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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연인의 의무'를 말하다 매번 헤어지는 여자 외 1편

by 무한 2014. 8. 22.

'연인의 의무'를 말하다 매번 헤어지는 여자 외 1편

어제 비가 그치고 혹 무지개가 뜰까 해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안타깝게도 기다리는 동안 무지개는 뜨지 않았다. 지난주엔가 쌍무지개가 떴을 때, 집까지 달려가 카메라를 가져오는 동안 무지개 하나는 사라지고 다른 하나는 희미해져 버린 까닭에, 이번에는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가 찍으려고 했는데 무지개가 나타나질 않았다. 저번에 찍어둔 무지개 사진을 일단 한 장 투척할까 한다.

 

 

오늘부터 며칠간 또 비가 왔다 그쳤다 하는 날씨가 이어진다고 하니, 독자 분들께서는 비가 막 쏟아지다 잠깐 그쳤을 때, 하늘에 무지개가 떴나 안 떴나 한 번 살펴보시길 바란다. 별 거 아니지만 보고 나면 기분이 참 좋으니 말이다. 자 그럼, 금사모 출발해 보자.

 

 

1. '연인의 의무'를 말하다 매번 헤어지는 여자.

 

S양에겐 오늘부로 '커플 뭐뭐뭐'같은 SNS나 어플 등은 다 지우길 권해주고 싶다. 사연을 읽으며 난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S양의 멘트를 보자.

 

"그리고 XXX도 남기고 잤으면 좋겠어.

댓글도 안 달고, 이번 달은 나만 메모하고.

무관심이 사랑표현일 수는 없어."

 

둘의 친목을 위해 시작한 일들이 둘에게 스트레스만 줘서야 되겠는가. 이건 마치 두 사람이 커플이 된 것을 기념하려 기념일 여행을 떠났다가, 숙소도 미리 안 알아 놓고 시간계획도 잘못 짰다고 서로 다투는 일과 같으니 그만두길 바란다. 그런 거 없이 그냥 만났으면 재미있게 잘 지낼 것을, '연인이니까 연인들이 한다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하고 정해서 서로를 피곤하게 만들지 말자.

 

특히 뭔가를 매일 한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다들 일기나 독서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며, 매일 영어단어나 한자를 몇 개씩만 외워도 일 년이면 놀랄 만큼의 단어를 알게 된다는 걸 알지만, 정말 그렇게 사는 사람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지 않은가. 운동이나 보험료 납입도 마찬가지라, 헬스클럽이나 보험회사의 주수익이 '등록이나 가입하곤 흐지부지 되는 회원들'에게서 나온다는 말도 있고 말이다.

 

고백하자면 나도, 공쥬님(여자친구)과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같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려 했다. 유치원생 수준의 그림실력이라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긴 했는데, 여하튼 그렇게 둘이 사생 대회하듯 돗자리 깔고 야외에서 그린 그림을 나중에 다 모아서 우리 둘의 집 벽면을 장식하려 했다. 하지만 네 번 정도 하고는 일시정지 상태로 현재 3년 정도 지나고 말았다. 그 이후에 공쥬님과 함께 다짐하거나 계획했던 것들도, 자꾸 수정하거나 바꾸며 지내는 중이다. 내가 저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는 것'을 사랑의 척도라 생각하며 공쥬님에게

 

"너랑 난 처음엔 함께 그림도 그리곤 했지만,

지금은 스케치북이 어디있는지도 모르지.

변했어. 예전에 그렇게 열정적으로 함께했던 모습이 우리에겐 없어.

내가 전에 그림 그리러 가자고 했을 때,

넌 귀찮은 듯 그냥 자전거 타자고 했지.

우리 처음 사귈 때 같았으면 절대 안 그랬을 텐데 말이야."

 

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꼭 전과 똑같이 않아도, 변했으면 변한대로 우리는 사랑한다. 예전의 우리는 기념일에 둘이서만 맛있는 거 먹고 그랬지만 지금은 기념일에 수산시장에 가서 회를 떠다가 가족들과 같이 먹기도 하고, 예전의 우리는 꽃이나 액세서리 등을 선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구입해 같이 하며 논다. 중요한 건 우리가 여전히 함께라는 거지, 예전과 똑같냐 아니냐가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S양이 한

 

ⓐ넌 이제 내가 네 옆에 있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신경 쓰지도 않으며 막 대해.

ⓑ내가 이런 얘기 꺼내면 항상 헤어진다는 얘기 꺼낸다 생각하면서

헤어지자고 말 꺼내는 것도 너잖아.

 

라는 얘기 역시, S양이 마음대로 한 '속단'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 말에 대한 상대의 대답을 보자.

 

ⓐ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

데이트 아홉 시간 하고 집에 반나절 만에 왔으면, 좀 쉬어도 되는 거 아니야?

ⓑ네가 다짜고짜 힘들어 죽겠으니 못 만나겠다고 얘기 꺼내는데,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이유라도 설명을 하든가.

 

섭섭함의 안경을 끼고 상대를 보면, 섭섭한 것만 보게 되는 법이다. 상대에게 전혀 섭섭할 게 없는 내 입장에서 보자면, 상대는 S양과 아홉 시간의 데이트를 하고 왔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도 연락했으며, 도착해서도 문제없이 연락을 했다. 이 정도면 섭섭해 할 게 없을 것 같은데, S양은 '거기까진 괜찮았지만 그 이후에 더 연락을 안 한 것'을 문제 삼아

 

"나 못 버티겠어. 다른 걸 맞춰나갈 용기도 여력도 없는 것 같아."

 

라는 말을 하고 만다. 난, 이건 보통의 사람이라면 맞춰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S양은 엄마가 안 보이면 바로 울음부터 터트리는 아이처럼, 24시간 관심과 사랑을 요청한다. 그게 S양의 사랑법이라 말하며 상대보고 '서로 맞춰가야 한다'는 말도 한다. 더불어 상대가 저 말을 듣고는 "저게 헤어지자는 말 아니냐."라고 말하자,

 

"왜 여력이 없고 왜 용기가 없는지 물어보는 게 대화 아닌가?"

 

라고 대답한 것은, 같이 밥 먹다가 갑자기 가겠다고 일어나 놓고는

 

"내가 일어서서 간다 했다고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내가 왜 지금 화가 나서 일어서는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이렇듯 오로지 '내 감정, 내 기분'만이 가장 우선 되어야 하는 S양의 사랑법이, 상대의 마음을 식게 만드는 거라 나는 생각한다. 상대가 24시간 나를 보살피는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 생각을 내려놓지 않으면, S양의 연애는 계속 험난할 것 같다. S양은

 

"연락 문제로 다퉈도 그 문제에 조심하지 않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여기서 보기엔 S양이 화내며 강요해 놓고는 왜 내가 하라는 대로 또 안 하냐고 혼내는 것에 가깝다. 상대를 내가 원하는 대로 완전히 개조시키려 하지 말고 그냥 좀 만나보면 안 될까? 일반적인 사람의 그것보다 훨씬 엄격한 S양의 '연인의 의무', 그리고 그것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를 사랑의 척도로 생각하는 S양의 태도, 이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2. 남친이 돈을 안 쓰는 장거리 커플.

 

이십대 초중반인 이 커플은, 남친이 지방에 사는 까닭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올라온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A양이 남친의 교통비를 생각하며 데이트비용을 지불하다보니, 어느새 그게 당연시 되어 A양이 허리 휘겠다며 도와달라고 보낸 사연이다.

 

이건, 남친이 뭐라고 하든 간에 커플통장을 만드는 게 답이다. A양의 제안에 남친은 그런 걸 뭐하러 하냐며 그냥 릴레이로 내자고 답했는데, 그래놓고는 제대로 돈을 내지 않는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지는 않고, 정말 돈이 없기에 장미를 줘도 한 송이, 촛불이벤트도 향초 하나로 하는 것 같다.

 

"남친이 장미 한 송이를 줘도 전 좋아요.

그런데 꽃을 주며 말을 좀 의미 있게 했으면 좋겠는데,

꽃다발 주려 했지만 한 송이에 천원이라 한 송이 샀대요.

촛불 이벤트 할 때도 그랬어요.

원래는 하트로 만들어서 해주고 싶었는데,

초가 하나에 이천원이라 하나만 샀대요.

왜 끝에 가서 저런 멘트를 하고 마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건 남친이 모태솔로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모태솔로부대원들 중에는

 

"마음에 들어? 이거 한국에서 사면 십만 원인데,

외국 사이트에서 이벤트 할 때 이만원에 산 거야. 배송비도 무료고."

 

라며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선물을 줘 놓고도 김빠지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고 신동품이라 새 거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말이다. 그들은 '내가 이렇게까지 싸게 물건을 잘 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한 말이겠지만, 선물에 감동했던 이쪽은 그 말을 듣자마자 감동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가르쳐 주자. 그것 말고는 답이 없다. "난 자기가 이럴 때 이렇게 말해주면 더 좋을 것 같아."라는 요청을 하면 남친은 잘 할 것이다. 이게 엎드려 절 받는 느낌이 들긴 하겠지만, 알려주지 않으면 계속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될 테니 지금이라도 알려주는 게 좋다.

 

데이트비용 문제의 경우, 이것 때문에 헤어질 생각까지 하느니 어떻게든 남친을 설득해 둘이 한 달에 십만원이든 이십만원이든 넣고 쓰는 게 분명 낫다. 또, A양은 남자친구가 돈 때문에 망설이는 게 싫어서

 

"내가 살게. 가자."

 

라는 이야기를 하고 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러다 보면 지금처럼 A양마저 돈에 쪼들리는 생활을 하게 될 수 있다. 남친은 그것에 길들여져 점점 A양이 계산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고 말이다. "자기는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차비도 들잖아. 그러니까 내가 살게."라는 식으로 말해 그가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게 만들진 말길 권한다. 마음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남친이 교통비로 돈을 쓰니 식비 삼만 원 나왔을 때 이쪽에서 이만 원 내는 것까지는 배려라고 할 수 있지만, 이쪽에서 삼만원 다 내고 아이스크림까지 사는 건 상대를 무감각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상황에 따라 '조금 더 부담'은 하더라도, '전부 다 부담'은 하지 말자. 그가 극구 '커플통장'을 반대하면, '더치페이'로 진로를 바꿔보길 바란다.

 

 

세 번째 사연을 다루다가, 이건 짧게 적을 수 있는 사연이 아니라 다음번에 오답노트로 발행하고자 따로 저장해 두었다. 다른 사연으로 대체하기엔 오후에 잡아 놓은 약속 때문에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오늘은 두 사연만 다룰까 한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다. 난 어제 하루 종일 택배를 기다리다 잠들었다. 그 물건이 빨리 와야 조명을 제작할 수 있는데, 분명 배송중이라고 쓰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지 않았다. 안 그래도 바쁜 택배기사님을 번거롭게 할까봐 전화를 안 했는데, 조금 전

 

"택배 어제 경비실에 맡겨 놨습니다."

 

라는 문자가 왔다. 하 미운 사람.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해 주는 건지. 난 또 여린 마음이 발동해 귀찮게 할까봐 전화도 안 했는데…. 조명을 완성하고 나면 꽃을 사러 가야 하는데, 경기도 일산 농수산물센터의 도매 꽃집 말고 싱싱하고 저렴한 꽃을 파는 곳이 또 있으면 댓글로 공유 좀 해주시길 부탁드린다.(선물할 게 아니라 촬영용으로 쓸 거라 포장은 필요치 않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꽃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에 많이 구입할 게 아니라 소량으로 여러 번, 자주 구입할 거라 일산/파주 이외의 지역은 곤란합니다.)

 

"무한님 혹시 꽃꽂이 하시는 건가요?"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농담이고, 꽃으로 뭘 했는지는 작업이 완료되고 나면 노멀로그를 통해 공개 할 예정이다. 그럼 다들 즐거운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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