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친구의 여자친구의 사촌언니의 애완견, 그러니까 사연을 말하자면 너무 복잡하고, 아무튼 이런 저런 연유로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
1.
강아지 이름은 "간디". 이전 이름은 사슴을 닮았다 하여 "밤비"였으나, 사슴보다는 간디를 더 닮은 외모로 인해 간디로 확정. 사실, '포세이돈'이나 '아프로디테', '록희', '나하리모 요시꼬', '마흐 압둘자하', '히드라 박' 등의 이름으로 고민하였지만 이미 이전 이름인 "밤비"에 익숙해 있는 듯 하기에, 발음이 비슷한 "간디"로 개명. 그래서인지 간디가 나를 쳐다 볼 때마다,
"사료를 내 놓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라는 느낌.
2.
엄마는 늦은 밤 주섬주섬 뭔가를 챙겨 나가는 나를 보고 '무슨 일인가가 일어난다'는 걸 눈치 챘지만, 난 강아지를 데려오기 전까지 '내가 불면 조국이 위태롭다.'는 정신으로 함구했다. 엄마가 잠든 시간에 맞춰 강아지를 데려왔지만 바다닥 바다닥 거리며 뛰는 소리에 엄마가 깨었고, 엄마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처럼,
"내가 못살아."
3.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는 중간 중간, 내 방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물고와 확인을 받으려는 녀석 덕분에 오늘의 글 발행은 포기했다. 지금 녀석이 잠시 잠자는 틈을 타 몰래 글을 쓰고 있다.
"앉아."
"기다려."
"먹어."
"얼음."
"점프."
"빵."
"달려."
"가자."
등을 가르쳤으나, 아직 이해 못하는 듯 보인다.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니 "사료로 유혹해서 가르쳐."라고 하던데, 사료만 보면 가르쳤던 것은 다 생략하고 달려든다.
4.
'6월 24일이 생일이라고 하니, 아직 어려서 그렇겠지.'라는 생각으로 '강하게 키우기 프로젝트'는 잠시 미루고 둘이 사진이나 찍으며 놀았다. 전 주인이 의류쇼핑몰 대표 겸 모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카메라를 보자 다양한 포즈를 잡는다. '이게 뭐지?'의 느낌으로 카메라로 달려들기만 하는 다른 개와는 달리 45도로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기도 하고, 처량한 눈을 해서 렌즈를 쳐다보기도 한다.
많이 놀았으니 다시 훈련을 좀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치우니, 방금 전의 모델포즈는 사라지고 그저 품 안으로 파고든다. 신문지를 말아 바닥을 치며 군기를 잡으려고 하니, 녀석은 저 멀리 도망가 한 손을 들고 이렇게 외친다.
"비폭력."
뭔가 당하는 느낌이다. 위의 저 사진도 자세히 보면 나를 비웃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5.
아 얘 또 깼다. 매뉴얼은 내일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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