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집착 중인 남자, 그에게 준 선물
며칠 전 새벽, 한 남자가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친구 추가 부탁드립니다.'라며 친구 신청을 해 온 사람이었다. 친구 수락 버튼을 누르자마자, 그는 대뜸,
라는 말을 했다. 인사도 없이 질문부터 꺼내는 걸로 봐선 다급한 상황인 것 같았다. 난 내가 아는 은진이가 열댓 명 쯤 있는데, 그 중 어떤 은진이냐고 물었다. 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성이 H인 은진이라고 답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은 없으며, 그쪽이 사람을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남자는 다시 말했다.
내 메신저 목록을 찾아보니 H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은진씨가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노멀로그에 들어왔다가 내 메신저 주소를 보곤 친구신청을 한 사람이었다. 난 남자에게 그 얘기를 그대로 해 주었다. 그녀가 내 블로그를 보고 친구 신청을 한 것이며,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남자는 내가 변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시 질문을 했다.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자기소개도 없이 다짜고짜 추궁부터 하는 남자에게 난 좀 짜증이 났다. 사실 남자가 '발뺌'이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이 남자가 '은진'이라는 여자에게 집착하다 이젠 뒷조사까지 하고 있는 중일 거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은진'이란 여자가 실종되거나 사고를 당해 수소문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에 우선 사정을 묻기로 했다.
메신저 상황표시창에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습니다.'와 '대기 중입니다.'가 번갈아 뜨는 걸로 봐서, 남자는 긴 글을 적다가 지우길 반복하는 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뜸들이다 남자가 말했다.
뭐랄까. 스스로 "짜잔-" 하는 등장 배경음을 틀고, 그 음악에 맞춰 갑자기 튀어 나온 사람을 만난 느낌이었다. 난 황당하다는 뜻을 가득 담아 그에게 말했다.
내 말에 남자는 당황한 듯했다. 그는 내가 놀라 "은진이한테 남자친구가 있다고요?"라고 묻거나, "남자친구가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전 은진이를 사랑합니다."따위의 대답을 할 거라 예상한 듯했다. 그는 기세등등하던 조금 전의 모습과 달리, 갑자기 바짓가랑이를 잡는 듯한 느낌으로 물어왔다.
여기서 그냥 "네.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그럼 이만."하며 끝냈어야 하는데, 이 남자가 너무 처량했다. 여자친구 메신저에 등록된 사람 친구 추가 해가며 상대에게 "무슨 사이입니까?"를 묻고 다니는 건, 집착 말기의 증상이다. 누가 그랬던가. 집착은 둘 중 하나 죽거나 헤어지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다고. 그래서 이 남자에게 '세 가지 질문'을 선물하기로 했다.
보통 이런 경우, 상대와 대화를 해봤냐고 물으면 다들 대화를 해 봤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화'를 한 게 아니라 그냥 '화'만 낸 경우가 많다.
여자친구 옛 남친의 흔적을 발견하면, 유쾌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 음식에서 남의 머리카락을 발견했을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음식에서 남의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해서 다짜고짜 요리사의 멱살을 잡아선 안 된다. 그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다. 목표는 '앞으론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 아닌가. 내 불쾌함을 설명하고 상대에게 주의를 부탁하며, 대화를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집착'을 앓고 있는 대원들은, 머리카락을 발견하는 순간 상을 뒤엎는다. 심한 경우, 요리사에게 달려가 따귀를 올려붙이기도 한다. 몇몇 대원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상대의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문을 쾅, 닫고 나간다.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대원들도, 상대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는 말이나 실망을 덕지덕지 바른 말들을 상대에게 던진다. 소란을 피우진 않았지만, 음식에 침을 뱉고 나가 버린 것이다. 결국, 둘 모두에게 앙금이 생겨 버린다.
집착 1기엔, '연락'에 대한 투정을 한다. 뭐, 이건 꼭 '집착'을 앓지 않아도 보이는 증상이니 설명은 생략하자. 집착 2기에 접어들면, '증명'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분명 둘이 사귀고 있고, 연락도 차고 넘치도록 하고 있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거다.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증거들을 내놓으라고 다그친다.
여기서부터 '답'을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시기에 접어든 대원들은 만족을 모른다. 상대가 하루에 열 번 연락을 해도 이 대원들은 "열 번은 열한 번보다 작은 거잖아."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상대가 열 한 번의 연락을 하면, 이 대원들은 또 "열한 번은 열두 번보다 작은 거잖아."라고 말한다. 아마, 둘에게 수갑을 채워 24시간 함께 있도록 한다 해도 그는 "지금 넌, 나와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렇게 채워지지 않은 소유욕이 계속되면, 집착 3기로 접어든다. 이 때 부터는 '답'을 구하기가 불가능해진다. 그가 상상으로 만든 문제를 내기 때문이다. 나에게 말을 건 저 위의 남자를 예로 들면, "너, 그 무한이란 남자랑 무슨 관계야? 메신저에 추가되어 있는 거 다 봤어. 둘이 언제부터 만나기 시작한 거지?" 따위의 질문을 하는 거다. 상대가 그건 오해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이미 그의 상상 속에선 '유죄'판결을 내렸으니 말이다.
집착 말기에 접어들면, 집착 3기에서 내린 '유죄 판결'을 근거로 처벌을 시작한다. 심한 경우, 상대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또, 상대뿐만 아니라 상대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까지 추궁하기 시작한다. 이시기엔 모두를 '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까닭에 다른 사람의 말은 믿지 않는다. 그렇게 무슨 얘기를 해도 믿지 않을 거면서, 상대에겐 믿음을 내 놓으라고 요구한다. 산 적도 없는 자전거를, 없어졌다며 찾으러 다니는 것과 같다.
이렇게 열심히 얘길 해도, 집착을 앓고 있는 대원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위에서 얘기한 '현실에선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를 내밀며 항변한다.
아주 간단한 일이다.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상대와는 헤어지면 된다. 그런데 또 이 대원들은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러니 난감한 거다.
난 머리카락이 들어간 음식을 내 온 요리사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난 이 식당이 아닌 다른 식당에 가진 않을 거다. 난 계속 이 식당에 올 거지만, 요리사를 용서할 순 없다. 이런 상황인데, 요리사가 미치지 않고 버틸 방법이 있겠는가? 요리사가 떠나는 건, 당연한 거다.
모두가 상대를 욕할 때 상대를 감싸주진 못할망정, 이건 앞장서서 팔 걷어붙이고 상대의 따귀를 때리고 있으니 이게 무슨 연애인가. 눈 크게 뜨고 상대의 허물을 찾아내려 할 게 아니라, 자신의 그 하염없이 멍청한 모습을 먼저 봐야 한다.
지금 상대를 제일 괴롭히는 사람은 누군가?
바로 당신 아닌가?
좀 진지한 얘기라서 궁서체로 써 봤다.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괴롭히니까 도망가고 싶은 거고, 괴롭히니까 헤어지고 싶은 거다. 자신이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면서, 도망가거나 헤어지려는 상대를 두고 '거봐. 내 생각이 다 맞았어.'라며 상대를 저주하기 시작한다.
이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로 받은 남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이야기를 듣다 잠든 것 같았다는 건 훼이크고, 그는 "감사합니다. 제가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걸 몰랐네요.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렇게 훈훈하게 대화를 마치곤 남자와의 대화창을 닫았다. 그리곤 H로 시작하는 은진씨에게 쪽지를 보냈다.
며칠 뒤, 그녀에게 답장이 왔다.
어?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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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새벽, 한 남자가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친구 추가 부탁드립니다.'라며 친구 신청을 해 온 사람이었다. 친구 수락 버튼을 누르자마자, 그는 대뜸,
"은진이 아시죠?"
라는 말을 했다. 인사도 없이 질문부터 꺼내는 걸로 봐선 다급한 상황인 것 같았다. 난 내가 아는 은진이가 열댓 명 쯤 있는데, 그 중 어떤 은진이냐고 물었다. 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성이 H인 은진이라고 답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은 없으며, 그쪽이 사람을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남자는 다시 말했다.
"메신저에 친구 추가 되어 있는 거 다 아는데, 발뺌하시는 건가요?"
내 메신저 목록을 찾아보니 H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은진씨가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노멀로그에 들어왔다가 내 메신저 주소를 보곤 친구신청을 한 사람이었다. 난 남자에게 그 얘기를 그대로 해 주었다. 그녀가 내 블로그를 보고 친구 신청을 한 것이며,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남자는 내가 변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시 질문을 했다.
"은진이랑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젠가요?"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자기소개도 없이 다짜고짜 추궁부터 하는 남자에게 난 좀 짜증이 났다. 사실 남자가 '발뺌'이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이 남자가 '은진'이라는 여자에게 집착하다 이젠 뒷조사까지 하고 있는 중일 거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은진'이란 여자가 실종되거나 사고를 당해 수소문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에 우선 사정을 묻기로 했다.
"저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먼저 말씀해 주시는 게 순서 아닐까요?"
메신저 상황표시창에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습니다.'와 '대기 중입니다.'가 번갈아 뜨는 걸로 봐서, 남자는 긴 글을 적다가 지우길 반복하는 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뜸들이다 남자가 말했다.
"저 은진이 남자친구 되는 사람입니다."
뭐랄까. 스스로 "짜잔-" 하는 등장 배경음을 틀고, 그 음악에 맞춰 갑자기 튀어 나온 사람을 만난 느낌이었다. 난 황당하다는 뜻을 가득 담아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요?"
내 말에 남자는 당황한 듯했다. 그는 내가 놀라 "은진이한테 남자친구가 있다고요?"라고 묻거나, "남자친구가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전 은진이를 사랑합니다."따위의 대답을 할 거라 예상한 듯했다. 그는 기세등등하던 조금 전의 모습과 달리, 갑자기 바짓가랑이를 잡는 듯한 느낌으로 물어왔다.
"은진이랑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신 건가요?"
여기서 그냥 "네.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그럼 이만."하며 끝냈어야 하는데, 이 남자가 너무 처량했다. 여자친구 메신저에 등록된 사람 친구 추가 해가며 상대에게 "무슨 사이입니까?"를 묻고 다니는 건, 집착 말기의 증상이다. 누가 그랬던가. 집착은 둘 중 하나 죽거나 헤어지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다고. 그래서 이 남자에게 '세 가지 질문'을 선물하기로 했다.
1. 상대에게 '어떻게' 말 했는가?
보통 이런 경우, 상대와 대화를 해봤냐고 물으면 다들 대화를 해 봤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화'를 한 게 아니라 그냥 '화'만 낸 경우가 많다.
- 미니홈피 사진 중에 너 예전 남친이랑 놀러갔을 때 찍었던 사진 있더라.
- 아. 미안해 아직 안 지운 게 있나보네. 지울게.
- 안 지운 거야, 못 지운 거야? 그냥 그게 궁금하네.
- 몰랐어. 예전 사진 다 지운 줄 알았는데, 사진이 워낙 많아서.
- 전에도 한 번 말했었잖아. 그 남자 차에서 찍었던 사진.
- 응. 그건 지웠는데. 이것도 찾아서 지울게.
- 네가 날 남자친구로 생각하는 지 자체가 궁금해진다. 아무튼. 잘 자라.
- 아. 미안해 아직 안 지운 게 있나보네. 지울게.
- 안 지운 거야, 못 지운 거야? 그냥 그게 궁금하네.
- 몰랐어. 예전 사진 다 지운 줄 알았는데, 사진이 워낙 많아서.
- 전에도 한 번 말했었잖아. 그 남자 차에서 찍었던 사진.
- 응. 그건 지웠는데. 이것도 찾아서 지울게.
- 네가 날 남자친구로 생각하는 지 자체가 궁금해진다. 아무튼. 잘 자라.
여자친구 옛 남친의 흔적을 발견하면, 유쾌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 음식에서 남의 머리카락을 발견했을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음식에서 남의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해서 다짜고짜 요리사의 멱살을 잡아선 안 된다. 그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다. 목표는 '앞으론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 아닌가. 내 불쾌함을 설명하고 상대에게 주의를 부탁하며, 대화를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집착'을 앓고 있는 대원들은, 머리카락을 발견하는 순간 상을 뒤엎는다. 심한 경우, 요리사에게 달려가 따귀를 올려붙이기도 한다. 몇몇 대원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상대의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문을 쾅, 닫고 나간다.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대원들도, 상대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는 말이나 실망을 덕지덕지 바른 말들을 상대에게 던진다. 소란을 피우진 않았지만, 음식에 침을 뱉고 나가 버린 것이다. 결국, 둘 모두에게 앙금이 생겨 버린다.
2. 당신이 원하는 '답'이, 현실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인가?
집착 1기엔, '연락'에 대한 투정을 한다. 뭐, 이건 꼭 '집착'을 앓지 않아도 보이는 증상이니 설명은 생략하자. 집착 2기에 접어들면, '증명'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분명 둘이 사귀고 있고, 연락도 차고 넘치도록 하고 있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거다.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증거들을 내놓으라고 다그친다.
여기서부터 '답'을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시기에 접어든 대원들은 만족을 모른다. 상대가 하루에 열 번 연락을 해도 이 대원들은 "열 번은 열한 번보다 작은 거잖아."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상대가 열 한 번의 연락을 하면, 이 대원들은 또 "열한 번은 열두 번보다 작은 거잖아."라고 말한다. 아마, 둘에게 수갑을 채워 24시간 함께 있도록 한다 해도 그는 "지금 넌, 나와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렇게 채워지지 않은 소유욕이 계속되면, 집착 3기로 접어든다. 이 때 부터는 '답'을 구하기가 불가능해진다. 그가 상상으로 만든 문제를 내기 때문이다. 나에게 말을 건 저 위의 남자를 예로 들면, "너, 그 무한이란 남자랑 무슨 관계야? 메신저에 추가되어 있는 거 다 봤어. 둘이 언제부터 만나기 시작한 거지?" 따위의 질문을 하는 거다. 상대가 그건 오해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이미 그의 상상 속에선 '유죄'판결을 내렸으니 말이다.
집착 말기에 접어들면, 집착 3기에서 내린 '유죄 판결'을 근거로 처벌을 시작한다. 심한 경우, 상대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또, 상대뿐만 아니라 상대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까지 추궁하기 시작한다. 이시기엔 모두를 '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까닭에 다른 사람의 말은 믿지 않는다. 그렇게 무슨 얘기를 해도 믿지 않을 거면서, 상대에겐 믿음을 내 놓으라고 요구한다. 산 적도 없는 자전거를, 없어졌다며 찾으러 다니는 것과 같다.
3. 지금 상대를 제일 괴롭히는 사람은, 당신 아닐까?
이렇게 열심히 얘길 해도, 집착을 앓고 있는 대원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위에서 얘기한 '현실에선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를 내밀며 항변한다.
"이게 사실이라도, 제가 이해해야 하나요? 이걸 용서해야 하는 건가요?"
아주 간단한 일이다.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상대와는 헤어지면 된다. 그런데 또 이 대원들은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러니 난감한 거다.
난 머리카락이 들어간 음식을 내 온 요리사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난 이 식당이 아닌 다른 식당에 가진 않을 거다. 난 계속 이 식당에 올 거지만, 요리사를 용서할 순 없다. 이런 상황인데, 요리사가 미치지 않고 버틸 방법이 있겠는가? 요리사가 떠나는 건, 당연한 거다.
모두가 상대를 욕할 때 상대를 감싸주진 못할망정, 이건 앞장서서 팔 걷어붙이고 상대의 따귀를 때리고 있으니 이게 무슨 연애인가. 눈 크게 뜨고 상대의 허물을 찾아내려 할 게 아니라, 자신의 그 하염없이 멍청한 모습을 먼저 봐야 한다.
지금 상대를 제일 괴롭히는 사람은 누군가?
바로 당신 아닌가?
좀 진지한 얘기라서 궁서체로 써 봤다.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괴롭히니까 도망가고 싶은 거고, 괴롭히니까 헤어지고 싶은 거다. 자신이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면서, 도망가거나 헤어지려는 상대를 두고 '거봐. 내 생각이 다 맞았어.'라며 상대를 저주하기 시작한다.
이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로 받은 남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이야기를 듣다 잠든 것 같았다는 건 훼이크고, 그는 "감사합니다. 제가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걸 몰랐네요.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렇게 훈훈하게 대화를 마치곤 남자와의 대화창을 닫았다. 그리곤 H로 시작하는 은진씨에게 쪽지를 보냈다.
"남자친구 분과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간 남자친구 분의 집착 때문에 힘드셨을 것 같은데,
이젠 좀 나아질 듯합니다. 오래오래 예쁜 사랑 하세요!"
그간 남자친구 분의 집착 때문에 힘드셨을 것 같은데,
이젠 좀 나아질 듯합니다. 오래오래 예쁜 사랑 하세요!"
며칠 뒤, 그녀에게 답장이 왔다.
"무한님,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닌가요?
저 사귀는 사람 없는데요?"
저 사귀는 사람 없는데요?"
어? 잠깐만.
▲ 90년대식 반전이지만, 월요병에서 벗어나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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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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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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