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사모]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는 남자 외 1편
벌써 세 번째 경험하는 일인데, 내게 카톡이 제대로 도착하지 않는 것 같다. 오늘 오후에도 어떤 독자 분께서 다짜고짜 내게
라고 톡을 보내셨길래, 난 속으로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분은 이전에 내게 보낸 카톡에 대답이 없어 위와 같은 말을 하셨던 거였다. 난 분명 받은 카톡이 없기에 저 카톡이 내가 받은 첫 문장이었다고 대답했고, 우리는 서로 대화방 최상단의 스크린샷을 보내며 각자의 말을 증명했다.
이런 일을 세 번째 겪고 나니, 혹 나와 대화를 나눈 분들 외에도 내게 말을 걸었다가 대답이 없어 마음 상하신 분이 계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톡이 오지 않았다는 것도 모른 채, 여린 마음이라 왜 카톡확인 안 하냐고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날 악당으로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는 분들. 원인은 모르겠지만 이런 사정으로 인해 내게 메시지가 도착하지 않았을 수 있으니 오해는 하지 마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이 시각 현재 성함 끝 자가 '솔, 수, 진, 지, 경, 준'이신 여섯 분을 제외하곤 난 모두 답을 드렸다.(저 분들께는 일부러 답을 안 드린 게 아니라, 이 매뉴얼을 작성하는 와중에 톡을 보내신 분들이라 아직 확인을 못 했다.)
자 그건 그렇고, 오늘은 며칠 내로 선택을 해야 하는 '급한 사연'들을 좀 모아봤다. 이름 하여 급사모(급한 사연 모음). 출발해 보자.
현정아, 드라마 보면 주인공들이 대부분 백수 아니면 고위직이잖아. 그게 왜 그런 거냐면, 평범한 사람을 거기다 가져다 놓으면 이야기를 풀어갈 수가 없어. 왜? 대부분의 시간에 일을 하니까. 주말을 이용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러면 간이 못 버텨. 피곤해진다고. 며칠 전에 친척들과 잠깐 드라마를 봤는데, 그걸 보면서 친척들이 그러더라.
내가 현정이 사연을 읽고 든 생각이 저것과 비슷하거든.
하는 거였어. 캠핑 좋고, 여행 즐겁고, 소고기 맛있지. 나도 알아. 근데 궁금한 건, 월 200 받아서 생활비 내고, 생필품 사고, 차 굴리고, 저런 연애 하고, 취미활동도 하고, 그러면서 결혼자금이나 집값도 마련할 수 있냐는 거야. 내 계산으로는 저렇게 살면 그저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가 최선이거든? 저렇게 할 거 다 하면서는, 이십대 중반부터 시작해서 십 년 가까이 모아봐야 삼사천이야. 결혼? 전셋집? 아파트? 그건 그냥 꿈이지. 현실에선 삼사천으로 반지하 원룸 월세 보증금 넣으면 남는 게 없거든.
물론 그런 와중에도 이별하면 다시 또 다른 사람과 연애는 할 수 있어. 연애를 시작하면 무리를 해 가면서도 이벤트를 마련하고 데이트를 준비하지.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면서 무슨 패키지도 예약하고 그럴 거야. 그게 파멸로 가는 지름길인지도 모른 채 말야. 내가 보기엔 현정이 네가 딱 이쯤에 걸쳐 있었던 것 같거든. 그가 말한 과거 연인들을 보자. 그는 그녀들을 사랑도 모르는 속물처럼 말하지만, 사실 난 그녀들이 잘 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
오해하지 말고 들어봐.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아니다, 집이 있어야 한다/아니다의 이야기가 아니야. 현정이 남자친구의 입장에선 'Yes or No'라고 단순판단을 해서 얘기하니까 옛 여자들이 나빠 보이는 거지, 내가 보기엔 그녀들이 지극히 정상적인 선택을 한 거야. 그녀들에게 '속물'이라는 판정을 내리려면, 현정이 남자친구에게는 '대책 없는 조건부'라는 판정을 내려야 옳아.
저건 효도의 도구로써 널 맞이하겠다는 얘기지. 또 인생 경영의 실패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다 이해해 달라는 얘기고. 저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를 속물이라고 말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깨달아야 하는 거 아닐까?
현정이 네가 내 여동생이라면 난 목숨 걸고 이 관계를 끊어 놓을 것 같아. 네가 연애를 하며 그에게서 들었던 건 '약속'이 아니라 '허세'거든. 연애 초기에 그가 아무렇게나 발행한 공수표만 받아온 건데, 이제 와서 그는 배 째라며 지불 능력이 없다고 말하잖아. 일 년만 기다리면 이 악 물고 준비해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지금도 배 째라는 남자를, 뭘 믿고 일 년을 기다려. 이거 무슨 신조협려 패러디야?
착각하지 마 이거 절대 낭만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아. 결혼해서 살다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며 처자식 놔두고 가출한 뒤, 떠돌이 생활하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흔한 멘트일 뿐이야. 그렇게 도망 나갔다가 성공해서 금의환향하는 사람 난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어. 슬그머니 뒷문으로 돌아와선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현정아, 네 반평생이 걸린 일이야. 상대가 자꾸 돈 없다, 아프다, 힘들다, 고민이 많다, 괴롭다고 하니까 넌 점점 모성애와 동정까지 발휘해가며 그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지금 누가 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고 불쌍한지를 차분히 생각해 봐. 위태롭고 불쌍한 상황에 놓여있는 건, 그가 아니라 너야.
난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인 까닭에 둘째가라면 서러울만한 '예민한 안테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쥬님(여자친구)과 카톡을 하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하는 생각을 한다. 꼭 연애에서 뿐만이 아니라, 거의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오랜만에 연락을 해온 친구와 통화를 하고 나서도,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안테나가 보통 예민한 게 아니라서, 지인의 목소리 톤이나 멘트 하나에서 그의 감정을 읽기도 하고, 작은 표정변화나 눈의 움직임에서 말의 진위를 파악하기도 한다. 상대가 쓰는 훼이크를 금방 눈치 채며, 현재 어떤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도 빨리 알아챈다.
내 생각에,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안테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안테나를 가지고 있다는 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건 바래져가는 우정을 가림막도 없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는 단점이 될 수 있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인이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을 온 몸으로 견뎌야 하는 단점도 될 수 있다.
무언가가 망가져가고 있다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눈만 가질 게 아니라, 그걸 고칠 수 있는 손까지 가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게도 수리, 유지, 보수에 대해서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며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그것이 버겁다고 느끼는 사람들 중에는 아예 눈앞에서 모든 것을 치워버린 사람들도 있는데, 난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아 잠깐만, 지금 일기를 쓰는 게 아니니 이 얘기는 이쯤하고.
사연을 보낸 J양 역시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이다. 그래서 남자친구의 작은 행동변화에서도 그의 마음이 변했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녀의 생각에 나도 동의한다. 그는 분명 변했다. 뜨겁게 구애를 하던 예전과 다르고, 언제나 어깨를 빌려주던 과거와 달리 J양에게 스스로의 힘으로 서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난 J양에게 이게 당연한 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남자친구만 관찰하지 말고 J양 자신에 대해서도 한 번 관찰해 보길 바란다. J양은 변하지 않았는가? 내가 보기엔 활기차고 유머러스한 초반의 모습과 달리, J양은 현재 불안해하며 남친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데?
수리, 유지, 보수의 기본은 '너'가 아니라 '나'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난 이 작업을 처음 했을 때, 내 자신이 역겹게 느껴졌다. 내가 타인이라면 나와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염치도 없이 이기적이기만 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겐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던 것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놓여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나에겐 A가 좋은 친구지만 그에겐 내가 좋은 친구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라는 가수 감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저게 내 얘기 같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작별들에 대한 절반의 책임은 내 몫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뭘 얼마나 희생하고, 양보했는가. 나는 왜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으며, 왜 먼저 주지 못 했는가. 나는 언제 한 번 관심을 표현했고, 또 언제 한 번 상대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는가. J양에게도 묻고 싶다. J양은 상대를 위해 뭘 얼마나, 언제 한 번, 왜 먼저… 했는가?
J양의 남자친구가 괜찮은 남자라는 얘기는 해 줄 수 있지만, J양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확답해 줄 수가 없다. 그가 아무리 좋은 남자라고 해도 J양이 바보처럼 굴면 바보취급을 하게 될 수 있고, J양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J양을 귀찮아 할 수 있다. 또 J양이 방황한다며 상대를 팽개쳐 버리면 그 역시 J양을 팽개칠 수 있으며, J양이 그에 대해 의심을 하면 그 역시 J양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할 수 있다. 전자제품에 비유하자면, 고장이 꼭 '제품이상'이 아니라 '고객과실'로 인해서도 일어날 수 있단 얘기다.
작년에 헤어진 한 커플의 사연을 보자. 둘은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 거의 모든 경비를 남자가 부담했지만, 여자가 즐거워 한 까닭에 남자는 전혀 돈이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이틀째 되는 날, 일정이 밀려 '가기로 했던 관광지에 가느냐, 아니면 그냥 패스하고 숙소로 돌아가느냐'를 두고 갈등이 벌어졌다. 그러던 중 여자가 극단으로 치달아 "나 혼자라도 가서 보겠다. 그리고 그거 보고 난 한국으로 알아서 돌아가겠다."라며 막무가내로 가 버렸다. 남자가 급히 자신의 주장을 굽혀도, 이미 감정이 상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둘은 다시 만나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뒤 남자는
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그녀와의 이별을 택했다.
난 참 답답하다. 폰에 비유하자면 폰을 그냥 쓰면 되는 건데, 그걸 굳이 "폰을 아파트 2층에서 떨어뜨려도 멀쩡할까요? 액정 정도만 깨지고 사용할 수는 있을까요? 아니면 아예 먹통이 될까요?"라고 묻는 느낌이랄까. 그럼 반대로도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J양은, 남자친구가 J양의 손을 놓았을 때 J양이 먼저 다시 그의 손을 잡을 수 있는가? 그가 흔들릴 때 잡아줄 수 있는가? 그럴 경우 J양은 '오빠의 마음이 저것 밖에 안 되나 보다.'하며 깊은 좌절의 늪에 빠질 것 같은데, 아닌가? J양의 남자친구 역시 사람이다. 맞으면 아프고, 밟히면 불쾌하고, 팽개쳐지면 슬프다. 그가 강철로 만들어진 로봇이 아닌 이상 그도 똑같이 J양처럼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 그가 견딜 수 있을 것 같냐고 묻기 전에 그에게 상처 입히지 않도록 먼저 조심하길 권한다.
하나 더. 상대가 문제를 풀 수 있게 힌트를 주자. 아무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정답을 맞추라고 요구하는 건 고문이다. 그 고문으로 인해 해마다 셀 수 없이 많은 커플들이 헤어진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처음엔 엎드려 절 받는 느낌이 들어도 가르쳐줘야 한다. 힐을 한 번도 신어본 적 없는 남자에게 힐 신으면 오래 걷기 힘들다는 걸 알려줘야지, '내가 발 아프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 게 잘못인데, 그걸 깨닫나 못 깨닫나 보겠어.'라며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하고 있으면 방법 없는 것 아닌가. J양의 남자친구는 이전에 J양이 한 번
라고 이야기 하니, 그 이후로는 변하려고 노력했고 또 정말 많이 변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하면 된다. 세상의 그 어떤 관계든 수리/유지/보수 하지 않고 평생 그대로인 관계는 없으니, 고장 날까 두려워 멀리 두지 말고 가까이 둔 채 닦고, 조이고, 기름 치길 바란다. 상견례 잘 마치신 뒤 신혼여행 다녀오실 때 내 선물 사 오는 거 잊지 마시고.(응?)
끝으로 "이 사람이 나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맞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착각한 걸까요?"라는 사연을 보낸 W양에게는,
라는 대답을 해 드리고 싶다. 여기저기 여지를 엄청 뿌려두어 가까운 밭에는 더 뿌릴 수가 없으니, 이제 먼 곳까지 원정을 와서 뿌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한 모든 행동은 W양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그냥 이성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는 게 습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살갑게 굴어 자기 오갈 길만 터놓는 남자라고 할까. 인맥관리와 처세의 영역에서 보자면 훌륭한 방법이지만, 끝이 좀 더럽다. 특히
라고 둘러대는 부분이 구질구질하다. 저건 가능성만 남겨놓고 "자, 이제 재롱을 좀 부려봐. 재롱이나 보자."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말이다.
W양이 헛발질을 한 부분도 있긴 한데,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내가 보기엔 그가 W양이 헛발질을 하든 말든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훗날 그가 그걸 '구실'로 내밀었기에 W양이 긴장한 듯 보이는데, 그건 그냥 구실을 대기 위한 핑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난 W양에게, W양은 그가 심심할 때 사내 메신저로 내 자랑, 내 얘기, 내 철학을 주제로 수다 떨 직장동료 인 것 같다는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나도 참 이런 얘기 하기 싫었지만, 앞으로 그가 '가능성'만 남겨 둔 채 W양을 희망고문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양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흘리고 다니는 남자 뒤쫓으며 인터뷰 하는 건 오늘부로 그만두길 권한다.
▲ 액션만 취하는 것에 속지 마세요. '그런 척'인지 정말 '그런 것'인지는, 길게 보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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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 번째 경험하는 일인데, 내게 카톡이 제대로 도착하지 않는 것 같다. 오늘 오후에도 어떤 독자 분께서 다짜고짜 내게
"제 카톡은 읽지도 않으시는 건가요?"
라고 톡을 보내셨길래, 난 속으로
'무슨 얘기지? 삶이 힘들어 잠깐 정신줄을 놓으신 분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분은 이전에 내게 보낸 카톡에 대답이 없어 위와 같은 말을 하셨던 거였다. 난 분명 받은 카톡이 없기에 저 카톡이 내가 받은 첫 문장이었다고 대답했고, 우리는 서로 대화방 최상단의 스크린샷을 보내며 각자의 말을 증명했다.
이런 일을 세 번째 겪고 나니, 혹 나와 대화를 나눈 분들 외에도 내게 말을 걸었다가 대답이 없어 마음 상하신 분이 계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톡이 오지 않았다는 것도 모른 채, 여린 마음이라 왜 카톡확인 안 하냐고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날 악당으로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는 분들. 원인은 모르겠지만 이런 사정으로 인해 내게 메시지가 도착하지 않았을 수 있으니 오해는 하지 마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이 시각 현재 성함 끝 자가 '솔, 수, 진, 지, 경, 준'이신 여섯 분을 제외하곤 난 모두 답을 드렸다.(저 분들께는 일부러 답을 안 드린 게 아니라, 이 매뉴얼을 작성하는 와중에 톡을 보내신 분들이라 아직 확인을 못 했다.)
자 그건 그렇고, 오늘은 며칠 내로 선택을 해야 하는 '급한 사연'들을 좀 모아봤다. 이름 하여 급사모(급한 사연 모음). 출발해 보자.
1.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는 남자.
현정아, 드라마 보면 주인공들이 대부분 백수 아니면 고위직이잖아. 그게 왜 그런 거냐면, 평범한 사람을 거기다 가져다 놓으면 이야기를 풀어갈 수가 없어. 왜? 대부분의 시간에 일을 하니까. 주말을 이용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러면 간이 못 버텨. 피곤해진다고. 며칠 전에 친척들과 잠깐 드라마를 봤는데, 그걸 보면서 친척들이 그러더라.
"일하다가 어떻게 저렇게 나가. 저러면 짤리지."
"저 집은 가난하다면서 있을 거 다 있네. 다 최신제품이야."
"쟨 회사 다니는 거 맞아? 나올 때마다 전화만 붙잡고 있네."
"저 집은 가난하다면서 있을 거 다 있네. 다 최신제품이야."
"쟨 회사 다니는 거 맞아? 나올 때마다 전화만 붙잡고 있네."
내가 현정이 사연을 읽고 든 생각이 저것과 비슷하거든.
'이렇게 연애를 해서 유지가 돼?
이러면서도 결혼자금이나 집값 마련할 수 있는 재력이 있나?'
이러면서도 결혼자금이나 집값 마련할 수 있는 재력이 있나?'
하는 거였어. 캠핑 좋고, 여행 즐겁고, 소고기 맛있지. 나도 알아. 근데 궁금한 건, 월 200 받아서 생활비 내고, 생필품 사고, 차 굴리고, 저런 연애 하고, 취미활동도 하고, 그러면서 결혼자금이나 집값도 마련할 수 있냐는 거야. 내 계산으로는 저렇게 살면 그저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가 최선이거든? 저렇게 할 거 다 하면서는, 이십대 중반부터 시작해서 십 년 가까이 모아봐야 삼사천이야. 결혼? 전셋집? 아파트? 그건 그냥 꿈이지. 현실에선 삼사천으로 반지하 원룸 월세 보증금 넣으면 남는 게 없거든.
물론 그런 와중에도 이별하면 다시 또 다른 사람과 연애는 할 수 있어. 연애를 시작하면 무리를 해 가면서도 이벤트를 마련하고 데이트를 준비하지.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 내 통장에 삼천이 있는데 이거 하나 못 지르겠어?'
하면서 무슨 패키지도 예약하고 그럴 거야. 그게 파멸로 가는 지름길인지도 모른 채 말야. 내가 보기엔 현정이 네가 딱 이쯤에 걸쳐 있었던 것 같거든. 그가 말한 과거 연인들을 보자. 그는 그녀들을 사랑도 모르는 속물처럼 말하지만, 사실 난 그녀들이 잘 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
"어머니를 모시고 살 거라고 하니까 질색해서 헤어진 적이 있다."
"집은 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서 헤어진 적이 있다."
"집은 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서 헤어진 적이 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봐.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아니다, 집이 있어야 한다/아니다의 이야기가 아니야. 현정이 남자친구의 입장에선 'Yes or No'라고 단순판단을 해서 얘기하니까 옛 여자들이 나빠 보이는 거지, 내가 보기엔 그녀들이 지극히 정상적인 선택을 한 거야. 그녀들에게 '속물'이라는 판정을 내리려면, 현정이 남자친구에게는 '대책 없는 조건부'라는 판정을 내려야 옳아.
"우리 어머니는 그간 고생만하셨고 외롭게 지내셨다. 그러니 모셔야 한다."
"내가 모아 놓은 돈이 없다. 돈이 없는 걸 이해해 줄 수 있냐, 아니면 날 버릴 거냐?"
"내가 모아 놓은 돈이 없다. 돈이 없는 걸 이해해 줄 수 있냐, 아니면 날 버릴 거냐?"
저건 효도의 도구로써 널 맞이하겠다는 얘기지. 또 인생 경영의 실패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다 이해해 달라는 얘기고. 저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를 속물이라고 말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깨달아야 하는 거 아닐까?
현정이 네가 내 여동생이라면 난 목숨 걸고 이 관계를 끊어 놓을 것 같아. 네가 연애를 하며 그에게서 들었던 건 '약속'이 아니라 '허세'거든. 연애 초기에 그가 아무렇게나 발행한 공수표만 받아온 건데, 이제 와서 그는 배 째라며 지불 능력이 없다고 말하잖아. 일 년만 기다리면 이 악 물고 준비해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지금도 배 째라는 남자를, 뭘 믿고 일 년을 기다려. 이거 무슨 신조협려 패러디야?
착각하지 마 이거 절대 낭만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아. 결혼해서 살다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며 처자식 놔두고 가출한 뒤, 떠돌이 생활하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흔한 멘트일 뿐이야. 그렇게 도망 나갔다가 성공해서 금의환향하는 사람 난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어. 슬그머니 뒷문으로 돌아와선
"인사 해. 얘가 네 이복동생이야. 앞으로 잘 돌봐줘야 한다."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현정아, 네 반평생이 걸린 일이야. 상대가 자꾸 돈 없다, 아프다, 힘들다, 고민이 많다, 괴롭다고 하니까 넌 점점 모성애와 동정까지 발휘해가며 그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지금 누가 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고 불쌍한지를 차분히 생각해 봐. 위태롭고 불쌍한 상황에 놓여있는 건, 그가 아니라 너야.
2. 상견례가 모레인데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난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인 까닭에 둘째가라면 서러울만한 '예민한 안테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쥬님(여자친구)과 카톡을 하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음…, 지금 공쥬님 기분이 이러이러한 것 같은데…. 흠….'
하는 생각을 한다. 꼭 연애에서 뿐만이 아니라, 거의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오랜만에 연락을 해온 친구와 통화를 하고 나서도,
'음…, 겉으로는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눴지만,
사실은 이러이러한 일 때문에 전화를 한 거고, 대략 이런 상황이구만. 흠….'
사실은 이러이러한 일 때문에 전화를 한 거고, 대략 이런 상황이구만. 흠….'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안테나가 보통 예민한 게 아니라서, 지인의 목소리 톤이나 멘트 하나에서 그의 감정을 읽기도 하고, 작은 표정변화나 눈의 움직임에서 말의 진위를 파악하기도 한다. 상대가 쓰는 훼이크를 금방 눈치 채며, 현재 어떤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도 빨리 알아챈다.
내 생각에,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안테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안테나를 가지고 있다는 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건 바래져가는 우정을 가림막도 없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는 단점이 될 수 있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인이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을 온 몸으로 견뎌야 하는 단점도 될 수 있다.
무언가가 망가져가고 있다는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눈만 가질 게 아니라, 그걸 고칠 수 있는 손까지 가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게도 수리, 유지, 보수에 대해서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며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그것이 버겁다고 느끼는 사람들 중에는 아예 눈앞에서 모든 것을 치워버린 사람들도 있는데, 난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아 잠깐만, 지금 일기를 쓰는 게 아니니 이 얘기는 이쯤하고.
사연을 보낸 J양 역시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이다. 그래서 남자친구의 작은 행동변화에서도 그의 마음이 변했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녀의 생각에 나도 동의한다. 그는 분명 변했다. 뜨겁게 구애를 하던 예전과 다르고, 언제나 어깨를 빌려주던 과거와 달리 J양에게 스스로의 힘으로 서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난 J양에게 이게 당연한 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남자친구만 관찰하지 말고 J양 자신에 대해서도 한 번 관찰해 보길 바란다. J양은 변하지 않았는가? 내가 보기엔 활기차고 유머러스한 초반의 모습과 달리, J양은 현재 불안해하며 남친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데?
수리, 유지, 보수의 기본은 '너'가 아니라 '나'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난 이 작업을 처음 했을 때, 내 자신이 역겹게 느껴졌다. 내가 타인이라면 나와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염치도 없이 이기적이기만 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겐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던 것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놓여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나에겐 A가 좋은 친구지만 그에겐 내가 좋은 친구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라는 가수 감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저게 내 얘기 같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작별들에 대한 절반의 책임은 내 몫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뭘 얼마나 희생하고, 양보했는가. 나는 왜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으며, 왜 먼저 주지 못 했는가. 나는 언제 한 번 관심을 표현했고, 또 언제 한 번 상대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는가. J양에게도 묻고 싶다. J양은 상대를 위해 뭘 얼마나, 언제 한 번, 왜 먼저… 했는가?
"이대로 이 결혼을 추진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무한님이 보시기엔 제 남친이, 제가 만약 잠시 방황하게 되더라도
절 잡아줄 것 같이 보이시나요?
저에게 확신이 있는 것 같아 보이시나요?
제게서 마음이 멀어지거나 애정이 식은 것 같아 보이진 않으신가요?"
무한님이 보시기엔 제 남친이, 제가 만약 잠시 방황하게 되더라도
절 잡아줄 것 같이 보이시나요?
저에게 확신이 있는 것 같아 보이시나요?
제게서 마음이 멀어지거나 애정이 식은 것 같아 보이진 않으신가요?"
J양의 남자친구가 괜찮은 남자라는 얘기는 해 줄 수 있지만, J양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확답해 줄 수가 없다. 그가 아무리 좋은 남자라고 해도 J양이 바보처럼 굴면 바보취급을 하게 될 수 있고, J양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J양을 귀찮아 할 수 있다. 또 J양이 방황한다며 상대를 팽개쳐 버리면 그 역시 J양을 팽개칠 수 있으며, J양이 그에 대해 의심을 하면 그 역시 J양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할 수 있다. 전자제품에 비유하자면, 고장이 꼭 '제품이상'이 아니라 '고객과실'로 인해서도 일어날 수 있단 얘기다.
작년에 헤어진 한 커플의 사연을 보자. 둘은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 거의 모든 경비를 남자가 부담했지만, 여자가 즐거워 한 까닭에 남자는 전혀 돈이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이틀째 되는 날, 일정이 밀려 '가기로 했던 관광지에 가느냐, 아니면 그냥 패스하고 숙소로 돌아가느냐'를 두고 갈등이 벌어졌다. 그러던 중 여자가 극단으로 치달아 "나 혼자라도 가서 보겠다. 그리고 그거 보고 난 한국으로 알아서 돌아가겠다."라며 막무가내로 가 버렸다. 남자가 급히 자신의 주장을 굽혀도, 이미 감정이 상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둘은 다시 만나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뒤 남자는
'내가 왜 이 연애를 하고 있나?'
'여자친구에게 난 어떤 존재인가?'
'왜 내가 잘 하면 잘 할수록 그녀는 더 멋대로 구는가?'
'그녀가 좋은 여자가 아닌 것은 아닐까?'
'나중에 같이 살아도 난 늘 불안해하며 그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건가?'
'여자친구에게 난 어떤 존재인가?'
'왜 내가 잘 하면 잘 할수록 그녀는 더 멋대로 구는가?'
'그녀가 좋은 여자가 아닌 것은 아닐까?'
'나중에 같이 살아도 난 늘 불안해하며 그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건가?'
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그녀와의 이별을 택했다.
"오빠는 과연 제가 오빠 손을 놓아도, 제 손을 잡을까요?"
난 참 답답하다. 폰에 비유하자면 폰을 그냥 쓰면 되는 건데, 그걸 굳이 "폰을 아파트 2층에서 떨어뜨려도 멀쩡할까요? 액정 정도만 깨지고 사용할 수는 있을까요? 아니면 아예 먹통이 될까요?"라고 묻는 느낌이랄까. 그럼 반대로도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J양은, 남자친구가 J양의 손을 놓았을 때 J양이 먼저 다시 그의 손을 잡을 수 있는가? 그가 흔들릴 때 잡아줄 수 있는가? 그럴 경우 J양은 '오빠의 마음이 저것 밖에 안 되나 보다.'하며 깊은 좌절의 늪에 빠질 것 같은데, 아닌가? J양의 남자친구 역시 사람이다. 맞으면 아프고, 밟히면 불쾌하고, 팽개쳐지면 슬프다. 그가 강철로 만들어진 로봇이 아닌 이상 그도 똑같이 J양처럼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 그가 견딜 수 있을 것 같냐고 묻기 전에 그에게 상처 입히지 않도록 먼저 조심하길 권한다.
하나 더. 상대가 문제를 풀 수 있게 힌트를 주자. 아무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정답을 맞추라고 요구하는 건 고문이다. 그 고문으로 인해 해마다 셀 수 없이 많은 커플들이 헤어진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처음엔 엎드려 절 받는 느낌이 들어도 가르쳐줘야 한다. 힐을 한 번도 신어본 적 없는 남자에게 힐 신으면 오래 걷기 힘들다는 걸 알려줘야지, '내가 발 아프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 게 잘못인데, 그걸 깨닫나 못 깨닫나 보겠어.'라며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하고 있으면 방법 없는 것 아닌가. J양의 남자친구는 이전에 J양이 한 번
"오빠, 이럴 땐 그냥 날 좀 토닥토닥 해줬으면 좋겠어.
오빠가 나 잘 되라고 하는 얘긴 건 알겠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니 오빠한테까지 혼나는 기분이야."
오빠가 나 잘 되라고 하는 얘긴 건 알겠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니 오빠한테까지 혼나는 기분이야."
라고 이야기 하니, 그 이후로는 변하려고 노력했고 또 정말 많이 변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하면 된다. 세상의 그 어떤 관계든 수리/유지/보수 하지 않고 평생 그대로인 관계는 없으니, 고장 날까 두려워 멀리 두지 말고 가까이 둔 채 닦고, 조이고, 기름 치길 바란다. 상견례 잘 마치신 뒤 신혼여행 다녀오실 때 내 선물 사 오는 거 잊지 마시고.(응?)
끝으로 "이 사람이 나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맞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착각한 걸까요?"라는 사연을 보낸 W양에게는,
"그 남자 분이 '여지'라는 씨앗을 뿌려 오해라는 작물을 기르는,
전문 농사꾼 같습니다."
전문 농사꾼 같습니다."
라는 대답을 해 드리고 싶다. 여기저기 여지를 엄청 뿌려두어 가까운 밭에는 더 뿌릴 수가 없으니, 이제 먼 곳까지 원정을 와서 뿌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한 모든 행동은 W양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그냥 이성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는 게 습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살갑게 굴어 자기 오갈 길만 터놓는 남자라고 할까. 인맥관리와 처세의 영역에서 보자면 훌륭한 방법이지만, 끝이 좀 더럽다. 특히
"호감이 있었는데, 네가 금방 마음을 열지 않아서 호감이 식었다."
라고 둘러대는 부분이 구질구질하다. 저건 가능성만 남겨놓고 "자, 이제 재롱을 좀 부려봐. 재롱이나 보자."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말이다.
W양이 헛발질을 한 부분도 있긴 한데,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내가 보기엔 그가 W양이 헛발질을 하든 말든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훗날 그가 그걸 '구실'로 내밀었기에 W양이 긴장한 듯 보이는데, 그건 그냥 구실을 대기 위한 핑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난 W양에게, W양은 그가 심심할 때 사내 메신저로 내 자랑, 내 얘기, 내 철학을 주제로 수다 떨 직장동료 인 것 같다는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나도 참 이런 얘기 하기 싫었지만, 앞으로 그가 '가능성'만 남겨 둔 채 W양을 희망고문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양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흘리고 다니는 남자 뒤쫓으며 인터뷰 하는 건 오늘부로 그만두길 권한다.
▲ 액션만 취하는 것에 속지 마세요. '그런 척'인지 정말 '그런 것'인지는, 길게 보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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