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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헤어진 옛 애인, 다시 만나도 될까?

by 무한 2010. 12. 15.

라디오를 듣느라 잠 못 이루던 취미가 있을 무렵, 보들보들한 목소리를 가진 아나운서 DJ의 이런 멘트를 들은 적이 있다.

떠나간 옛 애인이
잘 살면 배가 아프고 
못 살면 가슴이 아프고 
다시 만나자고 하면 골치가 아픈 법이랍니다.

 

가끔, 옛 애인 때문에 갑상선이나 고관절이 아프다고 하는 대원들이 있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아무튼, 옛 애인의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와 관련된 사연이 많은 것을 보면 분명 골치가 아프긴 한 것 같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다가오니 '옛 애인'에 대한 사연도 급증하고 있다. 행복했던 그 시절이 자꾸 생각나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다는 사연부터, 이별 후 겨우 정리해 놓은 마음이 옛 애인의 뜬금없는 문자 하나로 다시 우르르 무너졌다는 사연까지 다양한 '옛 애인'이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골치 아픈 일에 대해 친구나 지인에게 조언을 구해 보지만, 주변의 "야, 깨진 유리컵은 다시 붙여도 또 깨져."라는 비관주의자와 "아직 마음이 남아 있으니까 연락했겠지. 일단 만나서 얘길 나눠봐."라는 낙관주의자, 그리고 "걔 뭐냐? 진짜 짜증난다. 야, 마셔."라는 향락주의자 때문에 골치는 더 아파지기 마련이다.

부킹대학 캘리포니아 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이별한 사람 중 82%는 '재회'를 꿈꾼다고 한다. 자, 골치를 썩고 있을 그 82%의 대원들을 위해 오늘은 "헤어진 옛 애인과의 만남"에 대해 살펴보자.


1. 몸 따로 마음 따로를 주의하자



헤어진 옛 애인을 다시 만난 대원들 중 대부분의 대원들이 겪는 문제가 '마음의 재회'와 '몸의 재회'의 시차 때문에 발생한다. 이별은 몸의 상처가 아닌 마음의 상처다. 마음의 상처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곤, 그저 성한 몸으로만 연애를 시작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통증을 호소하는 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불신'이나 '불안'으로 불리는 그 통증 말이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안고 시작된 '재회'는 결국 '몸의 연애'만 남기 마련이다. 몸은 전처럼 아무 이상 없이 연애를 하지만, 치유되지 못한 마음은 계속 제자리를 맴돈다. 하지만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마음의 상처는 상대의 '약속'이나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한 증명으로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마음이야 어떻든 간에 그저 몸의 연애만 바라는 상대가 아니라면, 다시 둘의 단단한 기둥을 만드는 것에 힘을 보탤 것이다.


2. 기회를 위한 준비는 되었는가


호소는 쉽다. 추억을 기반으로 한 그리움의 표출도 쉽다. 미련을 내 보이거나, 반성문 쓰듯 앞으로의 다짐을 전달하는 것 역시 쉽다. 그건 마치 중간고사를 며칠 앞두고 "아, 정말 2주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것 다 접어두고 시험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어 찾아온 기말고사, 역시 똑같은 '되돌려 타령'을 자진모리 장단에 맞춰 부른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다시 만난 커플들은 사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연애 수습기간'을 갖게 된다. 똑같이 일하는 데 월급은 작고, 이거 계속 다닐 수는 있는 건지 나오라고 하지 말라는 건 아닌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그런 기간 말이다. 이 시기엔 정장을 입고 마라톤을 하는 기분이 든다.

정장을 입고 마라톤을 하니, 쉽게 짜증이 나고 금방 불편해지며, 내가 하려던 마라톤은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다.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속도는 붙지 않고 지루하다. 그러다 결국 또 안녕. 이번엔 성격차이도 아니고 습관으로 인한 것도 아닌 걸 보니 결국 '인연 타령'을 부르게 된다.

"우리는 인연이 아닌가봐."

부킹대학 후쿠오카 연구소에서는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인연설'에 관심이 깊다."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낚시를 좋아한다는 후쿠오카 연구소 소장 미끼사와(68세, 솔로)씨는 "날로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움이나 미련만을 기반으로 한 재회는 분명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사고가 난 차를 며칠 세워 뒀다가 다시 탄다고 해서 브레이크 문제가 없어지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 문제는 브레이크를 손봐야 해결될 수 있다. 감정에 의지한 호소가 아니라, 재회를 위한 준비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3. 만나지 말길 권하고 싶은 경우들

 

가끔 "그 사람이 절 아직도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하며 '옛 애인'에게 연락하겠다는 대원들이 있다. 이건 뭐 '옛 애인'을 상대로 인기투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대체 왜 그리 잔인한 짓을 저지르려 하는지 모르겠다. 뜬금없이 연락해온 '옛 애인'이 "아직 나 사랑해?"따위의 이야기를 한다면, "거울 앞에 서서 주먹을 쥐어 내밀고, 가운데 손가락을 펴봐."라고 대답해 주자. 상대는 '연애'가 아닌 '손해보지 않는 거래'가 하고 싶은 거니 말이다. 

그 외에 현재 사귀고 있는 애인과 싸우고 난 뒤 옛 애인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한다는 경우나 결혼을 앞두고 옛 애인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한다는 경우도 있었다. 길게 이야기 할 것도 없이, 상대의 이 '결산의 시간'에 들러리로 참여하지 말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이별의 사유가 둘의 성격차이나 습관의 차이 때문이 아닌, '다른 이성'이 개입되어 벌어진 일이라면, '재회'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길 권한다. 이 글은 많은 대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신중하게 생각하길 권한다.'정도의 권유로 그쳤지만, 내 여동생에게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난 도시락을 싸서 쫓아다니며 말릴 것이다. 


당신이 참 많이 노력한 것은 안다. 손톱 하나 뽑혀져 나간 것 보다 더 큰 고통을 참은 것도 알고, 알콜홀릭이 되어 허송세월 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은 것도 알고, 잘 사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 생각하며 넘어가지 않는 밥도 억지로 먹어가며 열심히 산 것도 안다. 

그러다보면 어느 날은 생각이 나는 것이다. 나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라고 상대에게 말하고 싶은 생각 말이다. 처참히 무너진 이별 직후의 모습을 견디고, 열심히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 아닌가. 하지만 난 당신에게, 그 모습을 꼭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얘길 해 주고 싶다. 당신은 이제 걸음마를 마친 거다. 이 어려운 직립보행을 오랜 시간 넘어지지 않고 해 왔으니 이제 좀 기대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이젠 걸음마를 한다고 칭찬을 받긴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옛 애인과 다시 만나는 일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솔로부대원들이 있다면, 먼저 자신이 걸음마를 다 마친 후 여유롭게 직립보행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길 권한다. 그리고 상대 역시 그리움이나 미련 따위로 징징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우리가 만약에'라며 옹알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길 권한다. 그렇게 직립보행이 가능한 두 사람이 만났을 때에야 '재회'가 가능하니 말이다.




▲ 몸살로 며칠 앓고 나니 오늘이 감사합니다. 소중한 하루 낭비 없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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