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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연애에 소질 없어 차인 여자, S양을 위한 매뉴얼

by 무한 2011. 10. 11.

연애에 소질 없어 차인 여자, S양을 위한 매뉴얼
S양의 사연을 아주 낭만적인 시각에서 보면, 서로에게 반하고 사랑하는 타이밍이 엇갈려 벌어진 비극처럼 보인다. 그 비극을 벌어진 순서대로 적으면 아래와 같다.

①남자가 여자에게 반했지만 여자는 관심 없음.
②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역시 여자는 관심 없음.
③남자가 고백을 하자 여자도 관심을 가져 사귀게 되었음.
④남자가 이별을 말할 때,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게 됨.
⑤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졌을 때, 여자는 남자에게 매달림.

 

S양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그녀는 올해 7월부터 나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이제야 사랑을 알 것 같아요. 제가 그와 다시 만날 수 있게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S양의 사연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문제는 '엇갈린 타이밍'같은 게 아니다. 그냥, S양이 연애에 소질이 없어서 차인 것뿐이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난 S양이 그 남자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사연을 읽으며 '저건 그냥, 저 남자가 계속 자신의 팬클럽 회장을 맡길 바라는 거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1. 놓치고 싶지 않아서



S양과 같은 회사를 다니는 그는, S양을 좋아한다고 회사에서 선언을 했다. 그리고 그는 S양의 관심을 얻으려 매일 웃으며 인사하고, 자신의 동료를 통해 S양의 마음을 떠보기도 했다. 그는 직접 S양에게 사는 곳을 묻고, 데이트 신청을 하는 등 열정적으로 들이댔다. 

처음엔 그의 그런 행동을 부담스러워 하던 S양도 나중엔 그의 인사를 받아준다. 그리고 그가 신청한 데이트 요청도 승낙한다. 그렇게 만나다 그가 S양에게 고백을 하고, S양은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고백을 받아들인다. 

여기서, 이 연애가 '놓치고 싶지 않아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2. 감정의 증폭

 

연애를 시작한 S양은 무서운 속도로 달려 나간다.

"제가 좋아하는 만큼 문자도 많이 보냈는데, 이 사람은 제 문자에 짧게 답하더군요."
"그가 문자에 답을 하지 않을 때에는 정말 화가 나더군요."
"제가 바란 건 그런 생일선물이 아니라 진심 어린 생일축하 인사였어요."
"그가 질투도 안 하는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화가 났어요."



둘이 사귀기로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인 S양의 모습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의 증폭들이 보이지 않는가? 방금 전까지 '발라드'였던 둘의 관계가, 사귀기로 하자마자 '헤비메탈'로 변했다. 무섭기까지 한 것은, S양이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벌인 행동이다.

"그날 내내 잠도 못 자고 침대에서 펑펑 울었어요."
"갑자기 너무 슬퍼져서 매달렸어요."
"제가 그 사람한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는 문자를 보냈어요."
"설명하기 싫어서 문자를 씹었어요."



이 얘기를 들은 대원들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다. "에이, 중간얘기가 있겠죠. 몇 번 만나며 아웅다웅하고 그러다가 저렇게 치닫게 된 거 아닐까요?"라고. 그게 아니라서 이게 무섭기까지 하다는 거다. S양에겐 미안하지만, 이건 거의 '빙의'수준이다. 사귀자마자 '비련의 여주인공 귀신'에 빙의가 된 것이다. 

얼마 전까진 눈인사도 피하던 그녀가, 오늘은 "난 너에게 아무 것도 아닌 거니?"라는 문자를 보낸다면, 그 문자를 받은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3. 잘못 선택한 자극제



감정의 노예가 된 S양은 결국, 상대를 자극한다.

"연락 자주 안 할 거면, 그냥 다시 친구로 지내자고 말했어요."
"그에게 여자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얘길 했어요."
"아주 싸늘하고 냉담하게 대했어요."



저 위에서 설명한 "설명하기 싫어서 문자를 씹었어요."까지 포함해서. 역시, 이걸 보고 "화가 나면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말해도 바뀌지 않으면 저런 말이나 행동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대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S양의 연애에선 저 자극이 8할 이었다.

S양의 말에 의하면, 둘이 사귀는 동안 S양이 먼저 만나자는 말을 꺼낸 적은 한 번도 없다. 게다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싫어서 별다른 표현도 하지 않았다. 문자만 주구장창 보낸 것이다. 얼굴을 마주할 땐 찬바람이 불지만, 문자로 만날 땐 사랑 때문에 곧 죽을 것처럼 타오른다. 만나자고 얘기하면 거절하면서, 문자로는 "왜 연락을 안 해? 난 너에게 아무 것도 아닌 거니?"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놈의 연락. 연락. 연락.

이건 연애를 하자는 건지, 연락을 하자는 건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비련의 여주인공 귀신'에 이어 '연락 못해서 죽은 귀신'의 빙의다. 오죽하면 상대가, 

"네가 나를 좋아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내가 하는 행동이 전부 너를 화나게만 하는 것 같다."
"네가 그만 만나자는 얘기를 할 때마다 기운이 빠졌다."
"연애를 이끄는 걸, 번갈아가며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헤어지고 나니, 편안한 느낌이 든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겠는가.


4. 짧은 연애, 엄청나게 긴 의미부여

 

잠깐 스쳐도 평생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건 분명하다. 그 만남에서 큰 자극을 받았거나,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느낌을 느꼈을 때 주로 그렇다. 그런데 S양의 사연에선 그런 부분을 찾을 수가 없다. S양이 보낸 4편의 사연을 몇 번이나 읽어봤지만, 그녀가 계절이 바뀌어도 미련을 쥐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서두에서 기억해두자고 한 것과 같은 이유다. 연애의 시작과 끝이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다면 뭔가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없다. S양의 사연에는,

"그가 돌아올 것 같아 보이시나요? 제가 기다려도 될까요?"
"예전에 이 사람을 설레게 했던 제 모습이 뭐였는지 찾고 있어요."
"왜 헤어져야 하는지, 헤어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저 좋아했을 땐, 그가 회사에서 자주 쳐다보고 그랬거든요."



요따위 얘기밖에 없다. S양은 상대가 '팬클럽 회장'이었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현실을 보자. S양은 헤어지고 나서야 처음으로 상대와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나(난 사실 이 부분도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그 전까진 오로지 '문자'만 주고받았고 말이다. 그래 놓곤 나에게,

"무한님이 얘기한 칭찬하는 거, 그거 써 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부탁으로 다가가라는 글 보고, 그에게 이것저것 부탁해볼까 하는데 어떤가요?"
"언젠가 돌아오겠죠? 돌아올 여지가 보이시는지 대답해 주세요."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난, "그런 게 다 필요 없어 보입니다. 돌아올 여지는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S양이야 '영광의 시절'을 그리워하며 계속 그가 돌아오길 바라겠지만, 사귈 때는 자극만 받고 헤어지고 나니 편안함까지 느끼는 상대는, 절대 돌아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제발 그 이상한 빙의에서 벗어나길 권하고 싶다. 왜 헤어진 후에도

"그는 제게 사귀는 남자가 생겼는지 같은 것도 묻지 않더라구요."
"커피 마시면서 이것만 마시고 갈 거냐고 묻더라구요. 가라는 뜻이었겠죠."
"그걸 보고는 진짜 마음이 떠났는가보다 싶었어요."



따위의 '의미 추측하기''기대하고 실망하기'만 하고 있는가. 지금은 그나마 '친구'라는 핑계로 종종 연락을 하는 것 같은데,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로그아웃'이 될 게 확실하다. 왜 멀쩡한 현실의 상대를 앞에 두고 상상으로 상대를 만들어 내는가?

이런 속사정을 덮어둔 채, '사랑의 타이밍'이 엇갈렸다는 얘길 하거나, '좋아한다고 쫓아다니다가 나중엔 떠나간 남자'라며 상대만 탓하진 말길 권한다. 그렇게 포장한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준 뒤 위로를 받는 것 보다는, 차라리 "나라면, 나 같은 사람에게 돌아오고 싶을까?"를 고민해 보는 게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유효기간이 지난 페이지들을 계속 붙잡고 있지 말고, 과감하게 책장을 넘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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