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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공대생 남자친구, 네 가지 분류와 대처방법.

by 무한 2014. 6. 24.

공대생 남자친구, 네 가지 분류와 대처방법.

지난 매뉴얼에서 잠깐 공대생의 이야기를 한 이후, '모든 공대생이 그렇진 않다'는 댓글이나 '내 남자친구는 공대생임에도 불구하고 문학소년'이라는 등의 메일을 받았다. 난 그저 해당 사연에 등장하는 남자친구의 '공대생적 특징(응?)'을 설명하고자 꺼낸 이야기였는데, 공대 출신이거나 공대생 남자친구를 둔 독자 분들은 그 글에 대해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셨다. 그래서 이번 시간엔 그간 도착한 사연과 내 경험을 토대로 한 '공대생 남자친구'의 분류와 대처방법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정말 심각하게 분류하는 건 아니고,

 

[염소란?]

문과생 - 동물

공대생 - Cl

 

수준인 우스갯소리의 연장이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 감성형(B형) 공대생.  

 

소제목에 적은 B형은, 혈액형이 아니라 분류상의 'A형, B형'이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언젠가 지금처럼 혈액형과 관련 없이 A형, B형에 대한 분류를 했다가

 

"지금 B형인 사람 욕하시는 건가요?"

 

하는 항의를 많이 받아 사실 난 좀 겁을 먹었다. 절대 '혈액형 B형'을 말하는 게 아니니, B형으로 분류된 항목들이 좋지 않더라도 "이거, 안 좋은 걸 보니까 아무래도 아니라고 하면서 혈액형 얘기하는 것 같은데?"라며 의심하진 마시길 부탁한다.

 

감성형 공대생에는 A형과 B형이 있는데, A형의 경우는 '감성 50% : 이성 50%'으로 균형이 잡혀있어 어색할 게 별로 없다. B형이 살짝 난감한 경우인데, B형은 '감성 80% : 이성 20%'로 균형이 맞지 않는다. 문과생의 경우라면 저런 성향을 가졌을 경우 주변에 많은 이성들과 부딪히며 이른 첫사랑이나 뜨거운 연애, 빠른 중2병의 발병과 극복 등의 루트를 밟았을 것이다. 하지만 공대생의 경우 고교시절엔 물화생지에 매달리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물병과 우산을 친구삼아 지내며, 학과에 2년 동안 한 명의 이성도 입학하지 않는 현상 등을 겪으며 오춘기의 강제 일시정지, 필연적 첫사랑 유보를 당할 위험이 크다.

 

이 시기에 접어든 많은 공대생들이 내게 사연을 보내기도 한다. 난 그들에게 하나의 특징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위에서 말한 상황의 한계로 인한 강제적 이상형의 변화다. 쉽게 말해, 교양수업에 들어갔다가 타 과의 여자사람을 보곤 아찔해 하며 '저 사람이 내 이상형'이라고 말해놓곤, 학교 앞 편의점에서 일하는 여자사람 알바생을 보곤 다시 '이 사람이 내 이상형'이라고 바뀌는 현상이다. 이런 증상을 심각하게 보이는 대원들 중에는 모든 여자에게서 자신의 이상형을 발견하는 대원들도 있다. 도서관에서 본 그녀가 이상형이었다가, 교양과목 조별숙제를 하게 되어 만난 그녀가 이상형이었다가, 학교 앞 호프집에 새로 온 알바생 그녀가 이상형이었다가…. 이렇게 한 달에 한 번 꼴로 사연을 보내는 대원도 있다.

 

감성이 풍부하다보니 사랑에 금방 빠지기는 하는데, 안타깝게도 표현력은 그간 강제 일시정지를 당해온 까닭에 발달하지 못했다. 때문에 그들은 이십대 초중반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 두고 왔어야 할 '오그라드는 표현'들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좋게 보면 그게 참 순수한 모습이긴 한데, 안타깝게도 그게 상대에게는 의식적이거나 가식적인 모습, 또는 감정을 연기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건 저 강제 일시정지의 기간이 길어지면 사십대 초중반에도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다. 내 지인 중에도 한 분 그런 분이 계셔서 난 그 분에게

 

"형, 그냥 뭔가를 더 하려고 하지 마시고 가만히 계세요.

표현을 해서 어필하려면 표현이 좀 세련되어야 하는데,

지금 형이 하고 있는 표현은 뭐랄까, 좀 오글거리고 그렇거든요.

사랑에 빠진 로미오 빙의해서 표현하려 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의 형 모습으로 그 분을 대해보세요. 편하게. 친구처럼." 

 

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감성형(B형)인 남자의 경우는 이성이나 연애에 대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만큼의 환상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남자와 연애하는 여성들은 남친의 표현이 부담스럽다는 얘기, 남친이 사춘기 학생처럼 군다는 얘기, 남친이 진부한 애정표현으로 현실감을 떨어뜨린다는 얘기 등을 한다. 그건 나빠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이성과 서로 반반의 마음을 부어 '우리'라는 관계를 만들어 본 적 없기에 하는 실수일 가능성이 높으니 그것 때문에 남친을 밀어내진 말길 바란다. 멀리까지 함께 가기 위해선 전력질주 할 게 아니라 힘을 잘 비축하며 가야 한다는 얘기, 너무 더 잘 하려고 하지 않아도 지금 난 네가 좋다는 이야기, 난 안겨서 가고 싶은 게 아니라 같이 손잡고 가고 싶다는 이야기 등을 하면 그의 태도를 바꿀 수 있으니 황무지를 잘 일궈 옥토를 만들길 권한다.

 

 

2. 예체능형 공대생.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얘기 중에, 공대생이 아래와 같은 말을 가장 많이 한다는 얘기가 있다.

 

- 밥 먹었냐?

- 리포트 썼냐?

- 저 여자 예쁘다.

 

그런데 저 말 중 세 번째 '저 여자 예쁘다.'라는 것 대신 스포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공대생도 있다. 이것 역시 웹에 떠도는 부산출신 공대생의 멘트를 가져와 봤다.

 

- 밥 뭇나?

- 숙제 했나?

- 롯데 이깄나?

 

예체능형 공대생은 바로 저런 유형의 남자를 말한다. 남자끼리 어울리는 일이 많다보니 스포츠에 빠지게 되고, 스포츠의 재미를 알게 되니 거기에 돈과 시간과 열정 등 모든 것을 쏟아 붇는 것이다.

 

사연을 보낸 공대생 중엔 가끔 내게 톡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그들 중 예체능형 공대생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그들이 올린 프로필 사진 중엔 흰색 가운을 입고 찍은 사진과 자신이 응원하는 팀 유니폼을 입은 사진이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가운과 자전거, 또는 실험실 사진과 운동용품 등의 사진이 꼭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이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대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들 이라는 점이다. 축구나 야구를 좋아하는 경우 경기를 집에서 TV나 컴퓨터로 보는 경우가 많았고, 직접 참여해야 하는 스포츠 역시 자전거 타기,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수영 등으로 역시 혼자 하는 스포츠가 대부분이었다. 탁구나 배드민턴 같은 것에 관심이 있으면 나중에 연애를 할 때 연인과 함께 할 수도 있을 텐데….

 

"자전거 타기 같은 건 나중에 같이 할 수 있으니까 좋잖아요?"

 

라고 되묻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게, 이들이 즐기는 자전거 타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동네 마실이 아니다. '자전거로 국토 종주'라거나 '하루 100Km 라이딩'같은 자전거 타기라서, 같이 즐기기엔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다.

 

이런 남친과 사귀는 여성대원들은

 

"남친이랑 경기 보러 갔는데 남친이 진짜 경기만 봐요. 전 추워 죽는 줄…."

"저보고 라이딩 가자더니 강릉 간대요. 못 가겠으면 자기 혼자 갔다 온다고…."

"크로스핏 같이 하자고 해서 알았다고 했더니, 저보고 밧줄에 매달려 보래요."

 

라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승부 근성도 가지고 있는데다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상대도 좋아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계속 강요를 할 위험이 있으니, 운동을 하더라도 협동해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함께 하자고 권하길 바란다. 위에서 말한 탁구나 배드민턴, 그리고 볼링 등의 운동은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들은 자신과 이성이 체력적인 면에서 차이가 꽤 난다는 사실을 아직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자기 위주로 생각할 때가 많으니, 남친이 권한다고 무작정 승낙하진 말길 바란다. 하게 되더라도 지치고 힘들어 에너지가 100% 바닥나기 전인, 70% 방전쯤에 남친에게 신호를 보내길 권한다.

 

 

3. 덕후형 공대생.

 

이것 역시 언젠가 웹에서 유행했던 '공대생 남친을 둔 여친의 글'을 먼저 보자.

 

남친님에게 차 액세서리용으로 부엉이 노호혼을 보내줬습니다.

태양열로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귀여운 인형이에요.

그런데 지금 남친이 그 부엉이를 잡아다가,

파워서플라이를 연결해서 고개를 미친듯이 돌리게 만들고

눈에다 LED를 박고 있대요. ㅠ.ㅠ

 

덕후형 공대생은, 실험과 분석, 그리고 시도로 점철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무언가에 필이 꽂혔을 때 보이는 그들의 창의력과 추진력은 정말 어마어마하지만, 안타깝게도 필이 꽂히지 않은 부분들에는 무관심하다는 게 그들의 최대 단점이다. 그래서 이들 중에는 다른 것에 필이 꽂혀 '이성'이나 '연애'에도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온 까닭에, 이성과의 관계에 대해 학습되거나 개발된 부분이 없어 애를 먹는 사람들이 많다.

 

내 주변에도 대표적인 덕후형 공대생 둘이 있다. 그들 중 한 명은 컵라면만 공급해 주고 일주일 내내 뭔가를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 정도로 집중력이 대단하다. 그는 보통 사람이 옆에 두고 보고 읽기도 힘들어 하는 CD-KEY를 몇 개씩 외우고 있으며, 메모장만 가지고도 금방 홈페이지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낸다. DIY에도 관심이 있는 까닭에, 며칠 잠수를 타다가 놀라운 물건들을 만들어 가지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이렇게 장점만 보면 참 반짝반짝해 보이지만, 그게 곧 그의 단점이 되기도 한다. 우선, 그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대개 보통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다. 이건 치명적인 약점이다. 내가 인도 왕조에 대해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철저한 조사를 한 후 30권 분량의 책을 낸다고 해보자. 그건 분명 큰 의미를 갖는 작업이지만, 안타깝게도 이걸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약점 때문에 그는 타인과 대화를 할 때 겉도는 일이 많다. 얼마 전, 덕후형 공대생 남친과 썸을 타는 한 여성대원이 사연을 보냈는데, 그 사연 속 남자 역시 세 시간 동안 자기 논문 얘기만 하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그가 만들어낸 물건들의 실용성이 떨어지며 그 외형이 좀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아래는 그와 내가, 그가 만들어 온 물건을 두고 나눈 대화다.

 

지인 - 자, 이렇게 하면 바로 작동하지?

무한 - 근데 이건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지인 - 모양은 내가 디자이너가 아니니까 어쩔 수 없어. 기능만 봐. 움직이잖아.

 

이를테면, '형광등을 여섯 가지 패턴으로 깜빡거리게 하는 기계'같은 걸 만든다고 해보자. 신기하긴 하지만, 집에서 굳이 형광등을 여섯 가지 패턴으로 깜빡거리게 만들 일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와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보통의 사람들이 보는 시각과 그의 시각이 달라 대화에 어려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차에 대한 대략적인 평가를 내리기 마련인데, 그는 자꾸 엔진이나 부품 얘기로 들어가기도 하고 마니아들에게나 알려졌을 개발 중인 제품소식들을 꺼내며 알아듣지 못할 말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남친과 사귈 경우 일반적이지 않은 그의 태도 때문에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저런 시도들이 바로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든 물건의 시발점이라는 걸 기억하자.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뭔가를 만들어 낸 누군가들은, 모두 유명해 지기 전까진 그저 덕후형 공대생으로 분류되었을 수 있다. 쓸 데 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놀라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이쪽이 길잡이가 되어줘 보길 바란다. 그대가 그에게 영감이나 학문적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 합작품을 만들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4. 사실탐구형 공대생.  

 

이 유형은 내가 개인적으로 기피하는 유형이다. 여럿과 어울릴 때는 콜로세움을 자주 여는 까닭에 싫고, 둘의 관계에서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 같아서 싫다.

 

어쩌면 이 유형과 내가 상극인 것은, 내가 문과출신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과학적 사고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예측 못 한 변수를 놓치지 않도록 철저하게 따지는 것이 중요하고, '대부분' 정도가 아닌 '모든'의 경우에 해당되도록 오차가 없도록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대화를 보면,

 

공대생1 - 번개가 친 후 천둥이 칠 때까지의 초에 340을 곱하면 거리가 나옵니다.

공대생2 - 아니죠. 정확히 하자면 331.6 + 0.6 X 온도로 해야죠.

공대생3 - 더 정확히 하자면 그냥 '온도'가 아니라 '섭씨'라고 적으셔야죠.

공대생4 - 비가 오기 때문에 조금 더 빨리 도착하는 것도 고려해야죠.

 

라는 '사실탐구'형 대화일 때가 많다. 소수점 이하의 수치까지도 정확해야 하는 분야에 있다 보니 자연히 저런 태도가 몸에 밴 것이고, 또 저렇게 치밀해야 높은 완성도의 이론이나 작품이 나오는 것이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에서까지 사실탐구를 하다 보니 답답하거나 차가울 때가 많다. 한 대원의 사례를 보자.

 

여친 - 회사에 있는 A팀장 때문에 진짜 미치겠어. 오늘은 또 A가 나한테….

남친 - 그러면 그만 둬야지. 스트레스 때문에 못 견딜 정도면 이직해야 하잖아.

여친 - 그건 그런데 지금 이쪽 사정도 좋지 않고 당장 이직하기에도….

남친 - 그러면 참아야지. 나오는 거 아니면 참는 건데, 방법이 없으니 참아야지.

 

저럴 땐 그냥 "그래? 그 사람 정말 나쁘네."라고 추임새만 넣어줘도 여자친구를 다시 웃게 할 수 있는 건데, 안타깝게도 사실탐구형의 사람들은 "결론은 이 두 가지잖아. 그리고 너도 잘못한 거 있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해 미운털이 박히고 만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 같다는 것 역시, 이들이 철저히 '문제해결을 위한 결론형 대화'를 하는 것에서 비롯된 오해가 비롯된다. 역시 사례를 보자.

 

여친 - 정말 자기에게 감사해. 자기가 없었으면 못 했을 거야.

여친 - 자기가 도와줘서 어쩌고저쩌고…. 나도 자기에게 힘이 되는 여친이 될게!

남친 - 응.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그냥 저런 식으로 단답의 멘트를 보내고 만 것이다. 여자친구가 칭찬으로 춤추게 만들어 주면 이쪽에선 빈말이라도 "에이 아니야, 뭐 그런 걸 가지고…. 나도 고마워."하며 장단을 맞춰줄 수 있는 건데, 안타깝게도

 

문제 : 여친이 내 도움에 대해 고맙다고 표현하며 자신도 잘 하겠다고 말한다.

결론 : 알았다고 대답한다.

 

라는 생각만 하고 마는 것이다. 나 역시 공대 출신의 지인과 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몇 번 있는데, 그때마다 난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짧은 대답만 하는가?'하는 생각을 한 적 있다. 내가 첫인사, 본론, 끝인사를 적어 보내면, 상대는 "네."라고 한 글자만 적어서 답장을 보낸 적도 있다. 카톡대화를 하다가 내가 끝인사를 하면 상대가 받고 아무 대답 없이 그냥 대화가 끝난 적도 있고 말이다.

 

내가 그 이후에도 그들을 겪어 본 경험에 의하면, 그들이 그러는 건 예의가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몰라서 못 하는 것이었다. 역시 한 때 웹에서 유행했던 '공대생에 대한 명언'이라는 게시물을 보자.

 

공대생들이 공대 힘들다고 징징되는 거 구라임.

실제론 징징되는거 보다 2~3배는 더 힘듬.

근데 공대생들이 어휘구사능력이 딸려서 힘들다는 표현을 잘 못함 ㅠㅠ

 

저 글에서만 해도 '징징되는거'라든가 '힘듬'이라는 표현들이 '어휘구사능력'에 대한 글쓴이의 주장을 잘 뒷받침 해주고 있다.('구라'와 '딸려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맞춤법에 예민한 노멀로그 독자 분들이 보시면 '징징되는거'에서 사물놀이를 연상하며 현기증을 느끼실 것 같다.)

 

말과 표현은 해야 는다. 위와 같은 남친과 사귀며 현기증, 또는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분노(특히 말 안 하자니 화가 나고, 하자니 나만 속 좁은 사람 되는 것 같은 딜레마)를 느끼고 있다면 무조건 말하길 권한다. 상대가 그렇게 말할 때 내 기분은 어떤지, 어떻게 말해줬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터놓고 말하자. 그리고 상대에게 감정은 저울에 달아 무게를 잴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보자. 네가 아픈 것에 나도 아파하는 게, 냉정하게 보자면 비효율적이고 그럴 필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랑하기에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아니냐고도 반문해보자. 난 정말 네가 100% 잘못 한 상황이라 해도 네 편이 될 건데, 넌 이런 상황에서마저 내 잘못도 있다며 판결문 읽는 게 난 참 슬프다고도 말해보자. 그가 이걸 배운다면,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든든한 당신의 편이 될 테니 말이다.

 

 

지난 번 매뉴얼에서 책 추천을 부탁한 건, 아두이노를 사용한 물건들을 만들고 있는데 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몰라서 그랬다. 너구리나 까치를 찍기 위한 동작감지기, 그리고 번개를 잡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번개감지기 등을 만들려고 한다. 또 간단한 휴대용 적도의를 만들고 있는데, 이게 모터를 달아 사용하려면 모터가 전산볼트를 1분에 1회전 시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찾아보니 모터에는 DC모터, 스텝모터, 서보모터 등이 있는데 그것들 중에서 같은 모터라고 해도 전부 모터 사양이 다른 까닭에 무얼 사용해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인라인 스케이트 바퀴를 이용한 달리도 만들고 있다. 이것 역시 모터가 인라인 바퀴를 굴려 10Cm 이동해 멈추면 그 위에 달린 카메라가 사진을 찍고 다시 10Cm 움직이며 멈추는 것을 반복하는 건데, 역시 구상만 있을 뿐 기술이 없어서 애를 먹고 있다. 타임랩스용 달리도 만들고 있다.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레일로 하고, 그 위를 베어링이 달린 상판이 움직이는 형태다. 이건 공개된 프로그램과 아두이노를 이용해 구축해 두었는데, 레일과 상판을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 중이다. 현재 그냥 베어링을 위에 달아 얹혀두는 것을 1안, 플랜지 베어링을 위아래로 달아 고정하는 것을 2안으로 잡고 있다. 그런데 기성품이 아닌 까닭에 상판에 구멍을 내는 일 등을 선반작업 해야 하는데, 선반작업 맡기는 비용이나 다른 사람이 자작한 걸 사는 비용이나 비슷해서 고민 중이다. 이전 글 댓글에 "만들지 마시고 사서 쓰세요. 저희도 먹고 살아야죠!~"라는 이야기를 적어 주신 독자 분이 계신데, 정말 그랬으면 간단한 걸 괜히 사서 고생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뭐 자작은 자작 나름의 즐거움이 있으니….

 

오늘은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의 네 번째 생일이다. 현재 간디는 옆 단지에 사는 연하의 실버푸들에게 퇴짜 맞은 후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 기분전환을 위해 오늘은 생일 케이크 대신 오리 통조림을 좀 사줘야겠다. 양치하길 싫어해서 입냄새가 나는 까닭에 퇴짜 맞은 것 같은데, 양치를 대신 할 수 있는 껌도 같이 구입해야겠다. 연하 푸들이 도망가도 기어코 쫓아가 똥꼬 냄새를 맡는 간디. 자존심도 없는 바보.

 

▲ 네 살. 사람 나이로 치면 간디도 이제 스물여덟이 되었다. 간디 귀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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