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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글모음/군생활매뉴얼

군대간 남친, 여친에 대한 진짜 속마음 1부

by 무한 2009. 4. 23.
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을 예고했던 지난 글 마지막에, 기대의 댓글을 달아주신 '검정고무신'님을 비롯해, 남친을 군대에 보낸 고무신 여러분들께 안내의 말씀을 드린다.

"이 글은 73세 이하의 여성분이 볼 경우, 눈에 라면국물이 들어간 느낌을 느끼실수도..."

평소 심장이 약하신 분이나 심혈관 질환등을 앓고 계시는 여성분들은 우황청심환이라도 하나 먹고 이 글을 읽어주시길 바라며, 두통 치통 생리통에 시달리시는 분들은 게보린이라도 하나 잡숫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여친을 군에 보낸 남자분의 경우, 타이레놀이라도 하나 먹길 권장한다.

이전 글들은 티스토리의 접기 기능을 마스터한 까닭에 접어 놓으니, 아직 군생활 매뉴얼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아래의 "이전 글 보기" 버튼을 눌러 미리 읽고 오시길 추천드린다. (이 글을 다 읽고 읽으셔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번외편이므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면, 보충대부터 시작해 보자.

1. 보충대와 훈련소에서의 심리변화 

보충대에서 보내는 3일간, 심리적으로 '좀비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고, 군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아직 군생활이 시작도 안했다는 초조함, 컴퓨터 추첨으로 훈련소가 선택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어지러움, 시커멓게 머리를 깎은 수컷들의 높은 밀도, 벌써부터 몸에서 짬내가 나는 듯한 환각과 담배를 피지 못해 찾아온 금단현상.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모습들, 말 그대로 아노미상태다.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서 있는 상태라고 하면 금방 이해가 갈 것 같다.

훈련소에서는 여친과의 과거 즐거웠던 추억들이 꿈만 같을 거다. 진짜 손잡고 벚꽃길을 걸었던 게 맞는지, 그게 지희인지 지혜인지 중요한게 아닌 달콤한 상태다. 고된 훈련과 생소한 일과 속에 과거로의 회상은 달콤하다. 하나 하나 다 소중하고 아련하게 떠오를 것이다. 첫 키스는 누구, 두번째 키스는 왜 기억이 안나는지, 여친님은 뭘 하고 계시길래 편지가 이렇게 늦는지, 혹시 위에서 편지를 전달해 주는 녀석들이 뜯어보는 것은 아닌지, 아, 어머니, 집에 있을 때 더 잘할걸, 생각이 뒤죽박죽 12연발 폭죽처럼 떠오르는 때이다.

사실 이 시기에는 군에 있는 가이들보다 밖에 있는 곰신들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확률이 더 크다. 대학생이라면 복학생 오빠가 몰고나온 아빠차에 타는 일에 군대에 있는 남친이 마음속에서 작아질 수도 있고, 풋풋한 새내기 남학생들이 '누난 내여자니까, 너는 내여자니까아~' 이따위 노래를 불러대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 흔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군대를 가버렸던 거야~ 친구에게 널 맡기고 내자릴 비웠지~ 둘은 면회 왔었고~ 믿었지 그러나 내 친구와..." 이런 노래 가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시기에 곰신들은 과거의 추억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많이 써 주길 바란다. 훈련을 마치고 편지를 읽으며, 회상에 잠겨 흐뭇한 미소라도 한 번 지을 수 있는 그런 얘기들 말이다. 사회에서의 일을 쫑알쫑알 쓰는 것 보다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생각해 봐라,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오늘 미용실 갔는데, 머리를 맘에 안들게 짤라 논거야. 아 재섭써, 기분 나빠서 1박 2일 보니까 좀 나아지네. 잠만, 무한도전 한다. 이거 보고 다시 쓸게. ㅋㅋㅋ 보고 왔어. 근데 거긴 어때? 추워? 길게 쓰려고 했는데, 거기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못쓰겠다. 뭐 남들 다 하는거니까.. 힘내!"

이따위 편지가 와 있다면, 긍정적이며 밝고 명랑하던 사람들도 우울증에 빠지고 말 것이다. 추억을 떠올리랬다고 너무 무섭게 써도 안된다.
"작년 4월 27일 기억해? 니가 여의도에 벚꽃 보러 가자고 했잖아. 우리는 1008번 버스를 타고 여의도에 내렸는데, 벚꽃은 이미 다 지고 없었지, 한강둔치에서 넌 카스, 난 하이트 마시면서 숏다리 2개와 새우깡 1개를 사서 마셨잖아. 19시 경에 니가 노량진에 가자고 했고, 21시 25분 쯤인가 한참 돌다가 '진희네'에서 우럭이랑 광어 회를 먹었지. 꼬막 5개와 굴 7점, 멍개 12토막이 서비스로 나오고, 아! 야채는 3천원 이었나? 저는 참이슬 7잔 마시고, 완전 취했잖아. 기억해?"

이런 현상은 주로 이과나 상고계열의 곰신들이 자주 나타내는 문제점이다. 정밀묘사가 아니라 크로키다. 상대방에게도 떠올릴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훈련소 시절에 여친이 헤어지자는 편지를 보내서 탈영한 케이스를 2년간 딱 한 번 들었다. 당시 입는 활동복(운동복)이 주황색 이었는데, 훈련소를 뛰쳐나가 울면서 달리다가 몇시간 만에 다른 부대 위병소 근무자에게 잡혀서 영창을 간 걸로 알고있다. 제발 이런 사례는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나 비겁하고 사람 무너지게 하는 일인가.


2. 이등병, 백일휴가가 첫 고비

백일휴가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등병 첫 휴가 매뉴얼에 달아주신 '빠야지'님의 댓글을 그냥 두고 넘어갈 수가 없다. 댓글을 담시 인용하겠다.

오래 전 제 이야기지만,
첫 휴가 1일째: 고참들만 먹던 짜파게티 뽀글이가 너무 부러웠기 때문에 한번에 두개 해먹다 다 토함. 애인 부탁으로 리포트 대필 작업.
첫 휴가 2일째: 하루 종일 애인 전화 기다림. 끝끝내 시간이 안된다기에 동네 친구들과 삼격살에 소주.
첫 휴가 3일째: 하루 종일 애인 전화 기다림. 밤 늦게야 시간된다해서 대필한 리포트 들고 만나서 리포트 바치고 다른 남자 생겼단 얘기들음.
첫 휴가 4일째: 날 새도록 술퍼먹고 점심 때까지 술먹고 폐인상태로 친구들이 부대에 강제 복귀시킴.
고참들이 막내가 탈영할까봐 완전 긴장해서 두 달 가량 밀착 감시함.

[군생활 매뉴얼, 이등병 첫 휴가 완전정복 2탄]에 달린 빠야지님의 댓글중

다시 읽어봐도 왼쪽 가슴 한구석이 너무 아파오며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되었을 빠야지님의 얼굴이 텔레토비동산의 해처럼 떠오르는 댓글이다. 리포트 대필을 시켜놓고 받은 뒤에 뒷통수를 친 그 여친님의 철판얼굴에 가히 양손 엄지손가락을 다 들어주고 싶다.

전에 어느 블로그에선가 아들의 여자친구가 아들의 백일휴가에 맞춰 (그 백일휴가에 아들 생일이 끼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남산타워 식당도 예약하고, 꽃 바구니도 집에 도착하는 날 맞춰서 보내고, 드라마나 연예버라이어티에서만 보던 그런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잘 사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이벤트는 아니더라도, 여자친구가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를 위해 어느정도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항상 연애할 때 남자가 리드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100일 정도면, 일기를 쓰더라도 노트 한 권은 채울 수 있을 테니, 입대할 때 부터 쓴 일기를 복귀 할 때 전달해주며 군대에 복귀해서 보라며 전달해 주는 것도 좋겠다. 단, 1번에서 예로 든 그런 종류의 편지식 일기라면 전달 보류. 안그래도 힘든 이등병 생활이 더더욱 힘들어 질 수도 있다.

백일 휴가에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건 대부분 고참들의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너도 곧 헤어져 임마' 같은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으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여자친구는 나와 오래 교제할 상대로 마땅치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고민들로만 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자친구 보다 더 마음이 사르르 녹는 편지를 써준 여자 후배, 혹은 선배가 편지로 고백을 하거나 쥐약을 뿌렸을 수도 있고, 예전 여자친구와 연락이 닿아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하겠는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내가 추천하는 것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거다. 알았다는 말도, 싫다는 말도, 너랑 끝이라는 말도, 이럴 줄 몰랐다는 말도, 사랑하긴 했냐는 말도, 그냥 다 묻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벙어리가 되라. 조용히 뒤 돌아 집으로 돌아와 핸드폰 배터리를 빼 버리고 일단 아무 생각하지 말아라. 이건 어떤 식으로든 헤어지는 과정이라면 내가 적극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그 상황에서 당신도 불안정한 상태고, 그 역시 불안정한 상태다. 그런 상태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술먹고 기억도 못할 일 하는 것과 같은 거고, 알았다고 하면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싫다고 하면 매달리는 것 밖에 안된다. 얘기로 뭔가 풀려고 해도 일단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 신경쓰지 말고 복귀 하게 내버려 둬라.

당신이 차였다고 생각하나? 이별당했다고?

외로움은 군대 밖에 있는 당신이 많이 느낄까? 아니면 군대에서 시커먼 수컷들과 있는 그가 많이 느낄까? 감정들을 떠나서, 무언가 행위에 대한 후회나 돌아봄은 사회에 있는 당신이 많이 할까? 아니면 군대에 있는 그가 많이 할까? 가르쳐주기보다 갈구고 싶어하는 고참들이 많은 부대에서, 그는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줬던 당신을 꼭 기억해 낼 것이다.

엄청난 사랑의 질량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건 느끼는 거다. 군대에 있는 가이들이 꼭 한 번 부모님에게 효도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여지껏 연락이 안되는 당신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연결될 수 있는 인연의 끈을, 좀 헐렁해 지더라도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애써 끊지도 말고, 그렇다고 계속 잡아당기기만 하면 상대는 그 끈을 놓을 수도 있다. 헐렁해진 인연의 끈은 일단, 그대로 두어라.


그 후엔? 그가 일병이 되어 다시 나왔을 땐 어떻게 하냐고?


그건 [군대간 남자친구, 여친에 대한 진짜 속마음 2부]에서 함께 알아 보도록 하자. ^^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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