 마는 지점. 그 지점이 바로 이별의 문 앞임을 기억해 두자.

위기를 기회로 삼는 방법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현 상황이 차량 반파 된 교통사고와 같은데, 도색 새로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J양이 주관을 가진 채 '나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면, 이 관계는 필연적으로 이별을 맞게 된다고 생각하자. 여보, 뽀뽀, 쪽쪽 그런 거 다 소용없다.

"난 이렇게 생각해."
"우리 이거 같이 할까?"
"난 이게 더 좋아. 자기는?"



이라고 여자친구의 자리에서 명확히 밝히길 권한다. 


책임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상대가 실망할까 무서워하지 말자. J양이 해물찜 먹고 싶다고 해서 해물찜 먹으러 갔는데, 진짜 욕 나올 정도로 맛없는 집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그냥 먹고 나와서 같이 식당 뒷담화 하면 되는 거다. 그 상황에서 남자친구가 맛없다고 하는 건, 해물찜을 먹자고 한 게 J양을 탓하는 게 아니다. 이걸 자꾸 '지금 내 선택에 대해 탓하는 건가?'하고 받아들이면, 사람이 쪼그라든다. 그래서 전혀 그럴 필요 없는데 남자친구와 대립하게 되고, 이후엔 모든 결정을 남자친구에게 미루게 된다.

남자친구가 하자는 걸 무작정 다 하는 게 '우리의 데이트'를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다. 뭘 원하는지 말해주는 게 노력하는 것이다. 의견을 내고 조율을 하면 된다.

"전 남자친구와 즉흥적 데이트 말고, 미리 코스를 정해서 데이트 하고 싶어요."
"저를 챙겨주는 사소한 행동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남자친구는 그러지 않아요."
"제가 먹고 싶어서 관심 보여도 남자친구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아요."
"저는 크리스마스에도 선물 주고받고 싶었는데, 남친이 안 원해서 못 했어요."



저것 중 하나라도 J양이 확실하게 말한 적 있는가? 나한테만 말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남자친구에게 말하자. J양 뜻에 맞춰 다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일단 J양이 원하는 걸 말하고, 남자친구와 조율을 하란 얘기다. 지금 J양은 그저 '그러고 싶었는데….'라고 속으로 생각할 뿐, 겉으로는 남자친구가 하자는 대로 다 하며 따라다니기만 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데이트 하는 와중에 혼자 섭섭해 하며 점점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입을 닫고, 나중에 집에 갈 땐 무거운 외투 벗어버리듯 데이트 벗어버리고 들어오지 않았는가. 발이 아프면 발이 아프다고 그 즉시 말하는 게 현명한 거다. 그걸 혼자 꾹 참고 뒤꿈치 다 벗겨질 때까지 속 끓이며 참고 있다가,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넌 나 구두 신고 나갔는데 발 아플 거라곤 생각 안 해봤어?
난 뒤꿈치 다 벗겨져서 아픈 거 참고 있었던 건데,
넌 횡단보도 건널 때 왜 빨리 안 오냐고 했지?"



하면, 남자는 뒤통수 맞은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J양이 사연 신청서에 적은 내용 중 절반만이라도 남자친구에게 말하면 8할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니, 참는 걸 맞춰가는 거라고 오해하지 말고 꼭 좀 말하길 권한다.



▲ 사연 미발행 건으로 얼마간 악플이 달릴 수 있습니다. 대응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연관글>

연애할 때 꺼내면 헤어지기 쉬운 말들
바람기 있는 남자들이 사용하는 접근루트
친해지고 싶은 여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찔러보는 남자와 호감 있는 남자 뭐가 다를까?
앓게되면 괴로운 병, 연애 조급증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