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실수를 한다.
나도 그랬다. 특히 난 '끼어들기 타이밍'을 잡지 못해 괴로웠다. 저 멀리 있던 옆 차선의 뒷차도 내가 깜빡이를 넣으면 미친 듯이 달려왔다. 일산의 중앙로는 좌회전 금지인 곳이 많다.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P턴을 하거나 다음 좌회전 신호까지 계속 달려야 했다. 정말이지, 울 뻔 했다. 좌로도 못 가고, 우로도 못 가며 직진만 하던 그 시절이여.
'운전 초보'들의 경험담이 엇비슷하듯, '연애 초보'들의 사연도 엇비슷하다. 착각과 조급증과 집착 등으로 써내려간 거친 페이지들. 오늘은 그 중 '연애 초보의 실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J씨의 사연을 가지고, 대체 뭐가 문제인지 함께 살펴보자.
솔로부대원들은 이성의 친절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성이 '립 서비스'로 던진 말 한마디에도 심각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이런 대원들은 머리를 깎다 헤어디자이너가 말을 걸거나, 병원 데스크에 있는 간호사가 한 번 웃기만 해도 '이게 바로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증거'라며 들뜬다. 몇몇 대원은 친절한 상담원과 통화하고 난 후, '그녀가 나에게 넘어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나마 저런 경우는 좀 나은 편이다. 대화라도 해 봤으니 말이다. J씨의 사연처럼,
라는 이유로 '의미부여'를 시작하면 답이 없다. 출퇴근시간에 광역버스 안에서 같은 사람을 마주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그것도 버스의 배차시간이 긴 까닭에, 그 버스를 타지 않으면 너무 빨리 가거나 지각을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뭐, 좋다. 이 부분은 '그러려니'하며 넘어가 보자.
내 지인 중 세 명이 동시에 좋아했던 여자사람이 있었다. 그 여자사람이 미니홈피 제목을 "두근두근"으로 바꿨을 때, 지인 셋은 내게 이런 얘길 했다.
그 여자사람에게 직접 물어 본 결과, 시험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이라 "두근두근"으로 바꿔 둔 거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J씨를 두근두근하게 만든 그 사건을 '착각'으로 매도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정도의 이야기 가지고는 "그거, 관심이 있는 게 확실하네요."라는 대답은 하기 어렵다. 안타까운 것은, J씨가 말 한 번 걸지 않고 6개월 동안 관찰만 했다는 거다. 그렇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 까닭에, J씨는 그녀가 버스 손잡이를 놓쳐 휘청 거리는 것에까지 의미부여를 해 버린다. 혼자 한 의미부여가 훗날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 지는 저 아래서 다시 살펴보자.
J씨의 사연 중, 가장 잘 한 일-또는, 유일하게 잘 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자리를 양보한 사건'이다. 관찰 6개월 만에 드디어 J씨도 용기를 냈다. '자리 양보'는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는 동시에 상대의 관심과 호의를 얻어낼 수 있는 좋은 작전이었다. 손 발 로그아웃시키는 멘트가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게 친해지고 눈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 것은 훌륭한 발전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이후 한 달 간 눈인사만 한 것이, 오히려 그녀로 하여금 J씨의 존재를 궁금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도 한 달 후, J씨가 내민 '쪽지 붙은 커피'를 순순히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참 좋았다. 그녀에게 연락이 온 것 까지도 정말 괜찮았다. 그런데 그녀의 "커피 잘 마셨어요."라는 연락에 J씨가 보낸 메시지.
J씨는 급했던 거다. '사귈 가능성이 있는 대상인가 아닌가'를 얼른 알고 싶은 마음에 달려 나가 버렸다. 뉘앙스를 살릴 수 없는 '문자메시지'의 특성상, 저 멘트는 "결혼 했어도 괜찮으니, 커피 한 잔 합시다."로 읽힐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는 좀 황당하다는 답문을 보낸다. 그 답문을 두고 J씨는 "제가 그 사람의 콤플렉스를 건드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더 문자는 보내지 않았어요."라는 더 황당한 얘기를 한다. 어떻게 이 상황을 '상대가 결혼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데, 내가 결혼여부를 물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솔직히 좀 이해하기 어렵다.
어쨌든 전력질주를 한 J씨는, 문제 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큰 헛발질을 또 한다. 그녀와 처음으로 문자를 주고받은 다음 날,
라는 엄청난 문자를 보낸 것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J씨는 반 년 가까이 상상의 나래를 편 까닭에 상대와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는 어떤가. 상대에게 J씨는, 어제 처음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결혼 했냐고 물은 남자다. 게다가 둘의 대화는 찝찝하게 끊겼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그 남자는 자기 생각을 하면서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한다. 답문을 보내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그녀에게 답문이 없자 J씨는 생각한다. '아, 이거 잘못 되었구나...'. 그러곤 혼자 마음을 접기로 다짐하며 이런 문자를 보낸다.
J씨의 감정이 널뛰기를 하는 것도 문제고, J씨가 받는 사람 입장에서 오해할 수 있는 말을 자꾸 하는 것도 문제다. 사람마다 단어에 의미부여하는 것이 다르지만, 내가 위의 문자를 받을 경우 "여유롭게 지내세요."라는 말에서 고개를 갸웃거릴 것 같다. 특히, 내가 답장을 안 한 상태에서 위의 문자를 받으면 '여유가 없어 보이니 여유를 좀 가지라는 말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비꼬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단 얘기다.
난 여기서 이야기가 마무리되길 바랐지만, J씨는 결국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한 세 번째 헛발질을 시작하게 된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던 습관을 떨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J씨는 또 상대와의 관계에 대해 혼자 상상하고 혼자 분석한다. 그러다 뭔가 욱, 치밀었던 것 같다.
잘 생각해보자. 상대가 처음 번호를 받고 연락을 준 때는 '헛발질'이 벌어지기 전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답장을 하지 않기 시작한 건 '헛발질'이 벌어진 후였다. 이 두 행동를 둘로 나누는 건 J씨의 '헛발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씨는 상대의 두 행동만 지적하고 있다. 이를테면, 옷가게에 들어와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 나가는 손님을 붙잡고, "안 살 거면 이 옷가게에 들어온 이유가 뭔가요?"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역시, 답문은 없다.
J씨는 또 혼자 생각한다. 이번엔 '부정적인 J씨'가 아닌 '긍정적인 J씨'의 입장에서다. 그래서 며칠 후 다시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다.
당연히 답장은 없다. 처음엔 결혼 했냐고 묻고, 다음 날은 들이대고, 며칠 지나선 왜 번호 받고 연락했냐고 묻고, 그리곤 다시 부담 없이 차 한 잔 하자는 남자. 무섭다. J씨는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감정을 분출하고 있으니 잘 모르겠지만, 그 과정을 생중계로 보고 있는 상대의 입장에선 그냥 공포만 느껴질 뿐이다.
상대는 버스에서도 J씨를 피한다. 자는 척 하거나, J씨가 다가가 인사를 걸어도 놀라며 고개를 돌린다. 그래서 J씨는 또 화가 났다.
그랬다가 또 다시 감정이 변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관찰은 여전히 열심히 하며, 이런 이야기도 한다.
큰일이다. 이거 정말, 이러다 사고 난다. J씨가 '술김에 그녀를 따라 내릴 뻔 했습니다.'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절대 그러지 말길 권한다. 그렇게 감정의 널뛰기를 하다보면,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극한까지 뛰어오르게 된다. 그러면 분명, 둘 중 누구 하나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다. 특히 이미 상대에게 '분노'까지 느끼고 있는 J씨는 위험하다.
난 사실 이 사연을 다루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J씨가
라고 말하는 까닭에 이 글을 적게 되었다. 정말 나쁜 상황이다. 무조건, 완전히, 지금 즉시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절대 희망고문이 아니다. 상대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가? 우리, 차분히 생각해 보자. 상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그런 상대에게 화를 내선 안 된다. 그건, J씨의 '돈 좀 빌려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낯선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은 J씨에 대해 모르니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게 당연한 건데, J씨는 상대의 멱살을 붙잡고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으니, 너는 나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그는 그냥 길거리를 걸어가는 낯선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지금으로선 출근시간을 조정해 그녀와 마주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녀와 마주칠 때마다 J씨는 자꾸 그녀의 진심이나 현실과 관련 없는 상상들을 하지 않는가. 그녀에게 더 연락을 하거나 버스에서 그녀를 따라 내리는 건 절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에서부터 벗어나는 게 먼저다. 어차피 내 사람 안 될 걸 아니 그냥 잘해줘야겠다는, 그런 이상한 다짐 같은 것도 하지 말자.
실수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 사연을 토대로 한 솔루션은 다음 주 중에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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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브레이크를 걸어 놓은 상태에서 주행하거나,
우회전을 할 때 너무 바짝 붙어 돈 까닭에 뒷바퀴가 보도를 밟고 가거나.
주유소까지 호기있게 들어갔는데, 주유구 버튼의 위치를 못 찾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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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랬다. 특히 난 '끼어들기 타이밍'을 잡지 못해 괴로웠다. 저 멀리 있던 옆 차선의 뒷차도 내가 깜빡이를 넣으면 미친 듯이 달려왔다. 일산의 중앙로는 좌회전 금지인 곳이 많다. 한 번 타이밍을 놓치면 P턴을 하거나 다음 좌회전 신호까지 계속 달려야 했다. 정말이지, 울 뻔 했다. 좌로도 못 가고, 우로도 못 가며 직진만 하던 그 시절이여.
'운전 초보'들의 경험담이 엇비슷하듯, '연애 초보'들의 사연도 엇비슷하다. 착각과 조급증과 집착 등으로 써내려간 거친 페이지들. 오늘은 그 중 '연애 초보의 실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J씨의 사연을 가지고, 대체 뭐가 문제인지 함께 살펴보자.
1. 옷깃만 스쳐도 의미부여
솔로부대원들은 이성의 친절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성이 '립 서비스'로 던진 말 한마디에도 심각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이런 대원들은 머리를 깎다 헤어디자이너가 말을 걸거나, 병원 데스크에 있는 간호사가 한 번 웃기만 해도 '이게 바로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증거'라며 들뜬다. 몇몇 대원은 친절한 상담원과 통화하고 난 후, '그녀가 나에게 넘어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나마 저런 경우는 좀 나은 편이다. 대화라도 해 봤으니 말이다. J씨의 사연처럼,
"그녀와 버스에서 자꾸 마주치더군요."
라는 이유로 '의미부여'를 시작하면 답이 없다. 출퇴근시간에 광역버스 안에서 같은 사람을 마주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그것도 버스의 배차시간이 긴 까닭에, 그 버스를 타지 않으면 너무 빨리 가거나 지각을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뭐, 좋다. 이 부분은 '그러려니'하며 넘어가 보자.
"근데 어느 날 버스 안에서 저를 보고 그녀가 씨익 웃는 겁니다."
내 지인 중 세 명이 동시에 좋아했던 여자사람이 있었다. 그 여자사람이 미니홈피 제목을 "두근두근"으로 바꿨을 때, 지인 셋은 내게 이런 얘길 했다.
"지난주에 내가 피곤해 보인다고 커피 사 줬거든, 그것 때문인가?"
"내가 시험 잘 보라고 문자 보낸 날, 딱 제목이 그렇게 바뀌었다니까!"
"난 뭐 한 게 없는데... 아! 스마트폰 사면 알려 주겠다고 했는데, 그거군!"
"내가 시험 잘 보라고 문자 보낸 날, 딱 제목이 그렇게 바뀌었다니까!"
"난 뭐 한 게 없는데... 아! 스마트폰 사면 알려 주겠다고 했는데, 그거군!"
그 여자사람에게 직접 물어 본 결과, 시험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이라 "두근두근"으로 바꿔 둔 거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J씨를 두근두근하게 만든 그 사건을 '착각'으로 매도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갈 때가 많았는데, 항상 제 주변에 서더군요."
정도의 이야기 가지고는 "그거, 관심이 있는 게 확실하네요."라는 대답은 하기 어렵다. 안타까운 것은, J씨가 말 한 번 걸지 않고 6개월 동안 관찰만 했다는 거다. 그렇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 까닭에, J씨는 그녀가 버스 손잡이를 놓쳐 휘청 거리는 것에까지 의미부여를 해 버린다. 혼자 한 의미부여가 훗날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 지는 저 아래서 다시 살펴보자.
2. 전력질주와 널뛰기
J씨의 사연 중, 가장 잘 한 일-또는, 유일하게 잘 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자리를 양보한 사건'이다. 관찰 6개월 만에 드디어 J씨도 용기를 냈다. '자리 양보'는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는 동시에 상대의 관심과 호의를 얻어낼 수 있는 좋은 작전이었다. 손 발 로그아웃시키는 멘트가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게 친해지고 눈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 것은 훌륭한 발전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이후 한 달 간 눈인사만 한 것이, 오히려 그녀로 하여금 J씨의 존재를 궁금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도 한 달 후, J씨가 내민 '쪽지 붙은 커피'를 순순히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참 좋았다. 그녀에게 연락이 온 것 까지도 정말 괜찮았다. 그런데 그녀의 "커피 잘 마셨어요."라는 연락에 J씨가 보낸 메시지.
"나중에 제대로 된 커피 한 잔 하지요. 근데 결혼 하셨죠?"
J씨는 급했던 거다. '사귈 가능성이 있는 대상인가 아닌가'를 얼른 알고 싶은 마음에 달려 나가 버렸다. 뉘앙스를 살릴 수 없는 '문자메시지'의 특성상, 저 멘트는 "결혼 했어도 괜찮으니, 커피 한 잔 합시다."로 읽힐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는 좀 황당하다는 답문을 보낸다. 그 답문을 두고 J씨는 "제가 그 사람의 콤플렉스를 건드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더 문자는 보내지 않았어요."라는 더 황당한 얘기를 한다. 어떻게 이 상황을 '상대가 결혼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데, 내가 결혼여부를 물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솔직히 좀 이해하기 어렵다.
어쨌든 전력질주를 한 J씨는, 문제 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큰 헛발질을 또 한다. 그녀와 처음으로 문자를 주고받은 다음 날,
"제 생각 하면서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라는 엄청난 문자를 보낸 것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J씨는 반 년 가까이 상상의 나래를 편 까닭에 상대와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는 어떤가. 상대에게 J씨는, 어제 처음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결혼 했냐고 물은 남자다. 게다가 둘의 대화는 찝찝하게 끊겼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그 남자는 자기 생각을 하면서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한다. 답문을 보내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그녀에게 답문이 없자 J씨는 생각한다. '아, 이거 잘못 되었구나...'. 그러곤 혼자 마음을 접기로 다짐하며 이런 문자를 보낸다.
"항상 여유롭게 지내시고 행복하세요..."
J씨의 감정이 널뛰기를 하는 것도 문제고, J씨가 받는 사람 입장에서 오해할 수 있는 말을 자꾸 하는 것도 문제다. 사람마다 단어에 의미부여하는 것이 다르지만, 내가 위의 문자를 받을 경우 "여유롭게 지내세요."라는 말에서 고개를 갸웃거릴 것 같다. 특히, 내가 답장을 안 한 상태에서 위의 문자를 받으면 '여유가 없어 보이니 여유를 좀 가지라는 말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비꼬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단 얘기다.
난 여기서 이야기가 마무리되길 바랐지만, J씨는 결국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한 세 번째 헛발질을 시작하게 된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3. 사고를 부르기 쉬운 분노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던 습관을 떨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J씨는 또 상대와의 관계에 대해 혼자 상상하고 혼자 분석한다. 그러다 뭔가 욱, 치밀었던 것 같다.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제 번호 받고 연락한 이유는 뭔가요?"
잘 생각해보자. 상대가 처음 번호를 받고 연락을 준 때는 '헛발질'이 벌어지기 전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답장을 하지 않기 시작한 건 '헛발질'이 벌어진 후였다. 이 두 행동를 둘로 나누는 건 J씨의 '헛발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씨는 상대의 두 행동만 지적하고 있다. 이를테면, 옷가게에 들어와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 나가는 손님을 붙잡고, "안 살 거면 이 옷가게에 들어온 이유가 뭔가요?"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역시, 답문은 없다.
J씨는 또 혼자 생각한다. 이번엔 '부정적인 J씨'가 아닌 '긍정적인 J씨'의 입장에서다. 그래서 며칠 후 다시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다.
"생각해보니, 제가 실례했네요. 이것도 인연인데, 부담 없이 차 한 잔 하시죠."
당연히 답장은 없다. 처음엔 결혼 했냐고 묻고, 다음 날은 들이대고, 며칠 지나선 왜 번호 받고 연락했냐고 묻고, 그리곤 다시 부담 없이 차 한 잔 하자는 남자. 무섭다. J씨는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감정을 분출하고 있으니 잘 모르겠지만, 그 과정을 생중계로 보고 있는 상대의 입장에선 그냥 공포만 느껴질 뿐이다.
상대는 버스에서도 J씨를 피한다. 자는 척 하거나, J씨가 다가가 인사를 걸어도 놀라며 고개를 돌린다. 그래서 J씨는 또 화가 났다.
"찾아가서 붙잡고, 대체 뭐가 문제길래 대놓고 사람 피하냐고 따져보고도 싶고..."
그랬다가 또 다시 감정이 변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버스에서 그녀가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그만 웃음이 나왔습니다."
관찰은 여전히 열심히 하며, 이런 이야기도 한다.
"그녀도 저를 의식하긴 합니다. 근데 제가 말을 걸어보려 해도,
그럴 기회도 안 주고 자는 척 하더군요.
손을 자꾸 만지작거리는 걸로 봐서 정말 자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럴 기회도 안 주고 자는 척 하더군요.
손을 자꾸 만지작거리는 걸로 봐서 정말 자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큰일이다. 이거 정말, 이러다 사고 난다. J씨가 '술김에 그녀를 따라 내릴 뻔 했습니다.'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절대 그러지 말길 권한다. 그렇게 감정의 널뛰기를 하다보면,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극한까지 뛰어오르게 된다. 그러면 분명, 둘 중 누구 하나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다. 특히 이미 상대에게 '분노'까지 느끼고 있는 J씨는 위험하다.
난 사실 이 사연을 다루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J씨가
"무한님의 어떤 글을 보면 완전히 접어야 할 생각이 들고,
또 어떤 글을 보면... 아주 나쁜 상황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어떤 글을 보면... 아주 나쁜 상황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라고 말하는 까닭에 이 글을 적게 되었다. 정말 나쁜 상황이다. 무조건, 완전히, 지금 즉시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녀가 희망고문 할 걸 알면서도 다시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절대 희망고문이 아니다. 상대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가? 우리, 차분히 생각해 보자. 상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그런 상대에게 화를 내선 안 된다. 그건, J씨의 '돈 좀 빌려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낯선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은 J씨에 대해 모르니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게 당연한 건데, J씨는 상대의 멱살을 붙잡고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으니, 너는 나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그는 그냥 길거리를 걸어가는 낯선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지금으로선 출근시간을 조정해 그녀와 마주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녀와 마주칠 때마다 J씨는 자꾸 그녀의 진심이나 현실과 관련 없는 상상들을 하지 않는가. 그녀에게 더 연락을 하거나 버스에서 그녀를 따라 내리는 건 절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에서부터 벗어나는 게 먼저다. 어차피 내 사람 안 될 걸 아니 그냥 잘해줘야겠다는, 그런 이상한 다짐 같은 것도 하지 말자.
실수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 사연을 토대로 한 솔루션은 다음 주 중에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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