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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엄마가 헤어지고 여교사 만나랬다는 남친

by 무한 2014. 3. 18.

사랑타령 쉽지요. S양이 남친과 싸울 때 한 얘기를 봅시다.

"난 오빠랑 빨리 결혼하고 싶었고,
오빠랑 빨리 같이 살고 싶었고….
난 정말 오빠 철석같이 믿고 있었어."



결혼 좋지요. 믿음도 좋고요. 근데 S양 결혼할 준비는 다 해두셨습니까? 오빠가 다 알아서 해주거나 집에서 도와줄 건데 뭐하러 준비 하냐고요? 그러면 혹시 직업은 가지고 계십니까? 없으십니까? 그러면 직업 말고 수입이 생길만한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그것도 없으십니까?


1. 상대가 괜찮은 남자가 맞다면, S양은?


S양의 사연을 읽다보면 좀 신기합니다.

"저에겐 그가 시험에 합격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의 공부와 관련된 배경도 좋았으니까요.
또, 그는 제가 사람을 잘 봤다고 생각할 정도로 성실히 공부했습니다.
지금 그는 합격했고, 제가 잘 본 게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공부 열심히 하고 성실히 사는 건 알겠습니다. 그건 잘 알겠는데, 그럼 S양은 어떠십니까? 아, S양이 남친에 대해 설명하다가 

"물론 이 사람이 피시방 알바를 하고 있었다면 저도 마음이 가지 않았겠죠."


라고 하신 것 혹시 기억하십니까? 저걸 반대로 적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상대가 S양을 바라봤을 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S양은 그에게 사랑스럽고, 지켜주고 싶고, 얼른 결혼해서 함께 살고 싶은 그런 여자로만 보일까요? 정말 죄송한 얘기입니다만, 혹시 상대가 S양을 봤을 때

'무직, 술, 게임, 게으름.'


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를 거라는 생각은 해보신 적 없으십니까?

얼마 전 제 지인 하나가 헤어졌습니다. 이유는 여자친구의 무분별한 생활이었습니다. 그의 여자친구는 술도 좋아하고 술자리의 분위기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해에도 몇 번씩 직장을 옮겨야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술을 많이 마신 날엔 전화기를 꺼두고 잠수타거나, 핑계를 대고 늦은 출근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도 처음엔 뜨겁게 불타올랐습니다. 같이 있는 것도 좋고, 또 술 마시는 것도 좋으니, 둘은 거의 매일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그때도 그녀의 무단결근과 지각이 문제가 되긴 했는데, 당시 제 지인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둘이 너무 사랑하는 까닭에 벌어진 일시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는 그녀가 직장을 옮길 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쓰는 것도 도와주고, 구인사이트에 들어가 일자리를 알아봐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귀다보니, 그게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정신을 차린 지인이 술자리를 줄이고 그녀를 채근했습니다만, 그러면 그녀는 또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습니다. 그녀도 나름 노력을 하긴 한 것 같습니다. 그녀도 그의 눈치를 보며  

"정말 딱 맥주 한 잔만. 1시간 내로 들어갈게요♥"


라는 이야기를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자제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그녀는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못하고 새벽까지 달리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녀는 다음 날 속이 너무 아프다며 앓는 소리를 먼저 해 지인이 잔소리 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고, 또 일찍 들어갔는데 배터리가 없어서 연락을 못한 거고 술과 상관없이 늦잠을 자서 회사에 늦은 거란 변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얼버무리면 얼렁뚱땅 넘어가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근 1년 간 그녀의 생활방식을 본 지인은 그녀에게 '불합격'이라는 최종통보를 내렸습니다.

남자도 이렇듯 여자를 봅니다. 그녀가 어떤 성품을 가지고 있는지, 비전이 있는지, 함께 살면 행복할 것 같은지에 대해 고민을 합니다. 때문에 S양이 "이 남자 100점."이라는 평가를 내린 뒤 그를 골랐다 하더라도, 그가 S양에게 '20점'이라는 점수밖에 부여하지 않으면 헤어질 수 있는 거랍니다. 그러니 상대만 평가하지 말고, 같은 기준에서 S양을 평가해 보시기 바랍니다. '무직, 술, 게임, 게으름.'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남자에 대해 S양이 내리는 평가를, S양 스스로에게도 내려보시길 바랍니다.


2. e-편한 여자.


제가 S양의 사연을 읽다가 울컥했던 부분은, S양이 게임 아이템을 팔아 남자친구에게 선물을 해주려던 장면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오버랩되면서 애틋했습니다. 그 왜, 여자는 머리카락 팔아 남자 시계 줄 사고, 남자는 시계 팔아 여자 머리핀 사는 이야기 있지 않습니까.

S양의 그 마음이 참 아름답기는 한데, 전혀 지혜롭진 않습니다. S양 나름으로는 현재 얼마쯤의 돈을 쥘 수 있는 게 게임 아이템을 파는 것이었겠지만, 그걸 밖에서 보면 살짝 폐인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상황을 뒤집어 생각해 봅시다. 무직인 남자친구가

"나 오늘 방패랑 검 팔려고. 자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갖고 싶은 선물은?"


이라는 얘기를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실 것 같습니까? 그 마음이 기특해 마냥 즐거울까요? 아니면 대책 없이 아직도 게임하며 무기 매매 하고 있는 그 모습에 한숨을 쉬게 될까요?

"저는 이 남자가 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기에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저 역시 사연을 읽으며 S양 같은 여자는 찾아보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데이트비용의 80%를 부담하고, 서울에서 남자친구가 사는 전주까지 내려가 만나며, 그에게 생일에 만 원 짜리 선물 하나 받지 못해도 다 이해하고 퍼주는 여자. 보통의 여자라면 "이게 연애냐, 봉사활동이냐?"하며 진작 때려치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S양은 그가 하는 

"우리 결혼하면 아이는 몇 명 낳자."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너처럼 애교 있는 여자를 좋아하실 거다."
"결혼하면 집안일은 내가 하겠다."
"우리 집안에 딸이 없어서 너는 사랑 받을 것이다."



등의 말을 동력으로 삼아 열심히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S양은 그에게 점점 더 'e-편한 여자'가 되었습니다. S양이 내려오면 그가 터미널 앞에 모텔을 잡고 거기서 하루를 보낸 뒤 다음 날 S양을 서울로 올려 보내도 S양은 이해했고, 또 시험 준비 중이라 수입이 없다는 핑계로 생일이나 기념일 등을 그냥 넘겨도 S양은 다 이해했습니다. S양은 이걸 다 '그가 내 마지막이니까'라는 생각에 벌인 일이지만, 그러는 동안 S양은 그에게 그냥 '쉬운 여자'가 되고 만 것입니다.

남자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혼자 연애를 잘 이끌어가는 여자. 혹시 제가 "자동차 수동기어에는 손 갈 일 많지만, 자동기어에는 손 갈 일 별로 없다."라고 한 말을 기억하십니까? S양이 그에게 '자동기어'같은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그 남자.
 

S양이 겨우 이런 남자에게 매달려 저런 헌신을 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손발이 저려 옵니다. 이게 그가 가리키는 손끝만 보고 있을 땐 안 보일 수 있는데, 밖에서 보면 보입니다. 제가 아래에 적어둘 테니, 밖에선 그가 어떻게 보이는지 S양도 한 번 '타인'이 되어 그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그는 모든 보상을 계속 나중으로만 미룹니다. 그런데 그 나중은 도대체 언제 올까요? 시험이 끝난 다음에? 현재 시험은 끝났고 그는 합격했습니다. 합격 후 그는 또 뭐라고 미루고 있습니까? 지금은 경제력이 하나도 없으니 '경제력이 뒷받침 될 때' 모든 보상을 해주겠다며 미루지 않습니까? S양이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자 그는 또 교묘하게 빠져나갑니다. 집안 핑계를 대죠. 본인 집안에 일이 있어 어수선한데 지금 이런 얘기로 더 힘들게 해야 하냐며 대화를 미룹니다.

그가 S양을 진심으로 생각하는지도 사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필요할 때 S양을 호출할 뿐입니다. 주말에 S양의 집안 행사가 겹쳐 그에게 못 가게 되었을 때, 그는 이해하는 척 하면서도 실망했다는 것을 계속 드러냅니다. S양이 집안 행사를 뒤로하고 자신을 만나러 내려오도록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며 따라가다 보면 그게 '못 만나는 게 너무 아쉬워서 하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그는 여러 액션을 취해가며 결국 S양이 자신을 보러 내려오도록 만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다음 주에 보자."라고 했다가도 "나도 그럼 그냥 주말에…."라는 말을 다시 꺼내 S양을 자극합니다. 그럼 S양은 거기에 넘어가 그가 의도한대로 움직이고 말입니다.

또 그는, 진실성이 없이 계속 변명에 변명으로 회피하다보니, 나중엔 누가 얘기를 먼저 꺼냈는지도 모른 채 괴상한 말까지 하고 맙니다. '부모님의 반대'이야기를 꺼냈던 부분을 보시기 바랍니다.

"나도 다 말씀 드렸지.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교사 만나래."


그가 S양의 '책임론'에서 도망치기 위해 꺼낸 '부모님의 반대'라는 핑계입니다. 자신이 발행한 공수표에 대해 "내가 그걸 지불하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부모님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지불하지 못하는 거다."라며 그는 저 말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S양이 그가 했던 달콤한 말들(부모님도 S양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신다는 뉘앙스의 말들)을 지적하니, 그는

"자꾸 부모님 들먹거리지 말자.
자기 때문에 내가 우리 부모님 싫어하지 않게 해주라."



라는 괴상한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말인지 막걸린지 알 수 없는 저 괴상한 얘기에 대해 S양은 다시 지적합니다. 물러설 곳이 점점 좁아지자, 그는 아예 적반하장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나도 노력하고 있어. 자긴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건데?"


라며 말입니다. 정말 시간이 아깝습니다.

"내가 한 말들, 약속들 지킬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연락할게. 그때 만나주라."


지금까지 자신이 한 약속들을 하나도 지키지 못한 그가 남긴 또 하나의 약속입니다. 저 말 믿고 기다리시겠습니까? 정말 저 말 믿고 기다리면 그가 뭐든 다 해주는 집에 들어가 앉아 그의 헌신을 받으며 카톡 게임이나 하면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겁니까? 그렇다면 저도 같이 기다리겠습니다.(응?)


결혼이라는 게, 부모님과 남친의 바톤터치가 아닙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받던 용돈을 남친에게 받게 되고, 부모님으로 부터 받던 보호를 남친으로부터 받게 되는 게 아니란 얘깁니다. 결혼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여자는 남자에게 짐이 될 뿐입니다.

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여자는 '달콤한 말을 앞세워 다가오는 남자'에게 그저 연애나 생존의 도구로 사용되다가 버림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 신문 사회면을 보면 '혼인빙자'라는 제목을 단 소식들이 종종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 열심히 노력해주면 나중에 어떤 보상을 해주겠다는 얘기는 사기이거나,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야기 일 뿐입니다. 실제로 그런 마음을 품은 채 약속을 했다가도, 일방적인 관계가 굳어져, 돕지 않아도 혼자서 다 잘 하는 여자에게 그런 보상을 해줄 필요를 못 느낄 수도 있고 말입니다.(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게 사람인지라, 보상을 약속하고 호의와 헌신을 받을 땐 좋았지만 갚아야 할 때가 되니 아까워져서 그냥 관계를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부터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여자'로 한 번 살아보시길 권합니다. 그냥 주저앉아서 카톡 게임하며 하트만 보내고 있거나, 남들 다 따는 운전면허 따는 일을 가지고 '큰일 했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말입니다.

지난 달 이맘때쯤 앱스토어에서 1위를 달리고 있던 게임을 개발자가 자진 삭제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하루 5만 달러의 수익을 내는 그 게임을 장터에서 지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이 게임을 쉬는 동안 짬짬이 하는 게임으로 디자인 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사람들에게 중독성 있는 게임이 되어 버렸다.
나는 이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난 이 게임을 영원히 삭제할 것이고, 누구에게도 이 게임을 팔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게임과의 표절논란도 있었던 까닭에 저 이유 하나만으로 내린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여하튼 폰을 붙잡고 하는 그 게임이라는 게 사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S양이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S양의 카톡대화에선 상대와 대화를 하다가도 게임하러 갑자기 사라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좋은 시절을 아무 것도 아닌 그 게임 하느라 다 흘려보내진 마시기 바랍니다. 별 생각 없이 그렇게 삶을 소비하고 있는 여자의 내년은, 기대되는 게 전혀 없으니 말입니다.




"그럼 준비가 되면 돌아오겠다는 얘기는 왜 한 거죠?" 무진단 무심사로 가입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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